나에게 마법 걸기
박성희 지음 / 지식과감성#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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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이 어딘지 알 수 없는 호수처럼 깊은 눈망울과 짙은 눈썹, 오뚝 솟은 코와 자신감 넘치는 자두 빛 입술. 옷차림과 장신구마저 번쩍번쩍 빛나는 표지 속 인도 여인은 몽환적인 매력을 뽐내며 보는 이를 빨아들인다. <나에게 마법 걸기>라는 제목에 '주술'을 떠올리며 이 여인을 다시 보니 주술사인가 싶다. 표지를 넘기자 박성희 수필가의 사진과 간략한 소개 글이 등장하는데, 맙소사! 밸리 댄서인지 아니면 인도 공주인지 예쁜 생김새와 화려한 화장에 또 한 번 마음을 뺏겼다. 주술사 같은 이 작가가 전하는 인도 이야기는 어떨지 기대 감, 호기심 반으로 만난 첫 문장은 '가. 그냥 가. 도망쳐'. 딱 이 부분만 읽고도 알 수 있었다. 이 책 범상치 않다는 걸 말이다.

 대기업 직원인 남편을 따라 아들 둘을 데리고 인도로 가게 된 작가는 그곳에서 만 4년을 머물렀다. 여느 주재원이 그렇듯 기사와 가정부까지 두고 좋은 아파트에 살지만, 이곳이 어디인가? 바로 인도! 인도를 직접 가보지는 않았지만 여러 책을 통해 인도 사람들의 이해할 수 없는 사고방식을 접했던 터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 역시나 손버릇 나쁜 가정부와 돈만 밝히는 외국 이사장, 거짓말만 해대는 서비스 직원과 뒷돈을 바라며 서류를 자꾸 퇴짜놓는 공무원까지. 정말 인도의 속물이란 속물은 다 만난 것 같다. 하지만 작가는 인도의 못된 구석만 꼬집진 않는다. 오늘은 아이와 수업을 잘 못 했다며 수업료를 받지 않는 과외 선생과 사람 좋고 믿음직한 기사 등 좋은 인도 사람 이야기와 더불어 인도의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유적지를 여행한 경험담도 엿볼 수 있어 좋았다.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 인도에서의 삶을 전달하는 작가의 솔직함과 재치 있는 글솜씨 덕분에 나는 어느새 인도로 날아가 작가의 여러 추억을 공유하고 직접 체험하고 있었다. 입에 침이 절로 고이는 망고 예찬을 읽을 땐 정말이지 마트로 달려가 당장 망고를 집어 들고 싶었고 인도에서 부당한 일을 당해 소리 지를 땐 슬그머니 쫓아가 한마디 거들고 싶었다.

 후반부에 다다르자 신나게 펼쳐지던 인도 이야기가 갑자기 싹둑 잘린 듯 다른 이야기로 이어져서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이 책은 작가가 그간 기고했던 혹은 아직 발표하지 않은 짧은 글들은 모아놓은 책인가 보다. 인도에 흠뻑 취한 상태였기에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거세게 펄떡이는 활어처럼 살아 숨 쉬는 문장과 눈앞에 바로 그려지는 듯한 생동감 넘치는 묘사 덕분에 인도 이야기가 아닌 일상 에세이도 참으로 즐거웠다. 무엇보다 작가의 인생을 대하는 긍정적인 태도와 삶을 향한 열정 그리고 글쓰기에 관한 진심을 느낄 수 있어 좋았고 '더께', '혜윰에 젖다' 등 생소한 어휘를 만나 신선했다. 즐거웠던 시간을 접고 다시 현실로 돌아와 내일의 행복을 꿈꾸며 나도 작가처럼 주문을 걸어보았다.


'나 자신에게 마법을 걸자. 이 세상은 나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언젠가는 내가 바라는 대로 꼭 살게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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