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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너라는 계절 - 한가람 에세이
한가람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8년 12월
평점 :
제목: 온통 너라는
계절
지은이:
한가람
펴낸 곳:
북로그컴퍼니
학창 시절 심야 라디오 방송을 꼭 챙겨 들었었다. 새벽까지 공부하는 내게 큰 위안과 위로가 돼주었던 단짝 친구 같은
존재. 성인이 된 후론 먹고 살기에 바빠 또는 늦게까지 이어지는 외출로 예전만큼 라디오를 듣진 못했지만, 심야 라디오 방송은 언제나 내겐 친정
같고 고향 같은 존재이다. 음악도 디제이의 나직한 음성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마음을 사로잡은 건 애청자들의 사연과 라디오 작가들이 세상 온갖
감정을 쏟아부어 짜낸 대본. 대체 어떻게 저렇게 글을 잘 쓸까 늘 부러움 가득한 마음으로 감탄했더랬다. 뜬금없이 심야 라디오 방송, 특히 라디오
작가 예찬을 쏟아붓는 이유는 바로 이번에 읽은 책 때문! <이소라의 FM 음악도시>, <타블로와 꿈꾸는 라디오>,
<윤하의 내 집으로 와요>, <최강희의 야간비행>, <박명수의 라디오쇼>와 함께했던 한가람 작가의 에세이,
『온통 너라는 계절』. 이 책의 존재를 안 순간부터 기대했었다. 결과는 만족!
책을 읽기 전에 미리 만나게 되는
겸손하고 솔직한 '작가의 말'에서 이미 호감을 느끼며 출발한 이 이야기는 첫사랑, 짝사랑, 뜨거운 사랑, 잊고 싶은 사랑, 추억하고 싶은 사랑
등등 거의 모든 사랑을 경험한 작가의 수줍은 고백이었다. 어렵게 내어준 그 추억에 고마움을 느끼며 그렇게 한 권의 책을 한 편의 영화처럼
관람했다.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는 상상하기 힘든 지직거리며 돌아가는 영사기로 쏘아 올린 필름처럼 아련한 추억이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여러
장면을 지나 엔딩을 향해 달렸던 시간. 가슴이 뭉클했다가 아쉬웠다가 콩닥거렸다가 설렜다가, 롤러코스터처럼 이리저리 널을 뛰었지만 따스한 온기만은
식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나를 감싸주었다.
"꼭 그렇게까지 해야
했니,
이미
너는,
나를 좋아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이긴 거나 다름없는 이
게임에서.
-p55, '이미 네가 이긴
게임에서' 中에서..." / 작가가 투정처럼 던진 한마디에
격하게 공감하고!
""좀 나와볼래? 집
앞인데."
심지어 너는 네가 누군지 밝히지도
않고 내게 나오라 했잖아.
무슨
자신감으로.
그런데 나는 네가 누군지도 모르고
나간 거였잖아.
겁도
없이.
-41, '봄의 투정'
中에서..." / 글에서 느껴지는 경쾌한 리듬에
심장은 콩닥콩닥!
"헤어진 지 얼마나
되었다고
헤벌쭉
그 사람 앞에서 웃고 있는
나
주체 못 할 만큼 심장이 뛰고 있는
내게
참 쉽다,
헤프다
욕하지
말아줘요.
당신을 사랑했을 때의 마음과 똑같을
뿐일 걸요
- p95, '내 마음은 이토록
이토록인데'" / 마음이 욱신욱신했던
글!
한 사람을 오래도록 사랑하고 잊지
못하는 게 싫지는 않다. 다만 그 마음이 쌍방이 아닌 일방이라면 너무 아플 뿐. 아프고 나면 성숙해진다고 누가 그래? 그런 고통 하나도 안
반갑다.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용기와 설렘이 나는 좋다. 그런 마음을 정말 잘 표현한 글. 목이 메고 가슴 절절한 그리움과 애달픔보다는 새로
시작하는 그 느낌이 좋았다. 나는 소중하고, 인생을 짧기에. 외도만 아니라면 새로운 사랑을 시작해도 좋은 우리,
괜찮다!
책을 덮으면 든 생각. '이렇게
글을 잘 쓸 수 있다니... 참 부럽네.'
언젠가 우리 만날 날이 있다면, 꼭
책에 사인을 받고 싶은 그런 작가.
차기작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