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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안는다 - 오늘을 일상을 순간을 그리고 나를
심현보 지음 / 미호 / 2018년 12월
평점 :
제목: 가볍게
안는다
지은이:
심현보
펴낸 곳:
미호
뭐에 홀리기라도 한 듯 푹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본방송을 사수했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주옥같은 OST와 함께 전지현이 웃으면 나도 웃고 김수현이 울면 나도 우는
진풍경을 연출했던 웃픈 추억. 그때 참 마음에 들었던 노래, 성시경의 '너의 모든 순간'. 감미로운 성시경 목소리도 좋았지만, 감성 넘치는 예쁜
가사에 이끌려 듣고 또 들었더랬다. 작사가가 누굴지 궁금했다. 심현보. 익숙한 그 이름. 가사가 마음에 들어 검색해보면 여지없이 등장하는 몇몇
작사가 중에 한 사람. 가사를 잘 쓰기에 글은 당연히 잘 쓸 거라 예상했다. 대체 어떤 감성을 품고 어떻게 살기에 이런 가사를 쓸 수 있을까 참
궁금했는데, 그의 소중한 추억 한 조각을 나눌 기회를 잡았다. 작사가 심현보의 에세이 『가볍게 안는다』. '가볍게'라는 단어에서 안도와
편안함을, '안는다'라는 말에서 따스함을 느끼며 그렇게 나는 그의 삶을
훔쳐보았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그런
것이다.
당신을 가볍게 안는
것.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삶이란 것도 그런 것이다.
당신을 안을 때처럼,
사랑하는 모든 것들을 가볍게 아는 것.
- p18, 가볍게
안는다 中에서..."
누군가에겐 별 것 아닐지라도
누군가에게는 무척이나 소중한, 그런 자질구레한 것들을 들여다보고 생각하고 적어보고 기억해보는 일들을 좋아한다는 그, 이런 사사로운 관심에서
샘솟는 감성. 똑같은 단어도 비슷한 분위기도 왠지 새롭고 특별하게 느껴졌던 시간. '가만히 앉아 있기'에 관한 남다른 시각이 돋보였다. 어떤
이에겐 그저 허송세월인 그 순간을 그는 행동을 취하기 직전 단계이며 앞으로를 살아가게 해줄 충전기라 여긴다. '그냥 울 때가 되었기 때문이다.'
갑작스레 울컥하는 순간은 이유가 있다는 그. 한 번쯤 꼭 울어야 비워질 만큼 정성껏 살아왔다는 얘기이니 마음껏 울어도 괜찮다고. 이런 심현보식
위로에 과연 안 넘어갈 사람이 있을까?
내가 엿본 그의 삶 속에는 특유의
느림과 여유가 있다. 발을 동동거리며 빠른 흐름에 울며 겨자 먹기로 휩쓸리지 않고, 마음을 다잡고는 자신만의 리듬으로 천천히 느리게 인생을
즐기는 재주. 늘 '빨리빨리'가 습관이 된 내겐 상당히 신선하고 매력적인 삶의 태도였다. 조금 느려도 괜찮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는 그 위로가
참으로 와닿던 순간. 그나저나 정말 앉아서 마실 때와 서서 마실 때의 맥주 맛이 다를까? 문득 평소에 마시던 맥주가 유난히 맛있어서 깜짝 놀랐던
추억이 떠오른다. 호수에서 선선한 산들바람을 맞으며 한 모금 넘긴 맥주 맛에 놀라 이게 평소에 마시던 그 맥주가 맞는지 살펴봤던 기억. 고민을
거듭한 끝에 캔에 주입한 지 얼만 안 된 신선한 맥주여서 더 맛있었을 거라 결론지었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어쩐지 그 순간의 분위기와 평소와
달리 서서 마셨기 때문은 아니었을지. 즐겁고 소소했던 기억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그의 추억을 공유하는 내내 즐거웠다. 이렇게 난 그의 추억 한
조각을 함께
나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