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그리움이다 - 인문학자와 한옥 건축가의 살고 싶은 집 이야기
최효찬.김장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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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집은 그리움이다.

지은이: 최효찬, 김장권

펴낸 곳: 인물과 사상사

 

 부모님 슬하에 살 때는 다 해주시니 걱정 없이 살았건만, 결혼하여 새롭게 가정을 꾸리고 살다 보니 자식 키우며 부모님이 참 고생하셨겠구나 싶다. 어렸을 적 잠시 주택에 살았던 적은 있지만, 거의 평생 아파트에 살았던 인생. 집이 주는 아늑하고 포근한 느낌보다는 차가운 시멘트 외벽과 콘크리트 바닥이 더 익숙한 나는 닭장 생활자다. 지금 어쩌다 보니 또 이사를 앞두고 있는데, 살고 있는 집값은 뚝뚝 떨어지고 가야 할 집은 물가 상승률에 따라 터무니없이 비싸서 가슴이 까맣게 타들어 가는 상황. 언제부터 '집'이란 존재가 이렇게 속 썩이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인가! 아니, 어쩌면 이건 내 마음가짐의 문제일 수도 있다. 그렇게 고민에 고민이 꼬리를 물던 상황에서 만난 서적이 『집은 그리움이다』란 책이다. 사실, 제목을 보는 순간 조금 울컥했다. 집은 그리움이라니... 그래, 지금은 날 울게 하는 집이지만 언젠가는 웃게 해줄 집이라고 굳게 믿으며, 경제학적인 가치를 떠나 집이 지닌 진정한 의미와 소중함을 깨닫고 싶었다. 몸도 마음도 지친 나에게 이 책은 제법 괜찮은 처방이었다.

인문학자 최효찬과 한옥 건축가 김장권이 함께 엮은 살고 싶은 집 이야기. 이 책은 집을 소재로 쓴 인문학 서적이자 누군가의 추억이 담긴 회고록이다. 여러 집에 얽힌 추억과 사연을 들려주고 집이란 공간이 지닌 진정한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는 이 책에서 가장 먼저 가슴에 와닿은 구절은 홈(Home)과 하우스(House)의 차이였다. '홈'은 우리가 흔히 말할 때 안식의 거처로서 가족의 정이 느껴지는 공간을 의미한다면, '하우스'는 건축물의 기능을 갖춘 공간으로써 집을 의미한단다. 그래, 그러니 즐거운 나의 집이 '홈, 스위트 홈'인 것이다! 내가 속을 썩고 있는 '하우스'를 떠나 마음 편히 쉬고 기댈 수 있는 '홈'을 찾고 싶었다. 집이라는 정적 공간이 주는 따스함과 위로가 지독하게 그리운 때이기에...

 

 총 5장을 구성된 이 책은 제1장과 2장에서는 집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이황, 두보, 생텍쥐페리, 데카르트 등 여러 위인의 집을 탐방하며 인문학적 관점에서 살펴보는데, 그 중 퇴계 이황의 이야기가 상당히 인상 깊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은 유명한 학자인 퇴계 이황이 조선 시대를 통틀어 가장 많은 건축물을 남겼다는 사실을 아셨는지? 한양 생활 중에도 늘 고향을 그리워했다는 그는 평생 학문에 매진했던 것처럼 건축하며 살았다고 한다. 평생 한 번 짓기도 힘든 집을 다섯 번이라 지었다니 정말 대단! 지산와사, 양진암, 한서암, 계상서당 등을 짓고 소박한 도산 서당을 끝으로 도산 서원을 완성하며 기나긴 건축 여정을 끝냈다는 이황. '괜히 사서 고생'이라며 고충을 토로하면서도 꿋꿋이 건축을 이어갔다는 면에서 건축에 대한 그의 집념과 이상을 다시금 엿볼 수 있었다.

 

 

  제3장부터 5장까지는 좀 더 개인적인 이야기가 이어진다. 고향 집을 떠나 32번 이사 다니다가 결혼 22년 만에(결혼 후에 했던 이사는 그 32번 중 12번) 은평한옥마을에 '채효당'을 지은 최효찬 작가의 평생에 걸친 집에 관한 경험담과 토지를 매입하고 한옥을 올리고 마침내 완성하는 일련의 과정, 마지막으로 김장권 건축가의 '내가 만든 한옥 이야기'가 이어진다. 집에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이리저리 살펴볼 수 있어서, 어린 시절 선물 받고 좋아했던 종합 선물 세트 같은 느낌이 확 풍겼던 책! 나 역시 한옥 짓기에 관심이 있어서 더 흥미로웠던 것 같다. 이번에 이사하면 20년을 눌러앉아 살다가 마지막으로 한번 더 이사할 생각인데 그때 갈 집은 작가처럼 한옥이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대대손손 물려주어도 손색이 없는 집이라면 더 좋을 듯. 재테크와 투기라는 풍선에 가려져 돈 먼저 떠올리게 되던 집이라는 존재에 '하우스'가 '홈'으로 다가선 순간, 그간 가슴에 맺힌 응어리가 거짓말처럼 조금 풀어졌다. 다 풀어지지야 않았지만 뭔가 따스한 위로를 받은 느낌이랄까? 선명한 사진 자료와 함께 한국과 외국의 여러 집을 살펴보며 그 집의 주인들과 작가의 인생사에 녹아드니 집이란, 아니 정확히 '내 집'이란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공간이라고 다시 한번 깨달았다. 부디 우리 가족이 언제 떠올려도 행복할 그런 공간이 되기를! 조심스럽게 소박한 바람을 품으며 따스한 집을 꾸릴 생각에 갑자기 마음이 분주하다. 집이란 공간에 관심이 있는 분, 한옥을 짓고 싶은 분, 집이라는 주제로 어떤 인문학 이야기가 쏟아질지 궁금한 분, 저처럼 집 때문에 골머리 썩는 분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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