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집은 그리움이다.
지은이: 최효찬, 김장권
펴낸 곳: 인물과 사상사
부모님 슬하에 살 때는 다 해주시니 걱정 없이 살았건만, 결혼하여 새롭게 가정을 꾸리고 살다 보니 자식 키우며 부모님이 참 고생하셨겠구나 싶다. 어렸을 적 잠시 주택에 살았던 적은 있지만, 거의 평생 아파트에 살았던 인생. 집이 주는 아늑하고 포근한 느낌보다는 차가운 시멘트 외벽과 콘크리트 바닥이 더 익숙한 나는 닭장 생활자다. 지금 어쩌다 보니 또 이사를 앞두고 있는데, 살고 있는 집값은 뚝뚝 떨어지고 가야 할 집은 물가 상승률에 따라 터무니없이 비싸서 가슴이 까맣게 타들어 가는 상황. 언제부터 '집'이란 존재가 이렇게 속 썩이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인가! 아니, 어쩌면 이건 내 마음가짐의 문제일 수도 있다. 그렇게 고민에 고민이 꼬리를 물던 상황에서 만난 서적이 『집은 그리움이다』란 책이다. 사실, 제목을 보는 순간 조금 울컥했다. 집은 그리움이라니... 그래, 지금은 날 울게 하는 집이지만 언젠가는 웃게 해줄 집이라고 굳게 믿으며, 경제학적인 가치를 떠나 집이 지닌 진정한 의미와 소중함을 깨닫고 싶었다. 몸도 마음도 지친 나에게 이 책은 제법 괜찮은 처방이었다.
인문학자 최효찬과 한옥 건축가 김장권이 함께 엮은 살고 싶은 집 이야기. 이 책은 집을 소재로 쓴 인문학 서적이자 누군가의 추억이 담긴 회고록이다. 여러 집에 얽힌 추억과 사연을 들려주고 집이란 공간이 지닌 진정한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는 이 책에서 가장 먼저 가슴에 와닿은 구절은 홈(Home)과 하우스(House)의 차이였다. '홈'은 우리가 흔히 말할 때 안식의 거처로서 가족의 정이 느껴지는 공간을 의미한다면, '하우스'는 건축물의 기능을 갖춘 공간으로써 집을 의미한단다. 그래, 그러니 즐거운 나의 집이 '홈, 스위트 홈'인 것이다! 내가 속을 썩고 있는 '하우스'를 떠나 마음 편히 쉬고 기댈 수 있는 '홈'을 찾고 싶었다. 집이라는 정적 공간이 주는 따스함과 위로가 지독하게 그리운 때이기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