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보는 미술관 - 나만의 감각으로 명작과 마주하는 시간
오시안 워드 지음, 이선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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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혼자 보는 미술관

지은이: 오시안 워드

옮긴이: 이선주

펴낸 곳: RHK / 알에이치코리아

 

 

 

 어쩐지 서글퍼 보이는 한 청년이 관람객을 가만히 응시한다. 끝이 말려 올라간 동그란 모자에 하얀 옷을 입은 이 청년은 어떤 사연을 간직하고 있을까? 표지에 실린 작품의 이름은 《피에로》. 제목을 알고 나서야 파악한 그의 정체.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루돌프처럼 빨간 코를 키운 여느 광대의 모습과 너무 달라 다시 한번 찬찬히 바라보게 된다. 그림을 읽는 것이 아닌 보고 마음으로 느끼는 감상법. 『혼자 보는 미술관』은 부담감 없이 홀로 사색하며 그림을 제대로 음미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20세기 이전(1840년대~1890년대)의 위대한 작가를 다루는 이 책의 저자는 예술작품을 읽으려고 노력하기 전에 보는 법부터 익혀야 한다고 권한다. 고전 미술을 제대로 평가하는데 필요한 기술에 집중해보고 작품 앞에서 몸이 자연스럽게 반응하도록 내버려 둬라. 눈과 몸이 먼저 반응하고 그다음에 머리가 따라가도록 할 것. 그러면 우리는 비로소 그림을 읽지 않고 온전히 보게 된다. 머리를 굴리지 않고 마음으로 그림을 마주하자, 그림 속 주인공의 숨겨진 이야기가 마치 한 편의 소설처럼 펼쳐지는 듯하다.

 

 

 

 

 

 

 

 

 요하네스 베르메르 혹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라고 불리는 화가의 작품 《열린 창가에서 편지를 읽는 여인》. 세계에 단 몇십 점의 그림을 남긴 네덜란드 천재 화가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뭐라 말로 형용하기 힘든 아련함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 이 책의 저자가 권한 것처럼 그림을 찬찬히 살펴보자. 앙다문 입술, 경직된 어깨, 굳은 얼굴... 편지를 꼭 쥔 두 손에서 잔쯕 긴장한 채 번뇌하는 여인의 심리 상태를 알 수 있다. 활짝 열린 창은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뜻한다. 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이 방에 드리운 그림자로 인해 분위기가 한층 깊어지며 갈팡질팡 망설이는 여인의 마음을 더 진하게 드리운다.

 

 

 

 

 

 

 

 

 

 평범한 것에 아름다움을 부여하며 거의 실제라고 느껴질 만큼 사실적으로 물건을 묘사한 장 밥티스트 시메옹 샤르댕. 《물컵과 커피포트》란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손에 잡힐 듯 가만히 놓여 있는 모습에 몇 번이고 그림을 쓰다듬게 된다. 무심코 지나가는 일상의 소소한 순간을 화폭에 담아낸 화가. 종교화나 인물화도 좋지만, 때론 고즈넉하고 정갈한 느낌을 풍기는 정물화도 참 좋은 듯하다. 커피포트를 손에 쥐고 진하게 내린 커피를 한 잔 쭉 따르고픈 마음.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생각하고, 원하는 대로 그림에 파고드니 이번 감상을 뭔가 색다르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데 그림 공부 역시 예외는 아니다. 알고 보면 더 재밌고 신비롭지만 일단 알고 나면 더 열심히 공부하여 많은 걸 보고 이해하고 싶은 욕심. 『혼자 보는 미술관』은 독자가 서둘지 않고 자신만의 템포로 천천히 그림을 받아들이도록 이끈다. 작품에 담긴 외로움, 분노, 슬픔, 기쁨, 쾌락, 고통, 번뇌, 행복, 황홀함, 고독, 성스러움 등등 다양한 감정을 살피고 공감하며 가슴으로 그림을 보는 시간. 명화 감상이 늘 어렵게만 느껴지는 초보자들에게 따스한 격려와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주는 『혼자 보는 미술관』. 해박한 지식을 지닌 전문가가 아니더라고 초보자의 위치에서 즐겁고 의미 있게 작품을 즐길 수 있게 이끌어 주어 마음에 쏙 드는 책이다. 멀지 않은 날에 이 책을 옆에 끼고 홀로 미술관을 거닐 순간을 꿈꾸며 뿌듯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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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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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지은이: 줄리언 반스

옮긴이: 공진호

펴낸 곳: 다산책방

 

 

 

앗! 예술 서적! (그림에 대해 잘 모르지만 굉장히 좋아하는 나는 책을 받고는 가슴이 콩닥콩닥)

엇! 줄리언 반스? (이런, 낭패다. 이 작가 글은 어렵던데...)

읽다 보니... 어라? (이거 예술 서적 맞아?)

다 읽고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해보니... (역시 이 책은 에세이로 분류되어 있다.)

 

 

 줄리언 반스, 줄리언 반스, 줄리언 반스. 으... 그 옛날 이동진 영화 평론가는 <무뢰한>이란 영화 한줄평에서 '전도연이다, 전도연이다, 전도연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 마음과 이 마음은 정반대의 것이겠지만 나 역시 줄리언 반스의 이름을 세 번 정도 반복하며 마음을 다스려본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란 작품으로 2011년에 맨부커 상을 거머쥔 작가 줄리언 반스. 국내에서 다양한 작품이 출간되었는데 어렵고 이해하기 힘든 문장으로 곤욕을 치른 독자가 여럿이다. 번역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분분하나, 일단 이 작가의 뇌 구조 자체가 상당히 고매하고 과하게 지적이기에 빚어진 결과가 아닐지... 거두절미하고 줄리언 반스의 책은 어렵다. 생각해 보니 이 작가는 소설만 쓰는 게 아니라 다양한 주제의 글을 쓰는 듯하다. 『또 이따위 레시피라니』에서는 특유의 툴툴거림으로 요리 이야기를 펼쳐놓았는데 이번 책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이번엔 좀 이해할만할지 슬그머니 기대되기도...!

 

 

 

 

 

 

 

 

 제리코, 들라크루아, 쿠르베, 마네, 팡탱-라투르, 세잔, 드가, 르동, 보나르, 뷔아르, 발로통, 브라트, 마그리트, 올든버그, 프로이트, 호지킨. 줄리언 반스는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이 거장들의 작품을 특별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사색한다. 마치 한 편의 소설을 읽는 느낌이랄까? 특히 처음 등장하는 제리코의 <메두사호의 뗏목>에서는 세세한 근육의 움직임과 표정부터 당시 상황까지,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고 지켜본 사람처럼 생생하고 날카롭게 작품을 파헤친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작품을 하나하나 아우르다가는 글이 삼천포로 빠질 것 알기에 오늘은 줄리언 반스가 전하는 '드가' 이야기에 집중해보기로 하자.

 

 

 

 

 

 

 

 

 

 

 

 

 

 드가는 '여자의 은밀한 모양을 품위 없게 그리는 일에 주력하는' 화가다? 그러므로 '틀림없이 여자를 싫어하는' 사람이다? 한 여성이 모델로 선 4시간 동안 내내 머리만 빗겨주었다는 드가. 대체 그에 대한 진실은 무엇일까? 드가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여자들은 나를 절대로 용서하지 못한다. 여자들은 나를 증오한다. 나에게 무장해제 당한다고 느끼는 것이다. 내가 교태 없는 그들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그렇다.' 드가가 그린 무용수들은 동화 속 요정이나 요염한 소녀가 아니라, 땀 흘리고 근육통에 시달리면서도 춤에 집중하는 현실적인 소녀의 모습이다. 드가의 작품을 이리저리 살펴보면 여성에 대한 성적 판타지란 없고 여성 그 자체를 탐구하고 표현하고자 했던 노력이 보인다. 어쩌며 누구보다 여성을 사랑한 화가가 아니었을지. 줄리언 반스 역시 드가에 관한 여성 혐오론에 반대 견해를 편다.

 

 

 

 줄리언 반스의 시선으로 바라본 명화는 새롭고 신선했다. 이미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작품마저 날카로운 지성으로 파헤치자 마치 처음 보는 작품처럼 다양한 의미와 상징을 쏟아낸다. 줄리언 반스의 지적 소양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의 말에 귀 기울이며 벗 삼아 명화를 산책하기엔 더없이 좋았던 듯. 그의 작품은 고작 몇 편 읽어본 게 전부지만, 지금까지 읽었던 줄리언 반스의 책 중에 가장 편안하고 이해하기 쉽고 공감할 수 있는 에세이가 아니었나 싶다.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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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형에 관한 간단한 고찰 1 (한정판 양장 에디션)
박동선 글.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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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혈액형에 관한 간단한 고찰 1

글과 그림: 쳐돌았군맨 박동선

펴낸 곳: 소담출판사

 

 

 남성과 여성, 세상엔 두 개의 성이 있다? (물론 양성도 있다고는 하지만). 백인과 황인 그리고 흑인, 세상엔 세 개의 인종이 있다? 언어, 종교, 국적, 피부색을 떠나 인간을 공통적인 지표로 분류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혈액형! 물론, 항간에 떠도는 혈액형 관련 이야기가 과학적 연구에 근거한 확실한 정보는 아니지만 읽다 보면 '맞아, 맞아'라고 연신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묘한 설득력이 있다. 알수록 재밌고 볼수록 신기한 혈액형 이야기. 글로 읽거나 짤로 봐도 흥미로운 그 이야기를 예쁜 카툰으로 본다면? 지금까지 만난 최고의 혈액형 이야기가 아닐지! 그 옛날 손오공이 지구를 구하기 위해 한 줌, 두 줌 에너지를 모아 만들었던 원기옥 처럼 혈액형 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작품, 『혈액형에 관한 간단한 고찰』. 일명 혈관고! 혈액형에 관심 없던 우리 신랑마저 슬그머니 다가와 낄낄거리며 웃은 이 책. 정말 물건이다!

 

 

 

 

 

 

 

 

 

 

 

 

 

 

 B형인 나는 O형인 신랑과 결혼하여 O형인 딸내미를 낳았다. 흥미로운 일에 집착하며 사고가 자유로운 B형과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어 전문직에 종사하는 O형이 만나 자기주장이 강한 O형 미니미를 낳은 셈. 집안에 A형과 AB형은 없는지라 자세히 알 수 없지만, B형과 O형이라면 잘 알기에 두 혈액형을 집중적으로 읽으며 옳은지 그른지를 판단해보았다.

 

 

 

 

O형 ⇒ 호기심, 경쟁심, 한심 (O) ⇒ 옆에서 지켜본 결과 신랑은 승부욕이 강하고 때론 왜 저러나 싶을 정도로 아이 같을 때가 있다.

B형 ⇒ 무심 (X) ⇒ 난 무심하다기보다는 예민한 편!

 

 

B형 여자가 바라본 O형 남자 ⇒ 적극적으로 가르쳐주고자 하는 열정에 끌린다. 단 흥미 있는 내용이 아니면 낭패 (X) ⇒ 가르치는 쪽은 주로 내 쪽!

현실적인 O형은 자신의 삶 전부를 내던지는 사랑을 하지는 않는다 (O) ⇒ 신랑은 매사에 참 조심스럽다.

 

 

 

 

 옹기종기 모여 함께 몰려다니는 A, B, O, AB형 혈액형들. 혈액형 가면으로 얼굴을 가려 눈코입은 전혀 보이지 않지만 포켓볼 같은 동글동글한 머리와 2등신 몸매 그리고 풍부한 감정 표현이 한없이 귀엽고 사랑스럽다. 맹신은 금물이라지만 상당히 공감 가는 부분도 있으니 나와 주변 사람들의 경우를 생각하며 맞춰보면 재밌을 듯. 귀여운 캐릭터와 재밌는 혈액형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깔깔 웃었던 『혈액형에 관한 간단한 고찰』. 사심 가득 담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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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녀 이야기 그래픽 노블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르네 놀트 그림, 진서희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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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시녀 이야기 그래픽 노블

원작 소설: 마거릿 애트우드

그림 및 각색: 르네 놀트

번역: 진서희

 

 

 

 

 

 

《대재앙 후, 대통령을 사살하고 의회에 기관총을 난사한 군대가 계엄령을 선포했다.

 ......

 신문사는 검열을 받았고 몇몇은 폐간되었다. 보안상의 이유라고 했다.

 바리케이드가 세워지고 통행증이 생겼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 모두가 동의했다.

 ......

 모든 여성은 직장에서 쫓겨나고 경제활동을 할 수 없게 되었다.

 하루아침에 바뀐 세상은 마치 오래전에 준비했다는 듯

 평범한 일상을 좀먹듯이 잡아먹고

 여성 대다수가 그저 씨받이 노릇을 하는 '시녀'로 전락한다.

 시녀가 되기를 거부하며 체제에 맞서면 '비여성'으로 분류되어 노역장으로 끌려가 서서히 목숨을 잃게 되는데...

 ......

 그녀들에게 미래란 없다.》

 

 


 맨부커상을 최초로 두 번이나 거머쥔 마거릿 애트우드의 대표작 『시녀 이야기』. 그 작품을 소설이 아닌 그래픽 노블로 만났다. 글을 읽고 상상했던 현실보다 더 비참하고 참혹한 실상. 날 때부터 시녀는 아니었던 그녀들의 이야기. 처참하게 바뀐 현실을 인정하고 삶이 아닌 목숨을 이어가는 그녀들의 심정을 나는 감히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두근두근 가슴이 떨리고 명치가 턱 막힌 느낌. 어둡고 탁한 잿빛 하늘이 그저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울 것만 같은 나날. 생각하고 이해하고 느끼려고 할수록 자꾸만 파고드는 괴로움에 객관적인 시각으로 작품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 이건 정말 옳지 않다. 하지만 언젠가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 아니,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는 일. 권력을 거머쥔 인간의 광기는 대체 어디까지 치닫는 걸까? 전체주의를 넘어서 하나의 소모품으로 인권을 유린당한 사람들의 이야기. 그 중심에 시녀들이 있다.

 

 

 

 

 

 

 

 

 

The handmaid's tale

The Graphic No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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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녀 이야기

그래픽 노블

 


 

 

 시녀인 주인공의 삶엔 아무것도 없다. 예쁘게 치장하고 연애하며 가정을 꾸릴 권리 등 평범하고 당연한 모든 것을 거부당한 채 시녀를 정의하는 빨간색 옷을 입고 가임기가 돌아올 때만 기다릴 뿐이다. 센터에서는 시녀가 얼마나 축복받은 직업이며 노역장으로 끌려간 비여성은 얼마나 비참한 삶을 살고 있는지 끊임없이 세뇌한다. 하지만 이들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누군가의 아내이자 어머니였고 직장생활을 통해 경제활동을 하던 여성들이다. 순식간에 바뀌어버린 삶을 대체 어찌 받아들일 수 있단 말인가.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그 일상이 이젠 돌이킬 수 없는 지나간 추억이 되었다. 총을 앞세운 무력 앞에 더는 미래를 꿈꿀 수 없다. 작가는 대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모든 것이 금지된 상황에서도 일탈을 꿈꾸는 고위층 관료와 생식 수단을 가장한 성 노리개로 전락한 여성의 모습에 분노가 치민다. 정말 여성은 늘 약자일 수밖에 없을까? 고위 관리의 아내로 살아가는 여인의 삶 또한 비참하긴 마찬가지다. '의례'라 불리는 짝짓기 행위로 시녀를 범하는 남편의 모습을 지켜보는 그녀들의 속을 까맣게 타다 못해 피눈물을 흘릴 테니까. 생각할수록 화가 치미는... 이런 상황을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다.

 

 

 

 글로 만난 세상보다 한층 더 실감난 덕분에 절망과 탄식이 가득했던 이 작품. 그간 몇 편의 그래픽 노블을 만났지만 이렇게 가슴을 파고든 책은 처음이다. 자극적이고 끔찍한 현실을 시각적으로 재현하고 인정할 수 없는 그 체계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목숨을 이어가는 시녀들의 절망적인 삶을 고스란히 전하는 놀라운 『시녀 이야기 그래픽 노블』. 소설, 영화 등 어느 형태로 만나도 특별한 작품이지만 이 그래픽 노블은 『시녀 이야기』라는 작품에 독보적인 존재감을 더해준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라도 새롭고, 몰랐다면 절대 잊지 못할 책이 될 거다. '죽기 전에 꼭...'이란 류의 분류와 리스트는 싫어하는 편이지만 이번만큼은 어쩔 수 없이 인정할 수밖에 없을 듯. 정말 꼭 읽어봐야 할 작품 『시녀 이야기 그래픽 노블』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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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랄발랄 하은맘의 십팔년 책육아 지랄발랄 하은맘의 육아 시리즈
김선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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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십팔년 책육아

지은이: 김선미

펴낸 곳: RHK / 알에이치코리아

 

 

 센 언니가 나타났다. 누가 뭐래도 똑 부러지게 자기 생각 이야기하며 욕도 잘하는 언니. 책 제목도 범상치 않다. 『십팔년 책육아』라니... 그래, 그 십팔 년이 예쁜 딸과 투덕거리며 육아한 햇수라는 건 분명 안다. 근데 '18년'이라고 욕하는 듯한 이 음성 지원은 뭐지? 왜 그런 사람이 있지 않은가. 욕을 해도 정겹고 싫지 않은, 정말 나 잘되라고 충고가 아닌 진짜 조언만 해주는 사람. 이 언니가 그런 느낌이다. 육아 강연 스타 강사이자 오렌지라이프 명예이사라는 김선미 작가, 일명 지랄 발랄 하은맘. 사교육 없이 홈스쿨링으로 열여덟 살 딸 하은이를 연세대학교에 보낸 책육아의 산증인이다. 호기심 왕성한 3살 꼬마 아가씨를 키우며 신세계를 경험하고 있는 나는 늘 아이의 필요와 욕구를 제대로 충족시켜주지 못해 마음이 무겁다. 책도 많이 읽게 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고 주변에 물어볼 곳도 없어 답답했는데, 이 책 덕분에 속이 후련! 김선미 작가는 어떤 책을 어떤 식으로 아이에게 노출하고, 어떻게 피가 되고 살이 되도록 이끌어야 할지 직접 경험하고 검증한 꿀팁만을 속사포처럼 방출한다. 말도 빠르고 기운도 넘치고 욕도 잘하니 제대로 따라가라면 정신 똑바로 차리고 집중하는 수밖에 없다.

 
 

 

《시끄럽고! 버텨! 견뎌!

끝까지 버틴 애미가 우승이야! - p62》

 

 

 이 언니 조교 출신인가? 빨간 모자에 선글라스 쓰고 호루라기 불며 지옥까지 쫓아올 것 같은 느낌. 갑자기 소름이 쫙 돋는다. 누구나 평생 떨어야 할 '지랄'의 총량이 있다면서 그 지랄 언제 떠는 게 낫겠냐고 아이가 어릴 때 뭘 하든 몸으로 부딪치며 다 받아주란다. 불만 없이 원하는 대로 다 해볼 수 있게 말이다. 사교육이나 불필요한 소비생활을 줄이고 그 돈은 차곡차곡 모아 해외 봉사 여행 같은 값진 체험에 쓰라는 그녀. 물건이 아닌 경험과 행복을 쌓는 데 돈을 쓰라는 소리다. 초중고, 모두 똑같이 걷는 교육 제도를 거부하고 학교에서 나와 책과 자연에서 터득하고 배운 하은이. 매일 영어 동화책을 읽고 반복적인 노출을 통해 타임지를 읽고 프리토킹이 가능한 실력을 쌓았다고 한다. 읽으면 읽을수록 똑소리 나는 딸내미. 내 딸도 아닌데 괜스레 뿌듯하고 대견하다. 이 책은 읽고 덮는 책이 아니라 직접 '하는' 책이라며 힘주어 말하는 센 언니, 김선미 작가. 과연 나는 이대로 따라 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서지만 정말 제대로 실천해보고 싶다. 간절히!

 


 

 

 

 

 

 

 

 


 

 

 

 

 

 

 

 책의 구성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면 이렇다. <1장, 사교육 시장에서 삥 뜯기지 마라> - 목에 핏대 세우고 열변을 토하는 작가. 욕 잘하는 언니한테 혼나는 기분이라 씁쓸하기도 하지만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팩트만 말하는 것이기에 이 기센 언니를 한번 믿어보고 싶다. 사교육에 돈 쓰지 말고 그 돈으로 책 사줄 것! 아이가 원치 않는 배움은 즉시 중단할 것! <2장, '인풋'에만 신경 써, 시간 금방 가> - 책육아의 꽃이 바로 '초등' 때다. 책 목록과 구체적인 방식을 제시하여 가장 건질 게 많은 부분. 책은 빌려보지 말고 사서 봐라! 언제든 읽을 수 있게! <3장, 아웃풋은 한꺼번에 터진다> -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성과에 지치면 그대로 끝. 결과는 뒤늦게 한 번에 터져 나오니 믿고 실천할 것! <4장, 엄마가 성장해야 아이도 성장해> - 내 아이의 전문가가 돼라. 무엇을 좋아하고 원하는지. 뇌에 양질의 영양분을 공급하기 위해 영양가 넘치는 집밥은 필수! 사교육 안 하고 아낀 돈으로 아이와 행복한 경험을 할 것. 시간, 공간, 사람... 나를 싸그리 바꿔 단 1분이라도 알차게 쓸 것!

 

 


 

 부록으로 함께 딸려온 책육아 실천 노트에는 날짜를 적는 란과 함께 '한글책, 영어책, 집중 듣기, 흘려 듣기, 실컷 놀기' 등의 항목 체크란이 마련되어 있다. 매일 하지 못해도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할 것. 김선미 작가는 하은이에게 어떤 요구도 하지 않고 집중 듣기 하나만 꼼꼼하게 챙겨 하도록 했다고 한다. 영어 CD를 틀어놓고 집중 듣기를 하다 보면 하은이는 어느새 스르르 잠들어버렸지만 그런 하루 이틀이 모여 지금의 당차고 똑똑한 하은이로 레벨업! 나 역시 사교육을 많이 시키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내 아이만 뒤처지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은 버릴 수 없다. 아이가 커가며 겪게 될 나의 오춘기와 성장통을 현명하게 헤쳐나가자 다짐하고 또 다짐. 『십팔년 책육아』는 한 번 읽고 책장에 꽂아둘 책이 아니라, 마음이 흔들릴 때나 어떻게 지도하는 게 옳은지 확인하고 싶을 때 그리고 심심할 때마다(?) 자주 꺼내 읽고 실천해야 할 책이다. 제대로 욕 먹고 혼났지만 후련하고 뿌듯한 이상한 책. 센 언니의 기운을 제대로 전수받은 기분이랄까? 오늘부터 당장 꼬마 아가씨에게 그림책 읽어주기 시작! 실천만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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