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보는 미술관 - 나만의 감각으로 명작과 마주하는 시간
오시안 워드 지음, 이선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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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혼자 보는 미술관

지은이: 오시안 워드

옮긴이: 이선주

펴낸 곳: RHK / 알에이치코리아

 

 

 

 어쩐지 서글퍼 보이는 한 청년이 관람객을 가만히 응시한다. 끝이 말려 올라간 동그란 모자에 하얀 옷을 입은 이 청년은 어떤 사연을 간직하고 있을까? 표지에 실린 작품의 이름은 《피에로》. 제목을 알고 나서야 파악한 그의 정체.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루돌프처럼 빨간 코를 키운 여느 광대의 모습과 너무 달라 다시 한번 찬찬히 바라보게 된다. 그림을 읽는 것이 아닌 보고 마음으로 느끼는 감상법. 『혼자 보는 미술관』은 부담감 없이 홀로 사색하며 그림을 제대로 음미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20세기 이전(1840년대~1890년대)의 위대한 작가를 다루는 이 책의 저자는 예술작품을 읽으려고 노력하기 전에 보는 법부터 익혀야 한다고 권한다. 고전 미술을 제대로 평가하는데 필요한 기술에 집중해보고 작품 앞에서 몸이 자연스럽게 반응하도록 내버려 둬라. 눈과 몸이 먼저 반응하고 그다음에 머리가 따라가도록 할 것. 그러면 우리는 비로소 그림을 읽지 않고 온전히 보게 된다. 머리를 굴리지 않고 마음으로 그림을 마주하자, 그림 속 주인공의 숨겨진 이야기가 마치 한 편의 소설처럼 펼쳐지는 듯하다.

 

 

 

 

 

 

 

 

 요하네스 베르메르 혹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라고 불리는 화가의 작품 《열린 창가에서 편지를 읽는 여인》. 세계에 단 몇십 점의 그림을 남긴 네덜란드 천재 화가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뭐라 말로 형용하기 힘든 아련함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 이 책의 저자가 권한 것처럼 그림을 찬찬히 살펴보자. 앙다문 입술, 경직된 어깨, 굳은 얼굴... 편지를 꼭 쥔 두 손에서 잔쯕 긴장한 채 번뇌하는 여인의 심리 상태를 알 수 있다. 활짝 열린 창은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뜻한다. 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이 방에 드리운 그림자로 인해 분위기가 한층 깊어지며 갈팡질팡 망설이는 여인의 마음을 더 진하게 드리운다.

 

 

 

 

 

 

 

 

 

 평범한 것에 아름다움을 부여하며 거의 실제라고 느껴질 만큼 사실적으로 물건을 묘사한 장 밥티스트 시메옹 샤르댕. 《물컵과 커피포트》란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손에 잡힐 듯 가만히 놓여 있는 모습에 몇 번이고 그림을 쓰다듬게 된다. 무심코 지나가는 일상의 소소한 순간을 화폭에 담아낸 화가. 종교화나 인물화도 좋지만, 때론 고즈넉하고 정갈한 느낌을 풍기는 정물화도 참 좋은 듯하다. 커피포트를 손에 쥐고 진하게 내린 커피를 한 잔 쭉 따르고픈 마음.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생각하고, 원하는 대로 그림에 파고드니 이번 감상을 뭔가 색다르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데 그림 공부 역시 예외는 아니다. 알고 보면 더 재밌고 신비롭지만 일단 알고 나면 더 열심히 공부하여 많은 걸 보고 이해하고 싶은 욕심. 『혼자 보는 미술관』은 독자가 서둘지 않고 자신만의 템포로 천천히 그림을 받아들이도록 이끈다. 작품에 담긴 외로움, 분노, 슬픔, 기쁨, 쾌락, 고통, 번뇌, 행복, 황홀함, 고독, 성스러움 등등 다양한 감정을 살피고 공감하며 가슴으로 그림을 보는 시간. 명화 감상이 늘 어렵게만 느껴지는 초보자들에게 따스한 격려와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주는 『혼자 보는 미술관』. 해박한 지식을 지닌 전문가가 아니더라고 초보자의 위치에서 즐겁고 의미 있게 작품을 즐길 수 있게 이끌어 주어 마음에 쏙 드는 책이다. 멀지 않은 날에 이 책을 옆에 끼고 홀로 미술관을 거닐 순간을 꿈꾸며 뿌듯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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