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녀 이야기 그래픽 노블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르네 놀트 그림, 진서희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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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시녀 이야기 그래픽 노블

원작 소설: 마거릿 애트우드

그림 및 각색: 르네 놀트

번역: 진서희

 

 

 

 

 

 

《대재앙 후, 대통령을 사살하고 의회에 기관총을 난사한 군대가 계엄령을 선포했다.

 ......

 신문사는 검열을 받았고 몇몇은 폐간되었다. 보안상의 이유라고 했다.

 바리케이드가 세워지고 통행증이 생겼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 모두가 동의했다.

 ......

 모든 여성은 직장에서 쫓겨나고 경제활동을 할 수 없게 되었다.

 하루아침에 바뀐 세상은 마치 오래전에 준비했다는 듯

 평범한 일상을 좀먹듯이 잡아먹고

 여성 대다수가 그저 씨받이 노릇을 하는 '시녀'로 전락한다.

 시녀가 되기를 거부하며 체제에 맞서면 '비여성'으로 분류되어 노역장으로 끌려가 서서히 목숨을 잃게 되는데...

 ......

 그녀들에게 미래란 없다.》

 

 


 맨부커상을 최초로 두 번이나 거머쥔 마거릿 애트우드의 대표작 『시녀 이야기』. 그 작품을 소설이 아닌 그래픽 노블로 만났다. 글을 읽고 상상했던 현실보다 더 비참하고 참혹한 실상. 날 때부터 시녀는 아니었던 그녀들의 이야기. 처참하게 바뀐 현실을 인정하고 삶이 아닌 목숨을 이어가는 그녀들의 심정을 나는 감히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두근두근 가슴이 떨리고 명치가 턱 막힌 느낌. 어둡고 탁한 잿빛 하늘이 그저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울 것만 같은 나날. 생각하고 이해하고 느끼려고 할수록 자꾸만 파고드는 괴로움에 객관적인 시각으로 작품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 이건 정말 옳지 않다. 하지만 언젠가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 아니,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는 일. 권력을 거머쥔 인간의 광기는 대체 어디까지 치닫는 걸까? 전체주의를 넘어서 하나의 소모품으로 인권을 유린당한 사람들의 이야기. 그 중심에 시녀들이 있다.

 

 

 

 

 

 

 

 

 

The handmaid's tale

The Graphic No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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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녀 이야기

그래픽 노블

 


 

 

 시녀인 주인공의 삶엔 아무것도 없다. 예쁘게 치장하고 연애하며 가정을 꾸릴 권리 등 평범하고 당연한 모든 것을 거부당한 채 시녀를 정의하는 빨간색 옷을 입고 가임기가 돌아올 때만 기다릴 뿐이다. 센터에서는 시녀가 얼마나 축복받은 직업이며 노역장으로 끌려간 비여성은 얼마나 비참한 삶을 살고 있는지 끊임없이 세뇌한다. 하지만 이들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누군가의 아내이자 어머니였고 직장생활을 통해 경제활동을 하던 여성들이다. 순식간에 바뀌어버린 삶을 대체 어찌 받아들일 수 있단 말인가.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그 일상이 이젠 돌이킬 수 없는 지나간 추억이 되었다. 총을 앞세운 무력 앞에 더는 미래를 꿈꿀 수 없다. 작가는 대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모든 것이 금지된 상황에서도 일탈을 꿈꾸는 고위층 관료와 생식 수단을 가장한 성 노리개로 전락한 여성의 모습에 분노가 치민다. 정말 여성은 늘 약자일 수밖에 없을까? 고위 관리의 아내로 살아가는 여인의 삶 또한 비참하긴 마찬가지다. '의례'라 불리는 짝짓기 행위로 시녀를 범하는 남편의 모습을 지켜보는 그녀들의 속을 까맣게 타다 못해 피눈물을 흘릴 테니까. 생각할수록 화가 치미는... 이런 상황을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다.

 

 

 

 글로 만난 세상보다 한층 더 실감난 덕분에 절망과 탄식이 가득했던 이 작품. 그간 몇 편의 그래픽 노블을 만났지만 이렇게 가슴을 파고든 책은 처음이다. 자극적이고 끔찍한 현실을 시각적으로 재현하고 인정할 수 없는 그 체계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목숨을 이어가는 시녀들의 절망적인 삶을 고스란히 전하는 놀라운 『시녀 이야기 그래픽 노블』. 소설, 영화 등 어느 형태로 만나도 특별한 작품이지만 이 그래픽 노블은 『시녀 이야기』라는 작품에 독보적인 존재감을 더해준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라도 새롭고, 몰랐다면 절대 잊지 못할 책이 될 거다. '죽기 전에 꼭...'이란 류의 분류와 리스트는 싫어하는 편이지만 이번만큼은 어쩔 수 없이 인정할 수밖에 없을 듯. 정말 꼭 읽어봐야 할 작품 『시녀 이야기 그래픽 노블』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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