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혼령 : 조선혼인금지령 1
천지혜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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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금혼령

지은이: 천지혜

펴낸 곳: RHK / 알에이치코리아

 

 

 

 코로나19로 고통스러운 나날이지만, 그래도 어김없이 봄은 온다. 두꺼운 겨울옷을 벗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꽃놀이하러 다닐 이 순간에 답답한 마스크에 집콕이 웬 말인가. 집 앞에서 하나둘 꽃봉오리를 터트리고 있는 예쁜 꽃을 보며 잠시 마음을 달래본다. 그리고 오늘 그 꽃과 참 잘 어울리는 예쁜 소설을 읽었다. RHK 출판사의 『금혼령』. 몇 년 전에 출간됐던 인기 웹소설 금혼령이 예쁜 표지를 입고 다시 출간됐다고 한다. 별점 9.9짜리 웹툰의 원작이라고 하는데 늦게라도 이렇게 만나게 되어 반가운 마음!

 

 

 

 이런 청천벽력 같은 상황이 있나! 정치적 음모로 인해 세자빈이 교살당하고, 새로운 빈을 뽑기 위해 아무도 혼인할 수 없는 금혼령이 내려진다. 자그마치 7년! 피 끓는 청춘들의 원성이 자자한 가운데, 세자는 죽은 세자빈을 잊지 못하고 어느 여자도 가까이하지 않는다. 한편, 소설의 여주인공 현선은 버드나무집 도령 신원과 혼인을 앞두고 계모가 보낸 자객에게 목숨을 잃을뻔한다. 우여곡절 끝에 살아난 그녀는 신분을 숨긴 채 사기꾼 예소랑으로 살아가며 7년이 지난 어느 날 한양으로 돌아온다. 혼인 전날 훔쳐본 예비 신부 현선을 잊지 못하는 신원은 그 사이 무관이 되어 의금부 도사가 되었다. 7년 전에 벌어진 사건들이 세월이 흘러도 정리되지 않은 채 이 청춘남녀의 운명을 뒤흔든다. 죽은 세자빈을 잊지 못해 임금이 되어서도 여전히 혼자인 왕으로 인해 금혼령이 이어지는 가운데, 예소랑은 임금의 마음을 풀어주어 조선 땅에 혼인의 기쁨을 선사할 수 있을까? 예소랑을 사이에 둔 임금과 신원의 사이는 어떻게 진행될지! 예소랑 아니 현선의 마음은 누구에게로?

 

 

 

 읽는 내내 주연배우를 누구로 하면 좋을지 생각하느라 머리가 팽글팽글. 세자도 신원도 꽃미남이고 현선도 절세가인이어야 할 터. 물망에 오른 배우 몇몇을 생각하며 이야기에 덧입혀 읽으니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다. 가끔 아슬아슬하게 유치하기도 하지만 스리슬쩍 경계를 넘지 않고 제자리로 돌아와 소설의 매무새를 다듬는다. 마치 눈앞에 그려지는 듯한 생생한 묘사와 봄바람처럼 살랑이며 사람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이 소설은 정말 요물! 이건 드라마로 제작하기 위해 쓴 소설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읽다 보면 책이 아닌 영상이 두둥실 떠오른달까? 어쩜 출간 시기도 이렇게 잘 맞췄는지 봄에 읽으면 딱 좋은 책! 품절이었던 종이책이 다시 풀린 만큼 그 인기는 이미 보증된 게 아닌가 싶다. 2권과 3권에서는 어떤 내용이 이어질지 다음 주 본방송을 기다리는 것처럼 마음이 조급하고 설레는데... 휴, 이거 기다릴 수 있을까? 완결까지 정주행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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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나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 (리커버 에디션)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21세기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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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때, 나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

글: 정여울

사진: 이승원

펴낸 곳: 21세기북스


 

 

 내가 아닌 다른 이유로 인해 괴로운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잘 버티고 있다고 스스로 다독이고 잘하고 있다고 응원하다가 말도 안 되게 한순간에 무너져 울어버리기도 한 요즘... '나'라는 존재는 이대로 희미해지다 세상에 먼지가 될 것만 같아 한없이 작아지고 또 작아졌던 수많은 밤. 무기력해진 건지 책 읽기도 예전 같지 않아서 신간 소식에 어두웠는데 좋아하는 마음이 끌어당긴 걸까? 정여울 작가의 『그때, 나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이 리커버 판으로 새롭게 출간된 걸 알고 두근두근 심장이 뛰었다. 책을 품에 안기까지 기다림마저 설렜던 순간들, 책을 다 읽고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나는 조금 울었다. 내가 잊고 있던 온전한 나를 다시 만난 것 같아서 그리고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이 길고 어두운 터널에도 언젠가는 한 줄기 빛이 비칠 거라는 희망에 행복했다.


 


 정여울 작가의 『그때, 나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은 정말 특별한 에세이다. 20대의 심장 터질듯한 연애 감성이나 육아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풀어내는 엄마의 푸념, 그따위로 살지 말라며 욕하는 욕쟁이 할매, 살기 어려워도 살아내라며 응원하는 여느 에세이들과는 결이 다르다고 할까? '나이 서른에 통장 잔고가 0원'이라는 비참함과 걱정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제법 긍정적으로 흐른다. 현실과 꿈이라는 두 가지 상황에서 당장 쓸 생활비보다는 꿈을 선택했다는 그녀. 글을 쓰고 싶다는 그 간절함과 굳센 결심 덕분에 이 소중한 글을 지금 내가 읽고 있다. 매일매일 더 나은 자신과 만나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면 그 소중한 하루가 모여 '내 나이'와 '나다움'을 만들어 갈 거라는 말에 가슴이 뭉클해져 눈물이 찔끔. 지금 괴롭게 흘러가는 하루가 부디 마음마저 병들게 하지 않기를, 단 1시간이라도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기도하며 상처받은 나를 보듬고 또 보듬었다. 익숙해져 버린 존재들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말고 때로는 포기하는 것이 더 나은 지혜임을 인정하며 꼭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평생의 강박관념으로부터 자유를 찾았다는 그녀의 영혼은 한없이 순수하고 아름다워 큰 감동을 선사한다.

 

 

 

 

 

 

 

 지금은 크고 대단해 보이는 정여울 작가마저 취직하지 못했다는 자괴감과 마음처럼 되지 않는 인생에 괴로워한 시절이 있었음을, 그 순간을 마음의 병으로 곪게 하지 않고 불안하고 힘든 순간에서도 글쓰기를 놓지 않았음을 알게 되니 대단한 위로를 받은 기분이었다. 20대보다 행복한 일이 많았기 때문에 30대를 떠나보내는 게 아쉽다는 그녀. 지금 그녀의 40대는 또 어떤 멋진 순간을 맞이하고 있을까? 정여울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은 '우리의 30대는 왜 이토록 힘든 것일까' 고민하는 이들에게 외로울 때마다 주머니 속 다정한 벗이 되어 줄 거다. 어쩜 이렇게 멋있는 문장을 써내는지, 정말 이분은 천생 작가. 어쩌면 이 책을 너무 늦게 만난 건 아닌지 아쉬움이 앞서지만, 줄어드는 게 안타까워 아껴가며 읽었던 순간을 떠올리자 그때의 행복과 평안함이 다시 떠오른다. 그래, 지금이라도 알았으면 됐지. 바쁘다는 핑계로 컵라면이나 빵으로 내 몸을 망치고 있었는데, 오늘은 반성하며 정성스레 밥을 차려 먹었다. 이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아내이자 엄마가 아닌 온전한 나일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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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구하기 - 삶을 마냥 흘려보내고 있는 무기력한 방관주의자를 위한 개입의 기술
개리 비숍 지음, 이지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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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내 인생 구하기

지은이: 개리 비숍

옮긴이: 이지연

펴낸 곳: 웅진 지식하우스

 

 

 

 지금도 가끔 중학교 3학년 시절 담임선생님 말씀이 떠오르곤 한다. '작심삼일도 100번만 하면 1년이다.' 한창 열심히 공부하며 계획적으로 살아야 할 우리에게 해주신 그 진심 어린 충고가 강산이 두 번 바뀐 지금까지 잊히지 않는다. 과연 나는 선생님 말씀처럼 살아보긴 했을까? 습관과 게으름을 이겨내라고 타이르고 격려하는 책은 무수히 많다. 20대에 미치도록 읽었던 자기계발서는 사실 내게 큰 자양분이 되어주진 못한 듯하다. 하지만 누군가의 위로와 응원 그리고 따끔한 꾸지람이 필요해서 였을까? 한참 읽지 않았던 이런 책들에 다시 손이 가기 시작한다. 게으름을 이겨내고 삶에 원동력을 주는 <시작의 기술>이란 책으로 큰 사랑을 받은 개리 비숍의 신작 『내 인생 구하기』! 사춘기 소녀처럼 종잡을 수 없는 내 마음이 삐걱거리지 않게 이 책으로 정성스레 기름칠을 해줬다!

 

 

 

'나는 당신의 과거에 관심이 없습니다.

그러니 당신도 과거에 관심을 갖지 마세요.'

 

 

 역시 개리 비숍의 글은 시작부터 카리스마가 철철 넘친다. '과거에는 신경 꺼!'라고 충고하며 현재와 앞으로의 삶에 집중하라는 그는 모든 인간의 중심엔 헛짓거리가 있다고 꼬집는다. 카펫 밑에 슬쩍 감춰둔 감정의 바퀴벌레들을 풀어버리고, '척'이 아니라 진짜 그렇게 되도록 만들자는데... 음, 그렇다. 역시 문제의 근원도 해결책도 모두 나에게 달려 있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잠재력에 눈을 뜨자. 목표를 세우라고 할 줄 알았는데 그냥 막연히 꿈만 꾸며 바라는 건 환상이고 미끼라니, 갑자기 밀려드는 배신감! 부모 탓하지 말고 올바른 선택으로 원하는 삶을 쟁취하라는 지은이. 이 사람 참 얄밉지만 옳은 말만 쏙쏙 골라서 날린다.

 

 

 

 책을 덮은 후에도 계속 귓가에 맴도는 질문 하나. '나의 미래는 지금 당장 무엇을 하라고 말하는가?' 그 답이 뭐가 되었든 당장 하라. 자신을 방해하는 모든 헛짓거리에서 벗어나 주인 의식을 발휘해 나를 깨울 것. 실수하고 망칠지라도 내가 설계한 미래를 존중하고 계속 나아가라고 그는 힘주어 말한다. 미래는 이미 도착했으니 그 미래를 드러내기 위해 무얼 할 거냐는 물음에 며칠 동안 고민했지만 아직은 해답을 찾지 못한 듯하다. 인생의 모든 해답을 알려주는 책이 있다면 그건 거짓말일 거다. 이 책 『내 인생 구하기』 역시 팁은 줄지언정 정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나이도 사는 곳도 정신 상태도 다 다른 우리에게 어떻게 하나의 정답이 존재할까? 그런데도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긍정적인 에너지로 끊임없이 활력을 북돋워 주고 나의 부끄러운 면을 탓하고 욕하기보단 그 역시 나임을 인정하고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이끌어주기 때문이다. 같이 있으면 신나고 기분 좋은 사람, 기운이 넘치고 뭔가 잘 풀릴 것만 같은 그럼 느낌. 나에겐 이 책 『내 인생 구하기』가 그랬다. 쉬어가는 두부처럼 무기력하게 무너지는 날, 발가락으로 간신히 들어 올리는 한이 있더라도 이 책은 또 읽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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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쉬운 세계사
천레이 지음, 김정자 옮김 / 정민미디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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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세상에서 가장 쉬운 세계사

지은이: 천레이

옮긴이: 김정자

펴낸 곳: 정민미디어

 

 학창 시절 문과였던 나는 다양한 사회과 과목을 배웠다. 한국 지리, 세계 지리, 한국사, 사회문화 등등. 그중에서 꽤 재밌게 공부했던 건 한국사와 세계사. 당시 선생님이 워낙 재밌는 분이기도 했지만, 까마득한 그 옛날 이 세상 곳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고 어떻게 지금의 나라로 이어져 왔는지 도깨비방망이에서 끊임없이 쏟아지는 금은보화처럼 이어지고 또 이어지는 세계의 역사가 참 재밌었다. 하지만 그 양이 너무 방대해서일까? 아니면 내신 성적을 따기 위해 시험 범위만 조각조각 열심히 공부한 탓일까? 일부 세부적인 시대와 상황은 기억나지만 전체적인 그림이 전혀 그려지지 않는다. 이름이 익숙한 고대 도시 혹은 나라들이 현재 어느 나라 위치에 있었는지, 여러 영화 소재로 사용된 역사 장면들은 어느 시대의 누구 것인지 알쏭달쏭 헷갈리는 상황. 그 궁금증의 상당 부분이 이번에 읽은 책 『세상에서 가장 쉬운 세계사』 덕분에 해소되었다.

 

 

 

 책의 구성을 살펴보면, 맥없이 무너진 유럽의 역사 (그리스와 로마, 암흑의 중세, 바다로 나간 유럽), 가려진 역사 (영화 300), 십자군 3대 기사단, 진정한 캐리비안의 해적, 미국의 과거 (독립전쟁, 남북전쟁, 하나님이 보우하는 미국), 단숨에 읽는 일본의 역사...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 그리스 시절부터 순식간에 시대별로 훑고 지나가니 재밌다고 방심했다간 맥락을 놓치기 십상. 하지만 바꿔말하면 조금만 집중해도 전반적인 역사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 상당히 유용하다. 그동안 궁금했거나 생각지도 못했던 사실을 단 몇 줄로 이해시켜주는 족집게 강사 같은 지은이! 정말 대단하다.

 

 

 

 

 

 

 

 

 누군가 로마 얘기를 하면 그 로마가 로마 왕정, 로마 공화정, 로마제국 중에 뭘 말하는지 일단 물어보라고 한다. 로마면 로마지, 뭔가 다른가 보다. 마지막 왕의 망나니 아들을 끌어내린 후 시작된 로마 왕정, 권력 분산을 위해 공동정치 체계를 마련한 로마 공화정, 종신 독재자가 등장하며 황제처럼 행세하여 시작된 것이 바로 로마제국이라고 한다. 훗날 동로마와 서로마로 나뉜 로마제국. 서로마가 멸망하고 르네상스가 시작되기 전까지의 약 천 년이 바로 중세시대라고 한다. 재밌게 봤던 영화 <300>은 페르시아와 스파르타가 죽도록 싸웠다는 건 알았지만, 정확한 상황은 몰랐는데 이번에 확실히 정리했다. 십자군 3대 기사단과 '13일의 금요일'이 생긴 사건, 캐리비안의 해적이 나타난 배경, 원주민에게서 빼앗은 땅에 세운 미국의 역사, 그리고 그간 접할 일이 별로 없었던 일본의 역사까지. 이 책 『세상에서 가장 쉬운 세계사』는 참 알차다.

 

 

 

260여 페이지의 책을 다 읽는데 1시간 남짓 걸렸을까? 주제를 잘 표현한 그림과 한눈에 쏙 들어오는 요약 설명 덕분에 전체적인 맥락을 쉽게 파악할 수 있어 좋았다. 재밌는 일러스트도 묘미지만 우리가 평소 종종 접했던 영화나 풍습 등을 예로 들어 관련된 역사를 설명해주니 이해력 급상승! 역사 수업에서 진실을 전달하는 것 다음으로 중요한 게 바로 전달 방식 아닐까? 역사를 전공하진 않았지만, 연극 전공의 장점을 살려 맛깔나는 수업을 펼치는 설민석 선생님처럼 이 책의 지은이 천레이 역시 쉽고 재밌게 역사를 전한다. 듣고 보는 사람의 입장을 고려하여 친절하고 흥미롭게 책을 쓰려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서 엿보이는 『세상에서 가장 쉬운 세계사』! 세세하고 깊이 있는 지식까지 담진 못했지만, 세계사의 전반적인 흐름과 맥락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멋진 책!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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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밤에 읽는 만화 그리스 로마 신화
김원경 지음 / 씨네21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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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야밤에 읽는 만화 그리스 로마 신화

지은이: 김원경

펴낸 곳: 씨네21북스

 

 

 

 오디세이아와 같은 고대 대서사시, 별자리 이야기, 어린이용 만화 그리스 로마 신화,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등 다양한 형태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접해봤지만 B급 감성이 제대로 살아 있는 성인용 만화 그리스 로마 신화는 처음이다. 뭐 이런 책이 다 있담? 제목을 다시 제대로 살펴보자. 『야밤에 읽는 만화 그리스 로마 신화』. 대체 왜 야밤에 읽어야 할까? 책을 조금만 봐도 그 이유는 바로 알 수 있다. 적나라하진 않지만 뭔가 야한 듯하면서 얼굴이 붉어지는 그런 만화. 제우스가 얼마나 바람둥이 망나니였는지 익히 알고 있기에 그 수위는 절로 상상이 가능할 듯. 전지전능한 불사의 신들이 인간보다 더한 질투와 욕망을 펼치는 다양한 사건은 언제봐도 흥미롭다.

 

 

 

 

 시작은 여느 책과 비슷하다. 신들의 탄생과 괴물 열전, 아비에게 돌을 먹여 형제를 토해내게 한 후 신들의 왕이 된 제우스, 올림포스의 다양한 신, 제우스의 막무가내 씨뿌리기, 신의 노여움 혹은 사랑을 듬뿍 받은 인물들, 팝콘이 쏟아지는 신들의 삼각관계, 반인반신인 인간 영웅들. 다 어디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내용. 그도 그럴 것이 그리스 로마 신화는 이미 전해져 내려오는 것인데 내용을 바꿀 수는 없는 일. 그럼 이 책의 특별한 점은 무엇일까? 바로 생생한 표현과 탁월한 전달력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가장 칭찬하고 싶은 건 앞서 말했던 B급 감성! 책이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사람도 이 책이라면 분명 깔깔거리며 재밌게 읽을 게 확실하다!

 

 

 

 

 

 

 

 

 

 약속장소에서 연인을 기다리다 사자를 피해 동굴로 숨은 여인, 여인이 흘린 옷을 물어뜯는 사자를 발견하고 여인의 죽음을 슬퍼하며 단검으로 목숨을 끊은 남자. 퓌라모스와 티스베의 이야기를 셰익스피어의 유명한 작품 <로미오와 줄리엣>에 빗대어 설명하니 이해가 쏙쏙! '하여간 지들끼리 잘 먹고 잘 살았단다' 등의 재치 넘치는 마무리 문구와 적재적소에 배치한 유머가 찰떡같이 맞아떨어져 얼마나 배꼽 잡고 웃었던지. 세상에, 이렇게 재밌는 그리스 로마 신화는 처음이다. 이 책은 신화를 처음 접하는 입문서나 쉬어가는 복습서 혹은 최종 정리로 읽는 요약본 등 어떤 용도로도 정말 최고! 읽고 또 읽고 다시 읽어도 너무 재밌었던 『야밤에 읽는 만화 그리스 로마 신화』 강력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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