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나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 (리커버 에디션)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21세기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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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때, 나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

글: 정여울

사진: 이승원

펴낸 곳: 21세기북스


 

 

 내가 아닌 다른 이유로 인해 괴로운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잘 버티고 있다고 스스로 다독이고 잘하고 있다고 응원하다가 말도 안 되게 한순간에 무너져 울어버리기도 한 요즘... '나'라는 존재는 이대로 희미해지다 세상에 먼지가 될 것만 같아 한없이 작아지고 또 작아졌던 수많은 밤. 무기력해진 건지 책 읽기도 예전 같지 않아서 신간 소식에 어두웠는데 좋아하는 마음이 끌어당긴 걸까? 정여울 작가의 『그때, 나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이 리커버 판으로 새롭게 출간된 걸 알고 두근두근 심장이 뛰었다. 책을 품에 안기까지 기다림마저 설렜던 순간들, 책을 다 읽고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나는 조금 울었다. 내가 잊고 있던 온전한 나를 다시 만난 것 같아서 그리고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이 길고 어두운 터널에도 언젠가는 한 줄기 빛이 비칠 거라는 희망에 행복했다.


 


 정여울 작가의 『그때, 나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은 정말 특별한 에세이다. 20대의 심장 터질듯한 연애 감성이나 육아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풀어내는 엄마의 푸념, 그따위로 살지 말라며 욕하는 욕쟁이 할매, 살기 어려워도 살아내라며 응원하는 여느 에세이들과는 결이 다르다고 할까? '나이 서른에 통장 잔고가 0원'이라는 비참함과 걱정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제법 긍정적으로 흐른다. 현실과 꿈이라는 두 가지 상황에서 당장 쓸 생활비보다는 꿈을 선택했다는 그녀. 글을 쓰고 싶다는 그 간절함과 굳센 결심 덕분에 이 소중한 글을 지금 내가 읽고 있다. 매일매일 더 나은 자신과 만나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면 그 소중한 하루가 모여 '내 나이'와 '나다움'을 만들어 갈 거라는 말에 가슴이 뭉클해져 눈물이 찔끔. 지금 괴롭게 흘러가는 하루가 부디 마음마저 병들게 하지 않기를, 단 1시간이라도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기도하며 상처받은 나를 보듬고 또 보듬었다. 익숙해져 버린 존재들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말고 때로는 포기하는 것이 더 나은 지혜임을 인정하며 꼭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평생의 강박관념으로부터 자유를 찾았다는 그녀의 영혼은 한없이 순수하고 아름다워 큰 감동을 선사한다.

 

 

 

 

 

 

 

 지금은 크고 대단해 보이는 정여울 작가마저 취직하지 못했다는 자괴감과 마음처럼 되지 않는 인생에 괴로워한 시절이 있었음을, 그 순간을 마음의 병으로 곪게 하지 않고 불안하고 힘든 순간에서도 글쓰기를 놓지 않았음을 알게 되니 대단한 위로를 받은 기분이었다. 20대보다 행복한 일이 많았기 때문에 30대를 떠나보내는 게 아쉽다는 그녀. 지금 그녀의 40대는 또 어떤 멋진 순간을 맞이하고 있을까? 정여울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은 '우리의 30대는 왜 이토록 힘든 것일까' 고민하는 이들에게 외로울 때마다 주머니 속 다정한 벗이 되어 줄 거다. 어쩜 이렇게 멋있는 문장을 써내는지, 정말 이분은 천생 작가. 어쩌면 이 책을 너무 늦게 만난 건 아닌지 아쉬움이 앞서지만, 줄어드는 게 안타까워 아껴가며 읽었던 순간을 떠올리자 그때의 행복과 평안함이 다시 떠오른다. 그래, 지금이라도 알았으면 됐지. 바쁘다는 핑계로 컵라면이나 빵으로 내 몸을 망치고 있었는데, 오늘은 반성하며 정성스레 밥을 차려 먹었다. 이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아내이자 엄마가 아닌 온전한 나일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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