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흔들리는 중입니다 - 산책길 들풀의 위로
이재영 지음 / 흐름출판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제목: 오늘도 흔들리는 중입니다

지은이: 이재영

펴낸 곳: 흐름출판




인문학, 자기계발, 글쓰기, 경영, 건강, 교양, 투자 등등 다양한 분야에서 삶의 질을 높여주고 영혼을 채워주는 좋은 책들! 그런 선물 같은 책을 선사하는 흐름출판의 또 다른 주력 분야는 에세이다! 흐름출판의 에세이에는 소박한 일상의 행복과 인생을 단단하게 해주는 응원 그리고 누구에게나 간절히 필요한 위로와 공감이 담겨 있다. 그래서인지 읽고 나면 다가올 앞으로의 나날을 잘 꾸려낼 힘이 불끈 솟아오른다! 이번에 만난 에세이 『오늘도 흔들리는 중입니다』 역시 참 좋았다. 코로나 19가 할퀴고 간 일상에서 잠시나마 오롯이 책에 집중하며 평온하게 보낸 오후. 그 시간이 있었기에 또 한동안 기운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실은 프롤로그에서부터 마음을 뺏겼다. 마흔이라는 나이. 40이라는 숫자. 마흔이란 흔들리는 나이라 괜찮지 않다고 생각했던 이재영 작가는 여행을 다녀온 후 다시금 그 나이를 곱씹어본다. 삶의 후광이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던 시절. 하지만 마흔을 지나는 건 산책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일과 같고 마흔 이후의 삶은 조명이 꺼지고 암전되는 게 아니라, 단 하나의 핀 조명이 남아 불필요한 요소들이 사라지고 비로소 자신에게 몰입하게 되는 때라고 한다. 곧 다가올 마흔을 준비하고 있는 시점이라 더 와닿았던 이야기. 40대에는 다르게 살아보고 싶어서 군살, 불필요한 물건, 인간관계를 정리하기로 마음먹은 나는 은근히 소소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프롤로그의 저 한 마디에 거짓말처럼 마음이 괜찮아졌다. 김치를 사 먹는다는 소문이 퍼져 이웃들이 너도나도 김치를 챙겨준다는 이야기에서 선물의 의미가 무엇인지 새삼 생각해본다. 아무 보답도 바라지 않고 그저 상대에게 해주고 싶어 건네는 소박한 마음.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고 순수하게 나누는 마음이 그저 좋아서 내가 김치를 받은 것도 아닌데 김치 부자가 된 듯 입에 침이 고인다. 소원하게 지내다가 타국에서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아버님 이야기,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커 가는 딸, 글로 먹고살며 울고 웃은 추억까지. 작가님의 의미 있고 소중한 인생에 귀 기울일 기회를 얻어 행운이었다.









에세이라는 장르는 참 신기하다. 누군가의 인생을 합법적으로 훔쳐볼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 워낙 사건사고가 많은 세상이라 관음증을 연상하게 하는 훔쳐본다는 그 단어가 책, 특히 에세이에서만큼은 어린 시절 돌담 넘어 아버지가 언제 오시나 하염없이 바라보던 꼬마 아이의 순수함처럼 정겹고 따스하게 다가온다. 산책길에서 만난 들풀과 아름다운 풍경, 일상의 소중한 순간을 사진으로 담고 글로 써 내려간 이 책은 글이 아닌 대화를 나누는 듯 더 가깝게 느껴진다. 친한 언니를 오랜만에 만나 그간 어떻게 지냈는지 묻고 나의 안부도 전하며 도란도란 함께하는 시간처럼! 날씨까지 화창해서 더 완벽했던 어느 날 오후를 이 책과 함께해서 참 좋았다. 문득, 가족과 친구들이 참 보고 싶어지기도... 끝을 알 수 없는 코로나와의 싸움에 지친 요즘, 잠시지만 마음의 평화를 얻고 싶은 분들께 『오늘도 흔들리는 중입니다』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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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 북클럽 - 우리 아이 책과 평생 친구가 되는 법
패멀라 폴.마리아 루소 지음, 김선희 옮김 / 윌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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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난생처음 북클럽

지은이: 패멀라 폴, 마리아 루소

옮긴이: 김선희

부록: 한미화

펴낸 곳: 윌북




 느즈막이 낳은 예쁜 공주님과 아웅다웅 다투며 살아가는 나는 아이 엄마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마음은 앞서지만 어느 하나 제대로 아는 게 없는 서툰 초보 맘이라고나 할까. 아이의 감정을 읽고 원하는 걸 내어주고 본업에 집안일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늘 걱정하고 마음 쓰는 부분이 바로 아이의 책 읽기다. 잠자리 독서가 그렇게 좋다고 하는데 함께 침대에 앉아 동화책 한 번 읽어주기가 이렇게 힘들 줄이야. 앞서 말했듯이 마음만 앞서는 초보 엄마인 나는 우리 아이가 책을 아끼고 좋아하게 되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 이렇다 할 환경 조성이나 노력을 하지 못했다. 육아 지침서처럼 아이를 책으로 이끌어줄 유아 독서 지침서가 절실히 필요했다. (난 모든 걸 책으로 배우는 사람이므로!) 아니, 그런데 이런 내 마음을 누가 훔쳐본 걸까? 거짓말처럼 마침맞게 만나게 된 윌북 출판사의 『난생처음 북클럽』. 가뭄 끝에 내린 단비처럼, 끝없이 쏟아지던 빗줄기 후에 비친 한 줄기 햇살처럼 너무도 반가운 책이었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세계 최고의 서평지 <뉴욕 타임스 북 리뷰>의 편집장인 패멀라 폴과 어린이 책 편집자로 활동 중인 전직 기자 마리아 루소의 노하우가 담긴 이 책은 0세부터 18세까지 각 시기에 읽으면 좋을 590권의 책을 소개한다. 여기서 돋보이는 윌북 출판사의 센스! 한미화 출판 칼럼니스트가 추천하는 국내 도서 50권이 오직 한국 독자들을 위한 한국판에만 추가 수록되었다. 외국 동화책도 좋지만, 국내 작가들의 아름답고 좋은 책도 만날 좋은 기회! 성인이 되기 직전까지 나이별로 아이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수록되어 있지만, 역시나 내게 가장 필요한 3, 4세의 독서 지도법에 가장 주목하며 재독을 거듭했다. 독서는 일종의 '삶의 준비'이며 책 읽기를 즐겁게 만드는 게 부모의 임무라는 저자의 말씀에 격하게 공감하며 공부하듯이 집중! 아이를 책 읽는 사람으로 키우기 위한 목표를 세우고 환경을 조성하면, 그 길이 바로 아이가 자신의 운명을 통제하는 사람이 되게 하는 길이라고 한다. 자녀를 책 읽는 아이로 키우고 싶으면 부모부터 책을 읽어야 하고, 아이의 취향을 존중하며 언제든 읽을 수 있게 외출 시에도 책을 챙길 것. 집에 책이 많아야 읽을 가능성이 높고, 해마다 아이 생일에 특별한 책을 한 권씩 선물해서 하나뿐인 컬렉션을 만들어 주어도 좋다. 가르침을 억지로 주입하지 말고 도덕을 지나치게 앞세우는 책은 피하자. TV 속 캐릭터가 등장하는 책도 비추천. 아이와 함께 책을 읽으며 흐름이 끊기더라도 대화에 응하며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 주자.









 문득 나는 언제부터 책을 좋아했을까 궁금하여 엄마께 여쭤보니, 걷기 전부터 동화책을 안고 살았다고 한다. 하도 책을 읽어달라고 졸라서 어른들이 숨어버릴 정도였다고. (그래, 별다른 재주도 없는데 책이라도 좋아하니 얼마나 다행인지!) 책을 좋아하는 기질은 어느 정도 타고나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아이의 키 성장이든 두뇌 성장이든 부모가 어떤 환경을 조성해주는 지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얼른 TV를 없애고 책장과 독서 테이블로 거실을 채우고 싶지만... 일단 하나씩 차근차근 노력해보자. 연령별 추천 도서에 책 제목과 간단한 줄거리가 실려 있으니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한 주에 한 권씩 주문할 생각이다. 그리고 자기 전에 동화책 읽어주기도 오늘 당장 도전! 사랑하는 내 아이에게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줘야 할지 난감했던 나 같은 초보 엄마에게 이 책 『난생처음 북클럽』은 은인 같은 존재다. 앞으로 옆에 딱 끼고 자주 펴볼 생각. 우리 아이가 성인이 되는 그날까지 잘 부탁합니다! 이 책 정말 좋아요, 우리 같이 책 읽는 아이로 잘 키워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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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무도 죽지 않았다
시라이 도모유키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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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리고 아무도 죽지 않았다

글쓴이: 시라이 도모유키

옮긴이: 구수영

펴낸 곳: 내 친구의 서재




"다섯 명 모두가 사망하는 순간

비로소 사건이 시작된다"


이게 무슨 소리일까? 다 죽는데 비로소 사건이 시작된다니? 아름답지만 입가의 핏자국 때문에 섬뜩한 여인과 짙은 핏빛으로 새긴 제목 『그리고 아무도 죽지 않았다』. 제목과는 상반되는 소개 글에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며 책장을 펼쳐 들었다. 초반부터 강한 흡인력을 선보이며 독자를 사로잡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이거 자칫하다간 푹 빠져서 트릭이고 추리고 다 놓치고 그냥 바보처럼 고개만 끄덕이다가 소설이 끝날 판. 아무리 정신을 똑바로 차리려고 해도 현실감이란 1도 없는 이야기에 휘둘려 이리저리 끌려다니게 되는데... 대체 넌 정체가 뭐냐!\





엽기 요리를 안주 삼아 미지근한 맥주를 마시고 있는 우시오는 반년 전에 <분무도의 참극>이란 작품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한량이다. 실은 그 작품엔 사연이 있다. 변태적인 성욕으로 괴이한 행위를 저지르며 30명 넘는 혼외자식을 둔 아버지가 남긴 유품 속에서 찾아낸 원고가 바로 <분무도의 참극>. 즉, 우시오는 글이라곤 써본 적 없는 엉터리 사기꾼이다. 소설에 실린 특이사항 때문에 모기라는 편집자와 함께 한 대학교수를 만나고 돌아온 우시오에게 팬이라는 여대생의 전화가 걸려온다. 그는 설레는 마음으로 추리작가인 친구 에노모토에게 자랑하지만, 팬인 척하며 추리작가에게 접근해 육체관계를 가지려는 의문의 여자가 있다며 주의하라는 쓴소리를 듣는다. 여대생 하루카와 즐거운 식사를 마친 우시오는 그녀의 제안으로 관계를 맺게 되었지만, 아뿔싸. 이거 뭔가 일이 잘못된 듯하다. 홧김에 밀친 하루카가 거울에 부딪히며 큰 파편이 목에 박히고 말았는데... 피가 아닌 노란 고름 같은 액체가 흐르고 하루카는 전혀 아프지 않은 듯 다시 우시오에게 매달린다. 그길로 도망친 우시오는 얼마 후 하루카가 차에 치여 죽었으며, 그녀를 죽게 한 원인 제공자가 그녀와 연인이었던 에노모토의 소행이라는 뉴스를 접한다. 세월은 쏜살같이 흘러 어느덧 9년 후, 우시오 앞으로 수상한 초대장이 도착한다. 8월 16일 사나다 섬에서 감사 파티를 열 테니 와달라는 의문의 인물. 우시오, 사키, 우동, 아바라, 마사카네. 이렇게 추리작가 5명이 그 섬으로 향하지만, 도착한 섬은 텅 비어 있고 의문투성이다. 밤이 되자 우시오 앞에 <분무도의 참극>에서 등장했던 분무족의 자비 인형 탈을 쓴 괴한이 나타나 그의 목숨을 앗아간다. 하지만 다시 깨어난 우시오. 분명 죽은 상태인 듯한데 여전히 살아 움직이는 그는 나머지 추리작가 역시 모두 죽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머리를 굴리기 시작한다. 한데, 분명 죽었던 다른 추리작가들도 하나둘 깨어나기 시작한다. 이들은 좀비? 아니, 좀비와는 다르다. 죽었지만 죽지 않았고, 살았지만 살지 않은 그들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이런 무서운 살인을 벌인 범인은 누구?







정말 특이한 소설이었다. 줄거리에 스포를 담지 않도록 상당히 신경 쓰며 적었던 소설. 어쩌다 삐끗하여 중요한 사실을 발설하면 읽는 재미가 급감할 수 있으니 조심스러웠다. 여느 소설들이 다 그렇기는 하지만, 특히나 이 책 『그리고 아무도 죽지 않았다』는 비밀 엄수가 관건! 소개 글에서 예고한 대로 '다섯 명이 사망하는 순간 비로소 사건이 시작된다'. 외딴섬에 지어진 천성관에 고립된 추리작가들. 타고 온 배에 연료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클로즈드 서클이 된 사건 현장에서 그들은 마치 독 안에 든 쥐처럼 차례로 목숨을 잃고 다시 차례로 깨어나 추리를 펼친다. 누가 그들을 어떻게, 왜 죽였는지는 진실이 밝혀지는 마지막에 가서야 알 수 있는데, 각자 다양한 의견을 펼치며 자신들이 사망 경위를 추리하는 과정이 상당히 흥미로워 진실에 대한 갈증이 갈수록 깊어진다. 9년 전 사건과 모두 관계가 있는 그들. 가해자면서 또한 피해자인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서 불사신을 방불케 하는 그들의 상태가 또 하나의 묘미다. 진실을 알아냈다고 자신하는 순간까지도 절대 방심하지 말 것! 다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수면 위로 떠 오르는 새로운 진실에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이래서 말은 끝까지 듣고, 추리 소설도 끝까지 읽어야 한다! 비위가 약한 분들께는 살짝 위험할 수도 있는 소설이지만, 미스터리 스릴러 마니아라면 거부감 없이 재밌게 읽을 소설. 속도감 넘치는 전개로 반나절이면 독파할 수 있는 책이니, 주말에 외출하지 말고 이 책과 함께 뒹굴뒹굴하시길! 집 밖은 위험합니다. 이 사람들도 집에나 있을 것이지 나갔다가 당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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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스타 탐정 마환 - 평생도의 비밀
양수련 지음 / 몽실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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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을 보는 바리스타 탐정이라니! 신선한 충격! 노비가 그렸다는 평생도를 흥미진진하게 함께 찾아보겠습니다!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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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은 가을도 봄
이순원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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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춘천은 가을도 봄

글쓴이: 이순원

펴낸 곳: 자음과모음

 

 

 

 

 

 낭만의 도시, 춘천. 대학생 시절 누구나 한 번쯤 MT로 가봤을 그곳. 문득 춘천 102 보충대에 입소했던 남동생을 배웅하러 갔던 추억이 떠오른다. 까까머리 남동생은 들어가기 직전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봤고, 엄마는 그런 동생을 두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고속도로에서 눈물을 한 바가지 쏟으셨다. 춘천 하면 또 기억나는 게... 역시 막국수와 닭갈비. 그리고 이번에 읽은 책 덕분에 춘천을 기억할 소중한 추억이 하나 더 생겼다. 『춘천은 가을도 봄』. 1970년대 후반, 춘천에서 청춘을 보낸 한 소설가의 회고록. 경험해보지 못한 시절이지만, 글에서 생생하게 느껴지는 당시의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도취하여 마치 그 시절을 살아낸 기분이었다.

 

 

 

 

 

 

주인공 김진호는 법학도를 꿈꾸는 서울 명문 사립 법대생이었다. 재학생 문예작품 공모전에 당선되지 않았다면 그의 인생은 어디로 흘러갔을까? 열심히 써낸 소설로 큰 상금을 받은 그는 서울 하숙집 정파서당에 술값을 거하게 내놓는다. 하지만 더 뜻깊은 일을 하고 싶었던 선배는 십시일반 돈을 모아 동아일보에 사태를 비판하는 광고를 내고자 했고 이때부터 진호의 인생은 안전 궤도에서 벗어나기 시작한다. 그로부터 4개월 후, 당시 정권을 비판하는 선동 선언문을 배포하고 선배 4명은 구속됐지만, 진호는 고향 명진에서 유지로 통하는 아버지의 뒷돈 공작으로 홀로 풀려난다. 그렇게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진호는 2년여의 세월이 흐른 뒤, 춘천의 한 대학에 입학하고 거기서 그의 인생 2막이 시작된다. 조용히 한 학기를 보낸 진호는 2학기에 학보사 기자로 활동하게 되고, 이듬해 신입생 취재차 혼혈아 채주희를 만나게 된다. 주희의 어머니는 주한미군을 상대하는 직업여성. 혼혈에 대한 편견이 끔찍했던 그 시절의 단상을 주희를 통해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우여곡절 끝에 진호와 주희는 사랑에 빠지지만, 이는 이별이 예정된 슬픈 만남이었다. 한편, 친일파로 부를 축적했던 할아버지들이 동네 사람들에게 맞아 죽고 훗날 배다른 막내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아버지가 살아남아 가족의 재산을 되찾게 된 집안 내력과 서울대에 입학했던 여동생 정혜가 가정교사로 일하며 고시 뒷바라지를 했던 애인에게 배신당하고, 아이러니하게도 노동 운동가와 결혼한 이야기까지... 그 시절 사회에 짙게 깔려있던 여러 풍조와 사뭇 달랐던 분위기가 마치 손에 잡힐 듯 생동감 있게 펼쳐진다.

 

 

 

 

 

 

 

 

 

 

 

 

 

 

 

'너는 여기 내려와 허송세월했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그렇게 덧없이 보낸 시간이 아니다.

청춘이라는 게 원래 그렇지.

지나온 사람들에게는 꽃으로 비유되기도 하지만, 본인들에게는 춥고 습한 계절이지.

그렇지만 방황도 이쯤에서 끝내는 게 좋아.' - p11

 

 

 

 

 

 나는 경험해보지 못한 부모님 세대인 1970년, 그때 그 시절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어 특별한 시간이었다. 이 책에 담긴 그 시대의 이야기를 부모님께 전하면 '나 때는 말이야~'라며 카페라테 향이 그윽하게 묻어나는 추억 보따리를 함께 풀지 않을지! 설사 후회가 남고 돌이키고 싶지 않은 일일지라도, 얼룩이라 표현한 그 순간의 기억마저도 아련한 추억이 된 지금. 그 시절 청춘들은 우리 부모님과 같은 삶을 살고 있을까? 그때와 지금의 세상은 너무나 달라 마치 다른 나라 이야기인가 싶을 정도지만, 그럼에도 '청춘'이란 두 글자엔 시대를 초월하여 일맥상통하는 '무언가'가 있다. 그 무언가를 찾는다면, 이 힘겨운 나날에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시원한 그늘을 만난 듯 심심한 위로를 얻게 될 것이다. 나 역시 그러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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