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은 가을도 봄
이순원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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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춘천은 가을도 봄

글쓴이: 이순원

펴낸 곳: 자음과모음

 

 

 

 

 

 낭만의 도시, 춘천. 대학생 시절 누구나 한 번쯤 MT로 가봤을 그곳. 문득 춘천 102 보충대에 입소했던 남동생을 배웅하러 갔던 추억이 떠오른다. 까까머리 남동생은 들어가기 직전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봤고, 엄마는 그런 동생을 두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고속도로에서 눈물을 한 바가지 쏟으셨다. 춘천 하면 또 기억나는 게... 역시 막국수와 닭갈비. 그리고 이번에 읽은 책 덕분에 춘천을 기억할 소중한 추억이 하나 더 생겼다. 『춘천은 가을도 봄』. 1970년대 후반, 춘천에서 청춘을 보낸 한 소설가의 회고록. 경험해보지 못한 시절이지만, 글에서 생생하게 느껴지는 당시의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도취하여 마치 그 시절을 살아낸 기분이었다.

 

 

 

 

 

 

주인공 김진호는 법학도를 꿈꾸는 서울 명문 사립 법대생이었다. 재학생 문예작품 공모전에 당선되지 않았다면 그의 인생은 어디로 흘러갔을까? 열심히 써낸 소설로 큰 상금을 받은 그는 서울 하숙집 정파서당에 술값을 거하게 내놓는다. 하지만 더 뜻깊은 일을 하고 싶었던 선배는 십시일반 돈을 모아 동아일보에 사태를 비판하는 광고를 내고자 했고 이때부터 진호의 인생은 안전 궤도에서 벗어나기 시작한다. 그로부터 4개월 후, 당시 정권을 비판하는 선동 선언문을 배포하고 선배 4명은 구속됐지만, 진호는 고향 명진에서 유지로 통하는 아버지의 뒷돈 공작으로 홀로 풀려난다. 그렇게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진호는 2년여의 세월이 흐른 뒤, 춘천의 한 대학에 입학하고 거기서 그의 인생 2막이 시작된다. 조용히 한 학기를 보낸 진호는 2학기에 학보사 기자로 활동하게 되고, 이듬해 신입생 취재차 혼혈아 채주희를 만나게 된다. 주희의 어머니는 주한미군을 상대하는 직업여성. 혼혈에 대한 편견이 끔찍했던 그 시절의 단상을 주희를 통해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우여곡절 끝에 진호와 주희는 사랑에 빠지지만, 이는 이별이 예정된 슬픈 만남이었다. 한편, 친일파로 부를 축적했던 할아버지들이 동네 사람들에게 맞아 죽고 훗날 배다른 막내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아버지가 살아남아 가족의 재산을 되찾게 된 집안 내력과 서울대에 입학했던 여동생 정혜가 가정교사로 일하며 고시 뒷바라지를 했던 애인에게 배신당하고, 아이러니하게도 노동 운동가와 결혼한 이야기까지... 그 시절 사회에 짙게 깔려있던 여러 풍조와 사뭇 달랐던 분위기가 마치 손에 잡힐 듯 생동감 있게 펼쳐진다.

 

 

 

 

 

 

 

 

 

 

 

 

 

 

 

'너는 여기 내려와 허송세월했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그렇게 덧없이 보낸 시간이 아니다.

청춘이라는 게 원래 그렇지.

지나온 사람들에게는 꽃으로 비유되기도 하지만, 본인들에게는 춥고 습한 계절이지.

그렇지만 방황도 이쯤에서 끝내는 게 좋아.' - p11

 

 

 

 

 

 나는 경험해보지 못한 부모님 세대인 1970년, 그때 그 시절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어 특별한 시간이었다. 이 책에 담긴 그 시대의 이야기를 부모님께 전하면 '나 때는 말이야~'라며 카페라테 향이 그윽하게 묻어나는 추억 보따리를 함께 풀지 않을지! 설사 후회가 남고 돌이키고 싶지 않은 일일지라도, 얼룩이라 표현한 그 순간의 기억마저도 아련한 추억이 된 지금. 그 시절 청춘들은 우리 부모님과 같은 삶을 살고 있을까? 그때와 지금의 세상은 너무나 달라 마치 다른 나라 이야기인가 싶을 정도지만, 그럼에도 '청춘'이란 두 글자엔 시대를 초월하여 일맥상통하는 '무언가'가 있다. 그 무언가를 찾는다면, 이 힘겨운 나날에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시원한 그늘을 만난 듯 심심한 위로를 얻게 될 것이다. 나 역시 그러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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