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아무도 죽지 않았다
시라이 도모유키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 그리고 아무도 죽지 않았다

글쓴이: 시라이 도모유키

옮긴이: 구수영

펴낸 곳: 내 친구의 서재




"다섯 명 모두가 사망하는 순간

비로소 사건이 시작된다"


이게 무슨 소리일까? 다 죽는데 비로소 사건이 시작된다니? 아름답지만 입가의 핏자국 때문에 섬뜩한 여인과 짙은 핏빛으로 새긴 제목 『그리고 아무도 죽지 않았다』. 제목과는 상반되는 소개 글에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며 책장을 펼쳐 들었다. 초반부터 강한 흡인력을 선보이며 독자를 사로잡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이거 자칫하다간 푹 빠져서 트릭이고 추리고 다 놓치고 그냥 바보처럼 고개만 끄덕이다가 소설이 끝날 판. 아무리 정신을 똑바로 차리려고 해도 현실감이란 1도 없는 이야기에 휘둘려 이리저리 끌려다니게 되는데... 대체 넌 정체가 뭐냐!\





엽기 요리를 안주 삼아 미지근한 맥주를 마시고 있는 우시오는 반년 전에 <분무도의 참극>이란 작품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한량이다. 실은 그 작품엔 사연이 있다. 변태적인 성욕으로 괴이한 행위를 저지르며 30명 넘는 혼외자식을 둔 아버지가 남긴 유품 속에서 찾아낸 원고가 바로 <분무도의 참극>. 즉, 우시오는 글이라곤 써본 적 없는 엉터리 사기꾼이다. 소설에 실린 특이사항 때문에 모기라는 편집자와 함께 한 대학교수를 만나고 돌아온 우시오에게 팬이라는 여대생의 전화가 걸려온다. 그는 설레는 마음으로 추리작가인 친구 에노모토에게 자랑하지만, 팬인 척하며 추리작가에게 접근해 육체관계를 가지려는 의문의 여자가 있다며 주의하라는 쓴소리를 듣는다. 여대생 하루카와 즐거운 식사를 마친 우시오는 그녀의 제안으로 관계를 맺게 되었지만, 아뿔싸. 이거 뭔가 일이 잘못된 듯하다. 홧김에 밀친 하루카가 거울에 부딪히며 큰 파편이 목에 박히고 말았는데... 피가 아닌 노란 고름 같은 액체가 흐르고 하루카는 전혀 아프지 않은 듯 다시 우시오에게 매달린다. 그길로 도망친 우시오는 얼마 후 하루카가 차에 치여 죽었으며, 그녀를 죽게 한 원인 제공자가 그녀와 연인이었던 에노모토의 소행이라는 뉴스를 접한다. 세월은 쏜살같이 흘러 어느덧 9년 후, 우시오 앞으로 수상한 초대장이 도착한다. 8월 16일 사나다 섬에서 감사 파티를 열 테니 와달라는 의문의 인물. 우시오, 사키, 우동, 아바라, 마사카네. 이렇게 추리작가 5명이 그 섬으로 향하지만, 도착한 섬은 텅 비어 있고 의문투성이다. 밤이 되자 우시오 앞에 <분무도의 참극>에서 등장했던 분무족의 자비 인형 탈을 쓴 괴한이 나타나 그의 목숨을 앗아간다. 하지만 다시 깨어난 우시오. 분명 죽은 상태인 듯한데 여전히 살아 움직이는 그는 나머지 추리작가 역시 모두 죽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머리를 굴리기 시작한다. 한데, 분명 죽었던 다른 추리작가들도 하나둘 깨어나기 시작한다. 이들은 좀비? 아니, 좀비와는 다르다. 죽었지만 죽지 않았고, 살았지만 살지 않은 그들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이런 무서운 살인을 벌인 범인은 누구?







정말 특이한 소설이었다. 줄거리에 스포를 담지 않도록 상당히 신경 쓰며 적었던 소설. 어쩌다 삐끗하여 중요한 사실을 발설하면 읽는 재미가 급감할 수 있으니 조심스러웠다. 여느 소설들이 다 그렇기는 하지만, 특히나 이 책 『그리고 아무도 죽지 않았다』는 비밀 엄수가 관건! 소개 글에서 예고한 대로 '다섯 명이 사망하는 순간 비로소 사건이 시작된다'. 외딴섬에 지어진 천성관에 고립된 추리작가들. 타고 온 배에 연료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클로즈드 서클이 된 사건 현장에서 그들은 마치 독 안에 든 쥐처럼 차례로 목숨을 잃고 다시 차례로 깨어나 추리를 펼친다. 누가 그들을 어떻게, 왜 죽였는지는 진실이 밝혀지는 마지막에 가서야 알 수 있는데, 각자 다양한 의견을 펼치며 자신들이 사망 경위를 추리하는 과정이 상당히 흥미로워 진실에 대한 갈증이 갈수록 깊어진다. 9년 전 사건과 모두 관계가 있는 그들. 가해자면서 또한 피해자인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서 불사신을 방불케 하는 그들의 상태가 또 하나의 묘미다. 진실을 알아냈다고 자신하는 순간까지도 절대 방심하지 말 것! 다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수면 위로 떠 오르는 새로운 진실에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이래서 말은 끝까지 듣고, 추리 소설도 끝까지 읽어야 한다! 비위가 약한 분들께는 살짝 위험할 수도 있는 소설이지만, 미스터리 스릴러 마니아라면 거부감 없이 재밌게 읽을 소설. 속도감 넘치는 전개로 반나절이면 독파할 수 있는 책이니, 주말에 외출하지 말고 이 책과 함께 뒹굴뒹굴하시길! 집 밖은 위험합니다. 이 사람들도 집에나 있을 것이지 나갔다가 당했잖아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