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행성동물
황희 지음 / 몽실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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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황희 작가님 신간이라니.... 이건 꼭 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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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 울다
마루야마 겐지 지음, 한성례 옮김 / 자음과모음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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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목: 달에 울다

글쓴이: 마루야마 겐지

옮긴이: 한성례

펴낸 곳: 자음과모음

 

 

 

'꼭 돌아오겠다며 약속하고 떠난 님.

기약 없는 이별에 님이 떠난 자리에 오도카니 서서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네.

오늘은 오실까? 내일이면 오시려나?

사랑하는 님을 기다리다 슬픔에 겨워 쓰러진 이는 이제 한 그루 나무가 되어 오늘도 변함없이 님을 기다리네.'

 

 

 

 황량한 벌판에 홀로 서 있는 고목. 고달픈 가지와 잎사귀에 내려앉는 차가운 달빛. 고요하고 쓸쓸한 그 광경을 보고 있노라니 『달에 울다』라는 제목에 가슴이 시렸다. 표지를 하염없이 바라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는 님과의 이별을 견디지 못하고 눈을 감은 이가 나무가 되어 여전히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닐까... 작가의 이름이 생소했다. 마루야마 겐지. 독특한 문체를 지향한다는 그는 현역 편집인들이 선정한 '일본 현대문학사에 길이 남을 작가 베스트 14'에 선정되었다고 한다. '시의 함축성과 소설의 서사성을 갖춘 천 개의 시어가 빚어낸 한 편의 아름다운 소설'이라는 소개 문구에 걸맞게 아름다운 문장이 많았다. 가슴 깊숙이 고이 접어둔 빛바랜 추억을 조심스러 꺼내 보는 느낌. 아름다운 문장에 취해 이야기 속을 거닐다 보면 어느새 나는 독자가 아닌 관찰자가 되어 화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었다.

 

 

 


 

 

 

 

달에 울다

 

첫 번째 소설 『달에 울다』에서는 10살 소년에서 40살 노총각으로 늙어버린 주인공의 일생이 펼쳐진다. 곳간을 털었다는 이유로 마을 사람들에게 쫓기는 야에코의 아버지. 주인공인 '나'의 아버지는 생선 껍질로 만든 번뜩이는 옷을 입고 다리를 절며 도망자를 추격한다. 결국 야에코의 아버지는 험한 꼴로 처형당하고 야에코는 어머니와 함께 시내로 피신했지만 금세 마을로 돌아온다. 20살이 된 '나'. 살림은 여전히 넉넉하지 않다. '나'는 야에코와 몸을 섞는 깊은 관계에 빠져들고 둘의 사이를 눈치챈 아버지가 쓴소리를 하지만 아무 소용 없다. 30살이 된 '나'. 어릴 적부터 키웠던 개 '백구'는 죽고 부모님은 여전하다. 2년 전 야에코는 다른 남자의 아이를 낳았다. '나'와의 관계는 이미 7년 전에 끝나버렸다. 야에코는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아이와 함께 마을을 떠난다. 그 마지막 길을 '내'가 배웅한다. 어느덧 40살이 된 '나'. 3, 4년 전, 부모님이 연달아 돌아가시고 '나'는 홀로 남았다. 인생의 전부였던 사과나무밭에 메인 '나'는 쇠락하고 황폐해진 마을을 떠날 수 없다. 펑펑 내린 눈으로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한 날, 10년 만에 야에코가 집으로 돌아온다. 숨을 거둔 채 소복한 눈 아래 묻혀 있던 야에코를 발견한 '나'. 약 천 일 동안 그녀와 보낸 추억 그리고 백 그루가 넘는 사과나무를 떠올리며 '나'는 그 둘에 매달려 살아간다. '나'의 인생을 그렇게 끝날 것이다. 몽환적인 느낌으로 꿈속에서 헤매는 것 같던 소설 도입부를 지나, '내'가 나이 들어감에 따라 소설은 점점 현실적인 민낯을 드러냈다. '내'가 자는 방에 있던 병풍 속의 법사는 마음껏 방황하며 훨훨 날고 싶은 '나'의 분신이자, 아버지 그리고 야에코의 아버지이기도 했다. 읽고 지나친 문장을 다시 되짚으면 아스라이 피어오르던 장면이 더 생생하고 또렷해진다. 코끝을 스치고 지나가는 사과향기에 뭉클해진 가슴은 이내 참지 못하고 눈물 한 방울을 떨어트렸다.

 

 

 

조롱(鳥籠)을 높이 매달고

 

 두 번째 소설 『조롱을 높이 매달고』는 좀 심오한 작품이었다. 42살의 남자가 피리새 소리를 따라 어린 시절에 살았던 고향 M 마을로 향한다. 가족과 떨어져 홀로 몇 년간 돈을 벌고 돌아온 남자에게 이제 예전의 가족은 없었다. 서먹하고 데면데면한 아내, 자식과는 연을 끊고 각자의 인생을 살기로 했다. 20년을 일한 그에게 남은 거라곤, 겨우 손에 쥔 약간의 목돈과 폐차 직전의 승용차 그리고 말라빠진 늙은 개와 무거운 피로감뿐이다. 어린 시절 그의 부모님은 M 마을에서 온천객을 상대로 채소 조림을 팔며 생계를 꾸렸다. 지독하게 가난했던 그 시절. 그는 30여 년 전에 부모님과 함께 도망치듯 떠났던 그 M 마을에서 여생을 보내고자 한다. 주인을 잃은 건물이 즐비한 그곳에서 과거 이발소였던 건물 2층에 짐을 푼다. 하지만, 아무도 없는 줄 알았던 M 마을에 한 노인이 살고 있다. 노인의 피리새를 몇천 원에 빼앗듯이 데려온 남자는 어느 날 조롱이 사라졌음을 알고 한달음에 노인에게 달려간다. '노인의 낙을 빼앗지 말아 주세요.' 노인이 건넨 쪽지를 보고 남자는 단번에 노인을 돌보는 딸의 정체를 떠올리게 된다. 일전에 보았던 빨간 하이힐을 신은 여인. 그녀는 가까운 K 시에서 밤거리를 헤매며 상대를 찾는 직업여성이다. 그는 모르겠다. 그녀와 어떻게 해보고 싶은 건지, 아니면 단지 할 말이 있는 건지. 그는 모르겠다. M 마을에 살려고 간 건지, 죽으러 간 건지. 그는 모르겠다.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그가 M 마을에 머문 물리적 시간은 분명 얼마 되지 않을 터인데 마치 영겁의 세월처럼 그와 나의 목을 조이며 파고들었다. 답답하고 갑갑한 마음. 삶의 의지를 잃고 본능에 의존하여 이어가는 무기력한 나날. 돌팔이 의사가 말했듯이 그는 미쳤는지도 모른다. 자꾸 헛것을 보니 말이다. 하지만 그가 목격한 노인의 최후는 사실이었을 터. 여전히 단조롭고 시시한 삶을 살고 있지만, 그는 M 마을에서 겪은 일들을 계기로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린 듯하다. 밤이면 아파트에 틀어박혀 술을 마시고 취하면 잠이 들고 M 마을에 관한 꿈을 꾼다. 그리고 피리새를 떠올리곤 한다.

 

 

 

 <달에 울다>, <조롱을 높이 매달고>. 이 두 작품 중에 하나를 꼽으라면 책 제목이기도 한 작품 <달에 울다>를 꼽겠다. 어쩌면 너무 무지하여 잔혹했던 그 시절, 지독한 가난을 견뎌내며 뚜렷한 미래를 꿈꿀 수 없었던 순간. 한 여자를 탐닉했던 3년의 추억을 붙잡고 반평생을 살아낸 남자의 짙은 쓸쓸함에 연신 마른침을 삼켰다. 이런 인생도 있구나. 분명 아름다운 상황이 아닌데도, 마치 시를 읽는 듯한 문장에 속아 아름다움에 취한 묘한 경험을 맛보았다. <조롱을 높이 매달고>는 인생에 실패한 한 남자의 광기 어린 넋두리를 듣는 것 같아 초반에는 살짝 지루했지만, 하이힐 신은 여인이 등장하고 남자의 사연을 어느 정도 알게 된 중반부부터는 소설이 활기를 띠며 다음에 벌어질 상황이 궁금해진다. 죽을 것인가, 살아남을 것인가? 그렇다면 어떤 모습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이 답을 얻을 때쯤, 어느새 남자의 인생에 동화되어 나 역시 아련하게 피리새를 쫓고 있었다. 이토록 서평이 길어진 걸 보면, 분명 이 책이 어떤 식으로든 내 마음에 자리 잡았기 때문이리라. 그래, 이 책은 좀 특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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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우의 집 - 개정판
권여선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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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토우의 집

글쓴이: 권여선

펴낸 곳: 자음과모음

 

 

 권여선 작가와의 첫 만남은 소설 『레몬』이었다. 그 만남이 남긴 약간의 호감과 호기심 덕분이었을까? '권여선'이라는 석 자는 일단 마주치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단어로 내 가슴에 자리 잡았다. 그 후로도 몇 번의 만남이 이어졌고, 마침내 인생에서 오래도록 잊지 못할 작품을 만나게 되었다. 2014년 봄부터 가을까지 계간 『자음과모음』에 연재된 작품이었다는 『토우의 집』. 7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나와 마주하게 된 이 소설은 어쩌면 우연이 아닌 운명일지도 모르겠다.

 

 

 

 그들의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써내려 가야 할까... 꿈틀거리는 긴 벌레처럼 보이는 마을 전경 때문에 삼벌레고개라고 불리는 마을. 아래, 중간, 윗동네의 빈부 격차가 뚜렷한 이 마을 중턱에 있는 우물집에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우물집 안주인인 순분은 동네 아낙들의 계주이자 낡은 집의 여러 방을 알차게 세 놓는 억척이다. 정은 있다지만, 드세고 남의 이야기로 입방아 찧기를 좋아하는 순분은 동네에는 꼭 한 명씩 있는 그런 말 많은 아줌마다. 그 집에 새댁네가 이사를 온다. 돈벌이가 시원찮은 남편과 영과 원이라는 두 딸을 둔 새댁은 한때 교직에 몸담았던 여인으로 단아한 지성인이다. 일곱 살 동갑내기인 은철과 원은 단번에 가까워진다. 동네 사람들의 비밀을 캐내는 스파이 놀이에 심취한 두 녀석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의 본명을 알아내어 벽돌 가루로 저주를 하는 깜찍한 못된 짓을 벌이기도 한다. 은철과 원의 시각으로 바라본 어른들의 세상은 신선하고 새롭다.

 

 

 


 

 

 

 

 시시각각 변하는 계절 속에 그들의 삶은 조금씩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된다. 아주버님에게 생활비를 얻어 집으로 돌아오던 새댁과 둘째 딸 원. 원은 버스에서 멀미했는지 그날 먹은 모든 걸 토하고는 개운함을 느낀다. 난생처음 남에게 손을 벌린 새댁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속 끓는 엄마와 느긋한 딸은 다정하게 손을 잡고 집으로 향한다. 순분에게는 재앙이 닥친다. 금철이의 객기로 은철이는 크게 다쳐 다리를 절게 된다. 그런 은철이를 새댁과 원이 살뜰하게 보살피고 순분은 지난날 자신이 다른 이의 불행을 재미 삼아 입에 올린 죄로 가혹한 벌을 받았다며 후회한다. 여기서 끝이었다면 그나마 다행이었을 텐데... 새댁의 남편이 변고를 당하며 집안이 풍비박산한다. 어린아이들의 티 없는 순수한 마음으로 바라보아 즐겁고 유쾌했던 세상이 이젠 차마 어떤 위로의 말을 건네야 할지 난감할 정도로 참담하고 고통스럽게 일그러진다.

 

 

 

 이 모든 일이 고작 1년 사이에 벌어졌다. 은철이와 원의 귀여운 스파이 놀이. 영을 좋아하는 금철이의 서툰 짝사랑. 다정하고 현명한 어머니였지만 남편을 잃고 무너져 버린 새댁. 철이 들어 집안일을 도맡고 동생 원을 잘 챙기게 된 영. 세 치 혀로 분란을 일으켜 뚜벅이할배를 죽게 한 통장 박가. 남편이 저지른 만행으로 고개도 못 들고 다니다가, 은철이가 불구가 되자 기다렸다는 듯 온 동네에 욕을 하고 다닌 통장집 여자. 우물집에 닥친 어두운 기운을 견디다 못해 결국 그만두고 나가버린 난쟁이식모. 가만히 지켜본 마을 사람들의 1년은 행복했던 순간도 많았지만, 결말은 지독하게 씁쓸하고 안타까웠다. 권여선 작가는 이 작품을 두고 '긴긴 성장통과 함께 써 내려간 고통의 고백'이라고 했다. 그 고통이 얼마나 괴롭고 힘든지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아도, 제삼자의 눈을 통해 그 고통을 완벽하게 그려내는 재주를 지닌 그녀. 투명하고 얇은 안전창을 사이에 두고 바라본 그들의 고통은 너무 생생하고 사실적이라 내 일인 듯 가슴이 아팠다. 권여선 작가의 의도가 이것이었다면, 성공했노라 전하고 싶다. 그녀가 전하려 했던 역사적 비극과 상처, 절절한 상실의 고통에 손끝이 아릴 정도로 깊이 공감했으니까. 『토우의 집』, 이 얼마나 대단한 작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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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배를 탄 지구인을 위한 가이드 - 기후위기 시대, 미래를 위한 선택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톰 리빗카낵 지음, 홍한결 옮김 / 김영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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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배를 탄 지구인을 위한 가이드

글쓴이: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 톰 리빗카낵

옮긴이: 홍한결

펴낸 곳: 김영사

 

 

 

 '올겨울은 이례적으로 추웠다.' 이 문장을 곰곰이 뜯어 보면, 묘한 모순을 느낄지 모른다. 이상해야 정상이다. 겨울은 원래 추운데, '이례적'이라니! 시시각각 뜨거워지는 지구로 인해, 여름은 말할 수 없이 덥고 겨울은 포근해진 상황. 10여 년 전에는 뉴스에서 헤어스프레이가 오존층을 파괴하니 사용을 자제하라고 보도했다. 그때 위기를 실감하고 정신 차렸다면 지금쯤 지구는 좀 덜 신음하고 있을까? 이제 한두 사람의 노력으로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지구는 펄펄 끓는 열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날을 돌이키며 지구에 무심했던 자신을 반성한다. 내가 지구와 환경에 예민하게 촉각을 곤두세우기 시작한 건 몇 해 전 아이를 낳고부터다. 사랑하는 딸이 지금보다 더 끔찍한 환경에서 살아갈 거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괴로워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내 딸을 위해 그리고 앞으로 남은 우리의 인생을 위해 넋 놓고 있을 순 없는 상황. 그렇다고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얼마나 답답했던지. 그래, 일단 지식부터 쌓자! 그렇게 시작된 환경 공부는 올바른 쓰레기 분리 배출법에서 시작하여 환경친화적 제품 사용, 더 나아가 기후 변화를 개선할 수 있는 실천 과제 탐색으로 이어졌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우리가 날씨다』를 감명 깊게 읽고 다음 책으로 선택한 『한배를 탄 지구인을 위한 가이드』는 지금부터 2, 30년간의 노력이 우리에게 어떤 결과를 내어줄지 뚜렷하게 보여준다.

 

 

 

 


 

 

 

 

 21살의 나이 차. 태어난 나라도 살아온 과정도 전혀 다른 두 사람이 우리 아이들과 세상 모든 아이가 살아갈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힘을 모았다. 2016년까지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을 지내며 2015년 파리협정 체결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와 그녀의 선임고문 톰 리빗카낵. 이들은 다가올 10년이 인류사에서 가장 중대한 시기라고 선포한다. 세상은 산업혁명 이전보다 이미 0.9℃ 따뜻해졌다고 한다.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을 2030년까지 현재 수준의 절반으로 줄이고, 2040년까지 다시 그 절반으로 줄이고, 늦어도 2050년까지는 지구가 스스로 온실가스를 처리할 수 있는 순배출 제로를 달성해야 한다. 기상이변 속도가 잦아지고 강도 역시 점점 높아지는 세상. 세계 열대우림은 이미 절반이 사라졌고 지난 50년간 다양한 류의 동물 개체 수가 평균 60% 줄어들었다. 산호초의 절반이 이미 죽어버린 상황. 지금 우리는 그 옛날 아름다웠던 초록별 지구로 우리의 행성을 되돌릴 마지막 기회를 위태롭게 붙잡고 있다. 계속 이렇게 살 것인가? 아니면 지구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여 변화를 도모할 것인가? 삼척동자도 이해할 이 문제의 정답은 하나다. 우리는 이제 지구를 위해 나서야 한다.

 

 

 

 


 

 

 

 

 이 책의 전반부에 '때는 2050년이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두 편의 글이 실려 있다. 우리가 지구와의 공존을 포기하고 막살았을 때의 세상과 마침내 기후변화를 줄이려는 노력이 성공을 거둬 지구와의 공존을 약속받은 세상.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두 세상을 바라보며 아직 우리에게 기회가 남아있음에 감사하고 안도했다. 마스크가 산소통으로 바뀌고 뜨거워서 아스팔트가 녹아내리며 죽음만이 가득한 땅과 바다에서 살아가고 싶지 않다. 이 책은 우리에게 분명하게 전한다. 옛 세상과 안녕을 고하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주시하라. 진실을 수호하며 소비자가 아닌 시민이라는 의식을 가져라. 화석연료에서 벗어나야 한다. 나무를 심고 삼림 파괴를 조장하는 제품의 불매운동을 벌이자. 청정 경제에 투자하고 기술을 책임감 있게 활용하라. 기후변화 대응 방법을 결정할 위치에 있는 여성의 비율을 늘릴 수 있다면 더 나은 대응이 가능하므로 성 평등을 실현하자. 그리고 정치에 참여하자. 책의 마지막에 실린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꼼꼼하게 살피며 오늘부터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당장 시작하려 한다. 끔찍한 현재 상황을 여실히 깨우쳐주며 변화를 도모하고 우리는 여전히 좋은 방향으로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고 북돋는 『한배를 탄 지구인을 위한 가이드』. 이 책을 만난 건 행운이다. 조금 불편해도 좋고, 조금 더디 가도 괜찮으니 우리에게 기꺼이 삶의 터전을 내어준 지구를 구하고 싶다. 우리의 노력을 시행착오 없이 올바른 길로 인도해줄 길잡이로 이 책 『한배를 탄 지구인을 위한 가이드』를 망설임 없이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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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서 살아간다는 것
사쿠라기 시노 지음, 이정민 옮김 / 몽실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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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둘이서 살아간다는 것

글쓴이: 사쿠라기 시노

옮긴이: 이정민

펴낸 곳: 몽실북스

 

 

 

 가족이 된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부모와 자식으로 만나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살다가, 자식은 나이가 차면 다른 누군가와 결혼하여 또 하나의 가족을 꾸린다. 피가 섞여야만 가족인 것인지, 아니면 남이라도 오랜 세월 서로 아끼고 위하면 가족이 되는지... 한때는 가족이란 의미가 무엇인지 참으로 궁금했다. 너와 내가 만나 우리가 되고 지켜주고 싶은 작은 생명이 태어나 부모와 자식이 되고, 그 자식이 성장하면 다시 둘이 되는 부부. 남과 남이었던 사람이 피를 나눈 혈육보다 더 끈끈하게 아끼며 살아가는 새로운 가족의 탄생은 경이롭고 축복받을 귀한 일이다. 이번에 읽은 몽실북스의 신간 『둘이서 살아간다는 것』에는 그런 가족의 시작과 그 가족이 탄탄하게 여물어가는 과정이 담겨 있다. 천천히 단단해지며 오늘도 부부가 되어 가는 노부요시와 사유미.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영사기사로 일하다가 현재는 변변한 직업조차 없는 노부요시는 아내인 사유미를 사랑하지만, 늘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간호사로 일하며 생계를 꾸리는 사유미를 위해 그가 해줄 수 있는 거라곤 아껴 쓰고 살뜰하게 살림을 꾸리는 것뿐.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시나리오 출품에 도전하지만, 어째 좋은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일까? 일주일에 한 번, 먼 곳에 있는 병원에 데려다 달라는 어머니 데루의 성화에 노부요시는 부담과 피로를 느낀다. 어김없이 병원에 나선 어느 날, 데루는 비싼 장어덮밥을 먹자고 한다. 노모의 지갑에 기대야 하는 노부요시는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마음과는 달리 맛있게 장어덮밥을 비워내고 두 사람은 잠시 돌아가신 아버지 이야기를 나눈다. 하지만, 그게 어머니와의 마지막 식사가 될 줄이야. 갑작스레 찾아온 이별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노부요시는 아내마저 오지 말라며 홀로 조촐히 장례를 치른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이야기가 어디로 흘러갈지 종잡을 수 없었다. 가족을 잃었다는 슬픔과 세월의 무상함에 씁쓸함이 밀려올 때, 잔잔한 듯 불안했던 부부의 삶에 조금씩 햇살이 비추기 시작한다.

 

 

 

 

 

 

 

"난 그 집이 참 좋았는데. 어머님이 늘 돌아가신 아버님과 함께 있다는 생각으로 사셨던 게 느껴졌거든. 같이 슈퍼에 갔을 때 왠지 그런 생각이 들었어. 어머님은 줄곧 그 집에서 아버님과 함께였어."

 

"어떻게 그런 것까지 알아?"

 

"식료품을 매번 2인분씩 사셨잖아."

 

혼자서 다 먹지 못할 만큼 많이 장을 본 것과 폐기한 식료품이 죽은 아버지 몫이었다는 말에 숨이 턱 막혔다. 1년 전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사실이 노부요시의 몸속을 휩쓸고 지나갔다.

- 《둘이서 살아간다는 것》 p132~133중에서

 

 

 

 

 부모의 마음을 헤아릴 자식은 없다. 세일 코너에서 먹지도 못할 만큼의 식료품을 샀던 어머니. 그게 설마 돌아가신 아버지의 몫일 줄이야. 자식도 아닌 며느리가 풀어낸 시어머니의 마음을 알고 나니 코끝이 찡했다. 자식을 이기는 부모는 없다. 직업이 없는 노부요시를 탐탁지 않게 여겼던 사유미의 어머니는 차츰 마음의 문을 열고 노부요시를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기다리는 자에게 기회는 반드시 온다. 노부요시는 장인의 도움으로 영화 관련 기사를 쓰는 작가 오카다의 조수로 들어가 어엿한 가장 노릇을 할 수 있게 된다. 누구나 감춰둔 비밀은 있다. 일자리를 소개받은 노부요시는 장인어른의 은밀한 취미 생활을 알고는 당황한다. 그건 장인어른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었을까? 때로는 곁에 있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다. 중년의 노총각 오카다는 어머니의 임종을 함께 지켜달라는 여인과 진지한 만남을 갖게 된다. 사랑은 불안과 안심의 반복이다. 노부요시의 여자 동창을 신경 쓰던 사요미는 남편을 향한 자신의 사랑이 깊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는다. 그런 사요미를 노부요시 역시 변함없이 사랑한다. 찰랑찰랑 따스하게 차오르는 이야기의 마침표를 눈에 담고 이 책의 제목을 다시 떠올려보았다. 『둘이서 살아간다는 것』. 부부라는 이름으로 만나 서로를 알아가며 우리가 되어가는 과정. 내 짝이 나를 알아봐 주는 사람이라면 그보다 더 큰 행복이 있을까? 오늘도 탄탄히 부부가 되어 가는 두 사람을 떠올리며, 행복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음에 감사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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