탠저린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5
에드워드 블루어 지음,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눈에 보이는 것 너머에는 늘 의외의 진실이 숨어 있기 마련이라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며 재삼 하게 됐다. 시력에 심각한 장애를 지닌 중학생 폴 피셔의 시각을 따라 동네, 학교, 가정, 그리고 이웃, 친구, 가족을 관찰하고 진실을 파헤치는 소설이다. 환경, 도시, 개발, 폭력, 교육 등등의 문제들이 하필 시각 장애를 지닌 소년의 눈에 속속들이 드러나는 것은, 시각 장애를 지니지 않았으나 진실을 외면하는 사람들과의 대비를 드러내려는 작가의 의도였으리라 싶다. 눈에 보이는 것과 마음으로 보는 것 사이에 놓인 강은 생각 이상으로 깊다.  

피셔 가족은 플로리다의 탠저린 카운티로 이사를 한다. 이들이 살 곳은 귤밭을 없애고 그 자리에 들어선 고급 주택가 레이크 윈저다. 인근에는 여전히 귤나무와 더불어 삶을 영위하는 더 가난한 마을도 있지만, 레이크 윈저에는 이미 귤밭이었을 때의 향기는 남아 있지 않고, 태워 없앤 나무들의 잔해만이 남아 땅 속에서 흑니불로 꿈틀거리거나 싱크홀 같은 재해로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미식축구계의 꿈’으로 찬란히 빛나는 폴의 형 에릭 피셔는 아버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그야말로 스타로서만 살아가는 고등학생이다. 마치 태워지고 묻혀 버린 귤밭 위에 새로 생긴 최신 고급 주택가의 이미지 그 자체이다. 깊숙한 내면에 무엇이 있건, 그 내면이 어둡건 말건, 그야말로 빛나는 존재. 에릭과 폴 사이에는 마치 고급 주택가와 귤밭처럼 근본적인 이질감이 존재하고, 아무리 덮어도 해소되지 않는 흑니불같은 비밀이 열기를 내뿜고 있다.

다소 지루한 감이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폴의 시각장애뿐 아니라 사람이 죽는 일까지 피셔 가족의 비밀과 상관이 있다는 암시가 책을 손에서 놓게 하지 않는다. 책의 말미에서 마침내 드러난 비밀은, “세상에!” 보다는 “과연 그랬군.” 정도의 충격일 뿐이지만 많은 상징을 담고 있어서 묵직하게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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