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배우 추송웅 - 말과 몸짓으로 이야기하다 예술가 이야기 1
안치운 지음 / 나무숲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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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초판 제1판 인쇄는 2004년이었다. 그리고 2008년 12월에 제2판이 나왔다. 추송웅이라는 배우는 내가 젊었던 시절 연극을 통해, TV를 통해 자주 접하던 사람이니 나와 그리 연대가 멀지 않은데, 책으로 만나니 감회가 새롭다. <빠알간 피터의 고백>이라는 연극 제목을 보면서, '그래, 이분이 이 연극을 오래 오래 했었다!'는 추억도 떠올랐다. 마침 얼마 전 카프카의 <변신>을 읽으며 같은 책 속에 실려 있는 '어느 학술원에 제출된 보고서'를 읽은 터라, 이 작품이 그 연극의 원작이라는 사실에 새삼 묘한 느낌을 가지기도 했다. 

'어느 학술원에 제출된 보고서'는 인간을 따라하는 일 끝에 지치고 소외된 어느 원숭이의 수다로 이루어진 단편,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사실 우리가 사는 일이 그런 것 아니겠느냐고도 생각했는데, 연극 자체는 참 아스라하다. 그때, 젊었을 때 나는 어떤 느낌으로 연극을 보았던가! 말하자면 이 책은 어린이들에게 예술에 몸을 던지고, 불꽃처럼 스스로를 태운 한 인물을 소개하는 책인데, 나같은 연배의 사람에게는 추억과도 같은 느낌이라는 것. 

그의 딸 추상미 씨를 드라마 등으로 볼 때마다 떠올랐던 사람. 마흔 다섯에 죽음의 길로 떠났고, 그 때문에 더 가끔씩 생각나는 사람. 어린 시절 사시로 인해 놀림감이 되었을 줄은 몰랐다. 그렇게까지 어려운 살림을 꾸려갔는지도 몰랐다. 한 달 최저생활비를 아내에게서 적어받아 출연 의뢰에 그걸 내보였다는 대목에서 콧등이 시큰해졌다. 27,750원이 적힌 쪽지를 내민 그의 마음 속이 헤아려져서다. 하지만 솔직히 가난이 그를 더 불타오르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다른 많은 예술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 책, 아이들에게 어떤 느낌으로 읽힐까.. 참 재미있게 생긴 아저씨가 연극을 매우 열심히 하다가 이르게 생을 마쳤구나, 그 정도일까? 솔직히 초등학생인 딸은 큰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나만 감회에 잠겨 만지작거렸다. 책으로 씌어지는 인물은 더 큰 업적을 가시적으로 남겨야 하는 걸지, 혹은 판타지처럼 드라마틱하고 신기한 일을 겪어야 하는 걸지. 예술가 이야기 시리즈 중에 이응노 화백 이야기도 있었는데, 아는 분이 감명 깊게 읽었다고 했다. 독특하고 의미로운 시리즈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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