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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력 한국사 01 - 주제로 배우는, 역사를 통한 사고력 향상 프로젝트
차오름 지음 / 주니어김영사 / 2009년 1월
평점 :
그 동안 몇 가지의 역사 책을 접했지만, 현재까지 접한 책 중 가장 독특한 책이다. 역사에 대한 호기심, 문제제기, 설명 가능한 답변, 그리고 다시 떠오르는 의문으로 가득 찬 책. 이 책은 결코 역사적 사실을 나열하지 않는다. 다만 생각해 보자고 한다. 한국사라기보다는 논술 책같다. 그래서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고 무작정 외게 되는 다른 역사책에 비해 독자로서의 반문이나 이의제기의 느낌도 훨씬 자주 일어난다. '한곳에 10년 동안 산 사람은 어떤 능력을 갖게 될까?'(77쪽)이라는 문장에 대해 독자는 '정착 생활에 의해 한 가지 능력을 가지게 되면 다른 능력이 도태되기도 할 텐데, 그 부분은 생각해볼 필요가 없을까?'라는 반문을 혼자서 해보게 된다. 마치 토론의 와중에 있는 느낌.
게다가 매우 객관적이다. 삼국시대를 전쟁의 시기로 규정하고, 전쟁이 권력자를 위한 이데올로기였음을, 삼국통일을 정말로 한 민족이 갈라졌다가 다시 합쳐지는 통일로 볼 것인지를 생각해 보자고 한다. 삼국통일을 그저 여러 국가의 이합집산으로 보자는 이야기? 혹은 그렇게 볼 수도 있다는 이야기? 좀 충격이었다. 마치 우리나라 사람이 우리 역사를 쓰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 학자가 새로운 견해를 피력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불교는 인도에서 석가모니가 발명한 사상이다(159쪽). 어떤 이에게는 종교인 것을 발명, 사상 등의 단어로 표현하는 식의 호기로움이 이 책에는 가득하다. 뭐라고 해야 하나...이 저자는 흘러가 버린 과거, 즉 역사를 신화의 범주에 두고서, 신화적 상징을 찾아내는 듯이 역사를 분석한다. 이 책 안에서는 그 무엇도 경외의 대상이 아니다. 그저 관찰과 고찰의 대상일 뿐이다. 광개토대왕이나 을지문덕, 신라의 고승들까지도.
그 결과로 이 책의 사유는 매우 독창적인 대목들을 낳는다. 인간이 식물을 주요 식량으로 선택한 이유는 식물이 반항하지 않고, 공격하지 않는다는 것 외에도, 식물의 먹이와 인간의 먹이가 서로 같지 않아서 먹잇감을 두고 경쟁할 필요가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라 한다. 그래서 인간은 식물의 개체수를 늘려주고 식물은 먹이가 되어준다는 일종의 공생관계를 이루게 됐다는 것.(76쪽)
한 마디로 재미있고, 새롭다.
단, 이 책이 객관적 시선으로 역사를 보지만 그 해석이 다분히 주관적일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이 책의 매력이자 함정이다. 독자는 저자의 해석에 대해 나름대로 생각을 보태야 하지, 무조건 찬성할 필요가 없다. 그걸 저자도 바랄 것이다. 2권도 읽어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