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보는 거의 모든 것의 역사 - 거의 모든 것의 역사 특별 개정판
빌 브라이슨 지음, 이덕환 옮김 / 까치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상상할 수 없이 광막하고 신비로운(우리가 거의 아무 것도 모르는) 우주가 생기기 이전에는 무엇이 어떤 모습(상태)으로 있었을까? 이런 질문을 어릴 적부터 해왔지만 도저히 그려지지가 않아서 가슴이 터질 듯한 때가 종종 있었다. 그 시절 나는 나름의 답을 그리스신화에서 찾아 근원에 대한 의문을 억지로 해소했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 내 아이들을 관찰해 보았다. 그 아이들은 이런 의문을 어떻게 소화하고, 탐구하고, 녹여낼까? 아쉽게도 내 아이들은 그런 문제가 그리 절실하지 않은 듯하다. 그래서 이 책의 매력을 십분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않는 것도 같다. 참 매력적인 책인데. 

이 책은 우주의 시작에서부터 지금까지의 천체와 지리(지질, 기상, 식생 등을 포함)에 관한 책이다. 저자의 독특한 시각과 말투, 전달방식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과도 비슷한 느낌이지만 그보다는 주제가 더 한정적이고, 어떤 의미로는 더 넓다(우주!). 그리고 수많은 그림과 그보다는 좀 적은 사진이 정보를 뒷받침한다.(주제가 그렇다보니 육안으로 혹은 사진으로 담지 못할 것들이 너무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사진이 좀 더 많았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이 책의 거의 대부분의 내용은 놀라움 그 자체이다. 원자의 한 부분인 양성자가 i라는 알파벳의 위쪽 점 속에 2,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개가 들어가는데 그 양성자를 10억분의 1로 축소하여 그 속에다 온갖 입자들을 담은 것이 우주의 시작이란다. 그것이 어느 날 폭발(팽창)한 것 즉 빅뱅이 우주의 생성이란다. 게다가 폭발의 첫 1분 동안에 우주의 지름은 1,000조 킬로미터가 넘게 커졌고 첫 3분 동안 우주을 구성하는 물질의 98퍼센트가 다 만들어졌단다. 그리고 그 팽창은 137억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진행되고 있단다. 시작부터 '띵~'하고 충격이 온다. 고백할 수 밖에 없겠다. 나는 빅뱅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놀라움은 책이 진행되는 내내 따라다닌다. 그 오묘함과 우리 지구, 인류의 기막힌 행운에 대해 울컥하는 고마움과 함께!!! 물론 섬뜩하기도 하다. 지구상의 평균 생물종은 400만 년이라는 지속 기간을 가지는데, 인류는 이미 200만 년을 지나왔다는 사실. 지금도 무수한 소행성들이 지구를 스쳐가는데, 마치 총알이 팔에 닿지 않고 소매를 스쳐 지나가는 듯한 아찔한 순간들이 셀 수도 없다는 것. 소행성이 조금만 방향을 바꾸면 지구는 끝장이라는 것, 지금 진행 중인 간빙기가 언제 어떻게 될 지 모른다는 것 등등. 

물론 전체적으로 책 내용이 매우 잘 이해되는 것은 아니다. 과학 관련 책을 접할 때마다 밑바닥에 깔린 지식의 부족으로 '무슨 소린지~'라고 느끼곤 했던 막막함을 이 책에서도 적잖이 느낀다. 아이들에게도 쉬운 책은 아닐 듯하다. 아니면 내면이 복잡한 어른에 비해 아이들에게는 훨씬 잘 읽힐 수도 있겠다. 엄마가 먼저 읽느라 우리 아이들은 그저 엄마의 독후감만을 전해들었지만 다른 어떤 책보다 꼭 읽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면 점점 알아가게 될 아이들이 이 책에서 볼 것들, 생각할 것들이 무궁무진하므로. 이 책이 어떤 아이들에게는 대단히 새로운 삶을 살게 할 수도 있을 씨앗이 될 거란 예감이 들기 때문에. 2003년에 나온 <거의 모든 것의 역사>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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