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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 뇌! - 신비한 머리 속 이야기 ㅣ 과학과 친해지는 책 5
임정은 글, 김은주 그림, 정재승 감수 / 창비 / 2008년 11월
평점 :
창비의 과학과 친해지는 책 4 <북극곰을 구해줘>를 감탄하며 읽은 기억이 떠올랐다. 에너지에 관한 매우 재미있고 실용적이었던 느낌. 아이에게나 어른에게나 요긴한 책. 이 책도 딱 그 느낌이다. 뇌에 관해 어린이가 알아둘 만한 모든 것, 그리고 전문가 수준이 아닌 어른들의 뇌 상식도 충분히 만족시키는 책. 게다가 쉽고 재미있게 술술 읽히는데, 내용이 충실하다. 출판사에서 여는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기획 부문 수상작이라는데, 상에 대한 신뢰까지 생기게 한다.
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신체기관이다. 신체기관이기는 한데, 종교적인 경외심까지 느끼게 하는 신비한 곳. 우주가 다 들어 있다고도 하고, 사람의 본질을 결정하는 곳이라고도 하는 곳. 생명을 살아 있게 하고, 의식적*무의식적으로 행동하게 하고, 온갖 감정을 느끼게 하는 생체의 사령부. 생명+정신+마음. 카프카의 <변신>을 읽으며, 여전히 그레고르의 정신을 지닌 벌레를 그레고르라고 여길 것인가 혹은 썩은 음식을 찾아먹는, 어쩔 수 없는 벌레로 여길 것인가로 아이들과 토론을 해 본 적이 있는데, 그때 많은 대답은 '여전히 그레고르이다.'였던 걸로 기억된다. 뇌가 존재를 결정하는 가장 핵심임을 아이들도 어렴풋이 느끼고 있다는 방증.
이 책으로, 어린이가 두려움을 느끼는 부위가 어른보다 상대적으로 크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아이들의 두려움에 대해 더 배려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었다. 201시간 10분 동안 잠을 자지 않는 실험을 했던 피터 트립의 이야기는 자못 흥미진진했으며, 적당한 스트레스가 '익숙함'이라는 뇌 단련이 된다는 이야기는 스트레스로 고민하는 내게도 꼭 필요한 대목이었다. 뇌를 다쳐 뇌사 상태에 빠졌던 최요삼 선수 이야기는 뭉클한 가운데도, 뇌사와 식물인간의 차이를 알게 해주었고, 뇌의 신호로 사물을 움직이는 일이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기도 했다.
뇌 연구는 저자의 말처럼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겠고, 그렇게 해서 알아내는 것들이 궁극적인 '앎'에 다가가는 길인지도 확신할 수 없지만 이처럼 뇌를 알고 싶어 하는 노력은 적어도 호기심을 가진 인간의 피할 수 없는 숙제가 아닌가 싶다. 무엇보다 치매가 정복됐으면 하는 바람. 아무튼 초등 중학년 이상이 뇌를 알고 싶을 때.
알고 싶으면 연락해. 이 책을 추천해 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