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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됐지? ㅣ 창비아동문고 247
김옥 지음, 홍정선 그림 / 창비 / 2009년 1월
평점 :
매우 훌륭한 성장동화이다. 지효라는 남자아이가 5학년에서 6학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겪고, 느끼고, 자라나는 이야기. 그 시기에 지효는 엄청난 변화와 슬픔을 겪게 되는데, 죽음이나 성적 호기심이나, 부모와의 관계(외디푸스 콤플렉스로 대변되는), 친구 문제 그리고 교회에서 여러 가지 일을 하며 살아가는 독실한 크리스천인 지효 가족의 환경에서 기인하는 하느님에 대한 믿음의 흔들림이 그것들이다.
지효는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삐걱거림을 느끼고, 부모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귀여운 동생 지민에게 질투 같은 감정을 느낀다. 지효는 그것이 자연스러운 성장의 과정임을 이해하지 못한 채 괴로움 속에서 자위 행위를 하게 되고, 남모르는 죄책감은 깊어진다. 그리고 지효가 부주의하게 방치해 둔 고장난 자전거를 타고 아버지를 마중나갔던 동생 지민이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에덴이라는 이름의 교회를 떠나 서울 인근으로 이사해 또 다른 교회에서 일하게 된 아버지와 지효 가족. 이곳에서 지효는 처음으로 여자아이 때문에 가슴을 앓고, 이야기는 지효가 연극 가인과 아벨에서 가인을 맡는 일로 클라이막스를 향해 달린다.
가인과 아벨. 결국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한 것이었을까? 사실 기독교인이 아닌 이들에게, 혹은 기독교를 믿으면서도 회의를 가진 이들에게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이런 것이다. 책 속 지효가 던진 바로 그 질문이다.
'그런데 왜 지민이었을까?' / 하필이면 엄마 아빠가 그렇게도 아끼던, 솜사탕 같던 지민이를 선택할 까닭이 뭘까 어쩌면 드넓은 우주 공간 속에서 지민이 목숨 따위는 개미 한 마리보다 못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나님이 있기나 한 거야? 혹시 다들 속고 있는 건 아닐까?'119-120쪽.
뜨거운 마그마처럼 분노가 솟구쳤다. 이토록 열심히 일하는 아빠를 이토록 부려먹다가 이토록 갑작스레 쫓아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 지효는 아무라도 붙잡고 따지고 싶었지만 우선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에게 전화라도 한 통 걸어서 물어보고 싶었다. '일용할 양식'조차 빼앗아 가는 이유가 무엇이야고 묻고 싶었다. 122-123쪽.
책을 다 읽었으나 해답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그러나 크리스천인 아이들이라면 어느 정도 열쇠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아무튼, 이야기의 상징성이나 내용, 교훈, 감동, 완결성에서 모두 흡족함에도 불구하고 별 넷을 준 것은 이 책이 종교적이어서 어떤 이들에게는 거리감을 줄 수 있어서이다. 나 역시 그 중 하나이고. 나는 종교가 없고, 내 귀에 들리는 기독교 이야기는 불교 이야기에 비해 더 낯설다. 기본적으로 창조주 하나님에게서 지구가 특별히 선택됐고, 그 중에서 사람이 특별히 선택됐다는 발상이 내게 거리감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멋진 성장동화임은 분명함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