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봉 초콜릿의 비밀 미래의 고전 3
정은숙 지음 / 푸른책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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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어린이책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가장 빈약한 장르를 꼽는다면, 개인적으로 추리*탐정 소설 내지 동화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현실을 직시하는 책들이 꽤 많이 나와 갈증을 해소해주기는 했지만, 그런 가운데도 탐정 소설 쪽은 여전히 드물거나 질적으로 빈약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가운데 <봉봉 초콜릿의 비밀>이 나왔다. 어찌나 반가운지! 사실 처음에는 제목만 '비밀~' 운운 하고서 내용은 탐정 소설과는 거리가 멀 것이라 여겼는데 보기 좋게 예상이 빗나갔다. 한 마디로 멋진 탐정소설이다. 얼개가 복잡하면서도 어린이 책다운 색깔을 잃지 않았고, 긴박감과 유머러스함이 잘 어울려 읽는데 지루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주인공은 설홍주. 아버지 설 경사는 셜록 홈즈를 연상케하는 이름을 딸에게 부여함으로써, 이 아이의 미래에 환한 불을 밝혀 주었다. 12세의 설홍주 탐정이 가장 좋아하는 건 사건 해결 외에, 봉봉 초콜릿이다. 그러고보면 아주 평범한 아이이기도 한데... 평온한 일상이 펼쳐지는 다행동에 전대미문의 유괴 사건이 벌어진다. 홍주는 자신을 추종하는 슈퍼마켓 둘째 아들 완식이와 함께 사건 속으로 고고씽! 한다. 게다가 연이어 일어난 황실 주얼리의 보석 도난 사건! 설마 아이들이 무슨 사건을 풀어? 하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게다가 어른들 사건에 아이들이 끼어 드는 이야기들이 대개 그렇듯 유치하고 황당할 것이라고 생각해도 오산이다. 이 꼬마 탐정들은 그야말로 기가 막히게 사건 속으로 들어가고, 문제를 해결해 내고야 만다. 더구나 봉봉 초콜릿의 반전은 기가 막히다. 그냥 주인공 홍주가 좋아하는 과자로 머물 수 있었던 이 초콜릿은 순식간에 비밀의 열쇠가 되는데, 그 과정이 얼마나 자연스러운지!   

정은숙 작가의 책을 <우리 동네는 시끄럽다>에서 접하고, '멋지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 책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푸른책들에서 '미래의 고전' 시리즈 중 한 권으로 내놓을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린드그렌의 <소년 탐정 칼레>나 캐스트너의 <에밀과 탐정들>에 비견할 우리 어린이책의 탄생을 기다리던 내게는 단비같은 책이다. 물론, 아주 솔직히 말하면 저 책들에 대한 내 감탄을 뛰어넘을 정도는 아니지만, 다음 책이 더 기대된다. 정은숙 작가, 화이팅이다. 반갑다, 설홍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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