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봉 이광희 선생님의 한국사 상식 바로잡기 1 10살부터 읽는 어린이 교양 역사
박은봉 외 지음, 김경옥 그림 / 책과함께어린이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상식을 바로잡는다는 말은 어찌 보면 어폐가 있다. 상식이라는 것이 '진리'라는 말과 다르고, 언제 또 뒤집힐지 모르기 때문이다. 더구나 역사는, 사실이냐 진실이냐를 가늠하기 힘들고, 이미 지나가 버린 시간에 대한 이야기이므로 상식 운운하기 힘들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보 온달이 바보냐, 아니냐.' 혹은 '정말 천민이었던 것이냐.'라는 질문이 큰 의미가 있을까 하는 느낌으로 책을 들춰보기 시작했다. 이미 성인용으로 책이 나와 있었음에도 굳이 어린이용으로 새로 나온 책을 집어들고(나는 어린이 역사책에 대해 유난히 까다로워지는 경향을 숨기지 못한다.), 우문이라 할 질문을 해가면서. 내처 약간 삐뚜름한 생각으로 저자 강연회까지 지인을 따라 갔다. 심지어 강연회 뒤풀이에까지 참석해 이런저런 토를 달았다. 

그러고 나자, 삐뚜름한 생각이 거의 바로잡혔다. 책 만든 이들과의 진솔한 대화 속에서 이 책의 의의를 십분 이해하고 느꼈기 때문이고, 다시 생각해 보니 상식이란 당대에 가장 보편적이랄 수 있는 지식이나 정보, 감정이니까 언제든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싶었던 것이다. 바로잡기를 두려워하는 이에게 발전이 있을 수 없겠다는 생각과 함께. 그리고 그 생각은 집으로 돌아와 이 책을 내 아이들에게 낭독해 주면서 더 굳어졌다. 아이들이 그야말로 두 눈을 반짝거리며 몰입하고, 새로운 사실에 놀라워하고, 즐거워했다. 이런! 어린이책의 독자가 어린이임을 내가 자주 깜빡하는구나, 싶었다. 아이들은 "하나만 더!"를 외쳐댔고, 나는 기말고사임을 주지시키며 강제로 낭독을 마쳤다. 이런 풍경은 사나흘 계속됐다. 한마디로 아이들을 잘 아는 이들이, 딱 알맞을 만큼의 정보와 구성과 양으로 책을 엮어낸 것이다. 

저자 중 한 분이 그 유명한 박은봉 선생이다. <한국사 편지>의 그분. 전집이나 여러 권으로 완결되는 책을 한꺼번에 사는 일이 좀처럼 없는 내가 숨쉬지 않고 질러버렸던 책의 저자. 어린이 역사책의 새 지평을 연 저자! 그래서 좀더 믿음이 갔다고나 할까. 강연회에서 저자는 이 책의(2권도 나올 예정)의 마흔 몇가지 상식 바로잡기 항목을 위해 공부한 기간이 5년여라고 했다. 그 노고와 전문성과 결과물을 만 원 남짓(혹은 미만)을 내고(그도 아니면 공짜 서평도서로) 받아먹는다는 것이 조금 미안해졌다. 더구나 이 책에 실린 상식의 오류는 이미 학계에서는 다 공유하고 있는 이야기라는데, 그 어느 학자도 일반인과의 공유를 고민하지 않는 듯이 보이니까, 그 일을 해주는 저자들이 정말 고마울수밖에.  

혹시 아이가 한국사라고 하면 지레 고개를 돌릴 때, 이 책은 그 문제의 훌륭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문익점과 붓뚜껍 이야기가 사실이 아니래...하면 웬만한 아이는 눈을 번쩍 뜨고 고개를 다시 되돌린다. 행주치마 때문에 행주대첩이 된 게 아니래...해도 마찬가지다. 한번 시도해 보시기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