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 오브 엠버 - 빛의 세계를 찾아서 엠버 시리즈 1
잔 뒤프라우 지음, 신여명 옮김, 김윤한 그림 / 두레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어떤 도시가 그려진다. 가장 밝은 빛이라고 해야 오래된 전구가 안간힘을 쓰며 내놓는 희끄무레한 빛이 전부인 도시. 사람들은 소등 시간에 잠자리에 누워 있어야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헤매다니는 공포와 맞서지 않을 수 있다. 전등 빛이 사라진 곳에는 어떤 빛도 없는 심해같은 곳. 색깔의 향유가 최고의 사치인 곳. 지속적으로 생산이 이루어지기에는 한계가 있고, 곧 식량도, 전기도, 모든 물자가 끊어질 위기에 처한 곳. 말하자면 지옥 입구까지 떠밀린 어떤 도시의 이야기다. 

도시의 건설자들은 사람들을 구원할 길을 이미 마련해 놓았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이 중요한 자리에 올라 있을 때 그 일은 그르쳐진다. 200년 후에 저절로 열릴 비밀의 상자에 손을 댄 7대 시장은 상자를 열지 못하고 죽으면서 상자를 제자리에서 이탈시켜 버린다. 비밀은 묻힌다. 이미 구원되었어야 할 도시. 그리고 한 소녀 리나와 한 소년 둔이 비밀에 접근한다. 늘 그렇듯 이 아이들은 불합리한 규칙에 의문을 제기할 줄 알며, 남들이 꺼려하는 일에 그들만의 호기심과 자유의지로 손을 뻗는다. 게다가 이 아이들은 비밀을 사리사욕을 채우는 일보다는 나누는 일에 훨씬 더 가치를 둔다. 그들 도시의 시장, 경비대와는 달리.  

초등고학년에서 청소년, 그리고 성인들까지 흥미진진하게 읽을 SF 판타지 소설이다. 2편이 몹시 기다려진다.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왜 엠버가 거기에 건설되었을까? 200년 후엔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까? 슬며시 짐작해봄직은 하지만, 반전에 대한 기대 또한 작지 않다. 재미있으면서도 은근히 시사하는 것이 많고, 그저 재미로만 읽기엔 현실감 또한 만만치 않다. 상상력과 현실 감각이 절묘하게 버무려졌다. 영화로 만들기 매우 좋은 작품임이 분명하다. 읽으며, 영화의 한 장면이 저절로 떠오르니까. 개봉하면 가 보리라 생각한다.

매우 미래적인데, 루팡이나 홈즈를 읽는 기분이 물씬 들고, 15소년 표류기나 톰소여 식의 흥미진진함도 있다. 게다가 너무나 그럼직(개연성)하기 때문에 쓰고 나면 다 그대로 되는 쥘 베른의 공상과학 소설을 연상케 한다. <율리시스 무어> 만큼 재미있지만, 그보다는 조금 더 진지하다. 2편이 언제 나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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