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웨이싸이드 학교가 무너지고 있어 ㅣ 창비아동문고 245
루이스 새커 지음, 김영선 옮김, 김중석 그림 / 창비 / 2008년 10월
평점 :
나는 번역된 <구덩이>와 <웨이싸이드 학교 별난 아이들> 그리고 원서 <마빈레드포스트>만 읽고서 루이스 쌔커의 팬으로 자처하는 사람이다. 무엇보다 이 사람의 자유분방함 그리고 그 밑에 깔린 치밀함, 세상에 대한 애정과 날카로운 시선이 재미있다. 루이스 쌔커의 책을 읽을 때마다 이처럼 서로 달라 보이는, 심지어 상당히 반대로 보이는 특징들이 나란히 선 느낌을 받는데, 그게 매력적으로 보인다. 이번의 <웨이싸이드 학교가 무너지고 있어>도 마찬가지다. 좌충우돌, 내키는 대로, 현실과 마법이 마음 대로 공존하면서, 묘한 규칙성을 느끼게 한다. 실제로 그는 매우 치밀하게 이 책을 썼을 것이다. 2년도 더 전에 이 출판사에서 나왔던 <웨이싸이드 학교 별난 아이들>을 다시 꺼내 이 책과 비교해 읽으니 더욱 그렇다. 등장하는 아이들의 캐릭터가 생생하게 살아 있고, 그것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전 책과 연결되고 있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가의 카피라이트도 십 년 정도의 간격이 있으니, 세월이 지나도 작가의 머리 속에는 이 천방지축 아이들 하나 하나가 살아 있는 인물들이리라, 그런 생각을 했다.
아는 사람은 아는 <웨이싸이드> 시리즈는 한 마디로 재미있다. 코와 귀를 씰룩거리며 아이들을 사과로 변하게 만드는 못된 선생님이 나오고, 사오정 저리 가라 할, 착하지만 묘한 주얼스 선생님이 나오고,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30층 교실의 뒤죽박죽 아이들이 나오고, 무엇보다 학교 자체가 희한하다. 한 층에 한 교실씩 있는 길다란 31층짜리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없고, 19층은 없는데, 거기 자브스 선생님의 반이 있단다. 자, 이걸 어떻게 이해하며 읽어야 하나? 그냥, 읽으면 된다. 재미있게. 심지어 한 꼭지는 맨 뒷줄부터 읽어야 하기도 하니까 뭐, 미리 고민하면 머리가 아플 수 있다. 특히 어른 독자는. 책을 그다지 좋아라 하지 않는 우리집 중2 녀석이 제일 좋아하는 책이니까, 청소년을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라면 더욱 신나게 읽을 수도 있으리라.
이야기 하나. 캘빈은 생일선물로 문신을 하는 것을 허락받았다. 친구들은 종일 이런 문신을 해라, 저런 문신을 해라, 어깨에 해라, 엉덩이에 해라 충고를 퍼부었지만, 정작 문신을 해야 하는 당사자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문신은 젤리 고르는 것과는 달라서 뱉어 낼 수 없고 평생 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캘빈은 왼쪽 발목에 조그맣게 감자를 새겨넣는다. 친구들은 한심하다거나 멍청하다고 입을 모았고, 주얼스 선생님도 "네 마음에 들면 됐지, 뭐."라고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티를 낸다. 그렇지만 캘빈은 상관 않는다.
캘빈은 어떤 문신이 좋다고 떠들어 대는 게 얼마나 쉬운 일인지 잘 알았어. 진짜로 뭘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니까 말이야. 문신을 고르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캘빈 자신뿐이었지.-135쪽
'무슨 이야긴지 도통 모르겠어.'하며 읽다가 문득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하는 묘한 책. 아직도 <웨이싸이드>를 모르는 사람들은 '일독'해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