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한 대목을 짜깁기 해 옮겨보았다. 달리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결정적 대목이다. 가슴이 서늘해지기도 하고, 아프기도 한...
책은 크게 색다르지 않다. 청소년 이야기다. 좋은 성적, 유명 대학에 들어가는 일이 다른 모든 일을 압사시켜 버리는 청소년들의 삶, 그 숨막히는 삶의 배후에 도사린 사회, 학교, 그리고 부모. 사랑하는 부모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아이의 숨통을 죄고, 아이는 숨통을 죄는 이가 다름 아닌 부모라서 죽을 만큼 고통스러워한다. 창제는 가출이라는 극약처방을 시도하며, 동준은 슬쩍 슬쩍 거짓말을 한다. 또 착한 계모의 손에 길러진 예슬은 반항 끝에 부모의 선택을 존중하기로 하지만, 고통은 고통이다.
그리고 성준. 동준의 형 성준은 '엄친아'로 대변되는 캐릭터이다. 슬쩍 슬쩍 거짓말도 하고 공부도 고만고만하게 하는 동준과 다른 완벽한 형. 그런데 그가 높은 데서 떨어져 죽는다. 일류 대학을 다니던 그가 떨어져 죽은 것이다. 또, 자살인 걸까?
마치 추리소설처럼 성준의 죽음을 둘러싸고 여러 이야기가 긴박하게 돌아가는데, 희한하게도 마치 옆집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 든다. 낯설지 않다.
아이들은 모든 고통을 <스프링벅>이라는 연극을 통해 토해내고, 풀어내기로 한다. 연극은 이 소설과 나란히 전개되며 아이들의 삶과 고뇌를 축약해 다시 한번 강조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매우 빠른 전개와 현실감 있는 이야기, 그리고 가슴 뭉클한 진정성. 군데 군데 눈물을 훔치며 읽은 것은 아마 진정성 때문이었을 것이다. 늘 들어 왔던 이야기를 새롭게 느끼게 해주는 작가의 역량은 이미 <초정리 편지>에서도 느꼈던 바다. 어쩌면, 당사자인 아이들에게는 구태의연한 이야기일 수 있겠다 싶은데, 정작 부모인 나는 고통스럽게 읽었다.
낯설지 않은데, 아픔이 새삼스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