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갈수록 꾸져지는 번역에도 불구하고 책이 또 하나 나왔다. 직역에 가깝게 할 것인가 혹은 매우 매끄럽게 다듬을 것인가 하는 문제에서 최근 의역이랍시고 안드로메다로 가버리는 일에 대한 경종의 글을 많이 읽은 터라 조금은 전보다 더 고민하였다. 우리나라에서 번역이 값싼 노동에 불과하므로 짧은 시간에 많이 번역해야 먹고사는 일은 번역의 질을 담보할 수 없게 한다는 <유럽의 책마을> 저자의 말에 깊이 동감한다. 사실 번역은 중노동이며, 노동의 강도에 비해서는 보상이 적다. 번역에 따르는 보상은 오히려 한 권으로 엮여 나오는 책 자체이며 그 책이 읽히고 관심 받는 일에서 찾아진다.(관심 좀...^^;)  

이 책은, '사과는 신선하고 비타민이 풍부한 우량식품이다.'로 대변되는 우량 및 불량식품의 관념을 재고해보자고 한다. 즉, 신선한 사과만 신선하며, 사과에는 '전체 비타민'이 아닌 '한두 가지 비타민'이 '풍부'하다기보다는 '좀' 들어 있으며, 우량 식품이라고 하려면 천차만별의 기준을 적용할 수 있음에 대한 이야기다. 따라서 우량 아니면 불량이라고 하는 이분법적 발상에 대해서도 경고한다. 또 온갖 영양성분을 모두 빼 버리고, 아니 영양성분이 덜 들어 있을수록, 오로지 식이섬유나 몇 가지 성분으로만 된 식품으로 식단을 몰아가며, 나머지 부족한 영양분을 약으로, 건강식품이라고 하는 것들로 채우려는 세태에 대한 경종이다.  

음식(식품)을 둘러싼 온갖 루머와 속신의 근원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탐구보고서쯤 되려나. 각설.

사족.
오헨리의 단편을 아이들 눈높이로 맞춰 가며 번역하는 일을 최근 좀 했다. 이를 위해 시중에 나와 있는 오헨리의 단편을 서점에서 읽으며, 때로 하나의 번역이 다른 번역을 참고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아 좀 씁쓸했다. 먼저 번역한 이가 오류를 내놓으면 이후 나오는 책도 오류로 칠해진다. 번역의 오류란 마치 오탈자처럼 운명적인 부분도 있으나, 베낀 오류는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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