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애덤 스미스 국부론 서울대 선정 만화 인문고전 50선 12
손영운 기획, 손기화 글, 남기영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왜 지금 국부론인가? 그저, 논술 바람에 휩쓸린 인문고전 읽기의 강박에서 비롯된 것인지. 혹은 이 대단한 책을 인생에서 접해보지 못하는 것이 중요한 무엇을 놓치는 것 같아서인지. 혹은 관심분야여서인지. 내 경우 이런 이유들이 순서 없이 뒤섞여 있지만, 그럼에도 딱딱한 국부론을 일부러 찾아 읽기란 진실로 녹록치 않아서 이 책, 하마터면 내 인생에서 영영 만나보지 못할 뻔했다. 이처럼 만화로 누군가 친절히 펼쳐내 놓지 않았더라면. 

애덤 스미스는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말로 기억되는 이름이다. 영국인이며 보이지 않는 손이 시장의 수요 공급을 자연스럽게 조절해 주니, 경제에 인위적인 제약을 가하지 말자는 자유경제주의자. 이 정도가 내가 지닌 스미스의 데이터이다.  

중농주의자였음은 이번에 새로 알게 된 사실이다. 중상주의자들이 대개 국가의 경제 개입을 주장했으니 뒤집어 보면 당연한 사실이었을 텐데,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그는 조국인 영국의 부를 이루어내기 위한 의도로 이 책을 썼다 한다. 애국과 국수주의가 애매한 경계를 이루고는 있지만 그는 이 책으로 미루어 보건대 애국자였던 듯하다. 편협한 시각을 지니고 제 나라를 생각하면 국수주의로 흐르기 쉽지만 애덤 스미스는 객관화의 노력을 많이 기울였고, 공정하며 소위 윈윈이 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려고 노력했던 듯하다. 

책을 읽으며 참으로 방대하고 깊은 이 저작에 거듭 거듭 놀랐고, 그래서 평생 독신으로 지낸 그의 '지나친 맑음'에 너그러운 마음이 되었다.  

그러나 국부론에 대해 뭐라 말하고자 하면 사실 별로 떠오르는 것이 없다. 나름대로 붉은 색연필로 동그라미와 별을 그려 가며 세심하게 읽는다고는 했으나, 덮고 나니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간 듯한 허무함이 있다. 어쩌면 내 머리의 둔함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이 책 그렇게 녹록하지 않고 아무리 만화로 만들어졌어도 그게 '쉬움'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이 책이 만화여서 좋은 것은 '이해'나 '기억'보다는 '시도의 용이성', 다음에 다시 읽을 수 있는 '계기의 제공'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국부론을 이렇게 엮어내는 저자와 화가가 대단하다 싶은 생각을 또다시 해보았다. 인문고전에 감히 도전하기 힘들어 했던, 그러나 관심 있는 사람들을 위한 선물이 될만한 책이다. 나도 덕분에 국부론 읽기를 시도해 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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