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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거짓말 그리고 수학 - Do The Math 1
웬디 리치먼 지음, 박영훈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비밀, 거짓말 그리고 수학. 제목과 딱 맞는 이야기임을 읽고 나면 알게 된다. 그런데 딸은 수학이란 글자만 보고 지레 '재미없을 것'이란 딱지를 붙이고 한동안이나 손을 대지 않았다. 게다가 표지가 그다지 재미있는 소설같이 보이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내가 먼저 읽었다. '재미있었다.'
사춘기 아이들의 예민한 감수성과 크고 작은 사건들(개중에는 살인사건이 끼어 있다.)이 수학천재인 테스를 중심으로 만발한다. 그저, 흥미진진한 청소년 소설이라고만 해도 아무 무리가 없을 정도로 골치 아픈 수학과 별무상관이다. 물론 테스는 자신과 자신 주변의 사람들, 사건들을 수학적으로 풀이해 보는 버릇이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 그것들은 '수학'이라는 말이 지닌 골치아픔과 상관없고, 부담없고, 오히려 재미있다.
사실 나는 '허수'라는 개념이 고등학교 이래 줄곧 난해하였고, 굳이 알아보려고도 하지 않았는데 이 책을 통해 개념 잡기가 좀 되었다. 허수를 왜 'i'로 표시하는지도 이제야 알았다. 상상의 수라는 뜻. 즉,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어서 'i'표 표시한다고. 3i는 제곱하여 -9가 나오는 수다. 제곱하여 마이너스가 되기란 실제에서는 불가능하고 허수로만 표현 가능하다. 아하!
테스의 어머니는 친구인 랍이 자기 아내를 살해했다고 의심하지만, 증거 없는 의심이 괜한 사람을 괴롭힐까봐 입을 다문다. 그러나 테스는 '가부간' 증거를 찾을 수 있게 경찰에 제보해야 한다고 여긴다. 테스는 그 일이 증명이 필요하지 않은 '공리'가 아니라 증명해야 할 '정리'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사실 중학생인 테스와 달리 세상 오래 산 독자인 나는 '사건의 일어남'이 '아예 아무것도 안 일어남'보다 나쁠 때가 많다는 걸 경험으로 알지만, 그걸 증명할 수는 없다. 그러나 마음은 그렇더라도 생각은 테스의 것이 옳다고 여긴다. '마음'과 '생각'의 간극.
어찌 보면 수학은 청소년과 닮았다. 플러스이냐 마이너스이냐가 분명하고, 교차할 것인가 평행할 것인가를 따져보아야 하며,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음에 대한 면역이 되어 있기보다는 끝까지 밝혀내야 하는 맑음이.
그러나 이 책에서도 이야기하듯이, 지구가 구형일 때 그 위의 평행선은 극점에서 만날 수도 있다. 비유클리드기하학이라든가? 그게 삶일 것이다.
아무튼, 이 책으로 우리 아이가 거창한 인생을 깨닫거나, 수학의 개념을 숙지할 것이라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 아이는 청소년이므로. 그저 수학이 생활과 얼마나 밀착되어 있는가를 어렴풋이 알았으면 좋겠고, 재미있다고 느꼈으면 좋겠다. 더도 덜도 말고 흥미진진한 학원 추리소설로 읽어주면 바랄 것이 없겠다. 재미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