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리고 쏠리고 들끓다 - 새로운 사회와 대중의 탄생
클레이 셔키 지음, 송연석 옮김 / 갤리온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촛불집회의 전개 과정을 보다보면 혹자가 이야기하듯 조직적인 배경이 존재한다는 것이 터무니없음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70년대나 80년대식의 데모를 연상하던 이들은 그처럼 구심점 없이 순수 자발로 이루어진 집회를 대하며 헛것을 보는가 싶은 기분도 느꼈을 법하다. 대중의 들끓음에 대한 기존의 관념을 지닌 이들은 촛불의 움직임을 예측하지 못해 멍하니 쳐다보기만 했다. 그 거대한 움직임이 구체적, 조직적이지 않고도 이루어질 수 있음이 놀라웠던 것이다. 그들은 모종의 목적을 지닌 이들에 의해 일정 방향으로의 이끎이 먹히지 않는 강한 대중이었다. 또 용광로처럼 들끓다가 가뭄 속 소나기처럼 흔적 없이 사라지는 기민한 흩어짐을 지녔고, 그런가하면 다시 들끓었다.  

달라진 대중. 도대체 사람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이 책은 수수께끼같은 이 질문에 어느 정도 대답이 되어 준다. 아니, 상당히 명쾌한 분석을 제공한다. "아~~~하!" 이런 감탄마저 군데군데 터져나온다. 말하자면 커뮤니케이션의 방식, 즉 참여의 양태가 뿌리에서부터 달라져 버렸다는 것이다. '돈'을 중심으로 '관리'되던 조직은 일정 한계 안으로 들어가 버렸고, '이득'과는 상관 없는 내적 동기들이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도구의 활성화로 인해 간단없이 폭발하는 양태를 보이게 된 것이라 한다. 

그룹 행동을 가로막던 장애물들은 대부분 사라졌으며, 그런 장애물이 제거된 만큼 이제는 함께 모여 원하는 바를 해낼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자유롭게 모색할 수 있게 되었다.-30쪽 

관리자의 지휘 없이, 이익이라는 동기를 초월해 활동하는, 구조가 느슨한 그룹들의 활동이다.-57쪽.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서로를 위해 뭔가를 해 줄 수 있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행동을 해 보고 싶게 만들 정도로 비용도 적게 드는 세상, 작은 사랑으로 이룬 결실이 그 처음의 수준을 훌쩍 뛰어넘어 오래 지속될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우리의 사회적 도구는 사랑을 재생 가능한 건축자재로 바꾸고 있다.-154쪽. 

이처럼 이 책은 막연히 느끼고 있던 '달라진 우리의 모습'을 돋보기와 청진기와 현미경을 들이대며 요모조모 관찰하고 분석해 주는 책이다. 읽다보니 어느 모로나 가히 혁명이라 할 정도의 변화라는 걸 실감하게 된다. 그리고 사회 변화에서 '나'라고 하는 개인이 과거와 달리 구경꾼이 아니라 숱한 주인공 중 하나로 등장하게 되었음도 실감하게 된다. 그게 핵심이다. 모든 사람들이 변화의 주체로 등장하게 되었다는 점. 그러고보면 이 책, 산업화와 더불어 가속화된 수천 가지의 소외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하여 주인공 자리를 탈환하게 되었나 하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같다. 더이상 주와 객이 따로 존재하지 않게 된 사연의 사회학적 풀이라고나 할까. 

참 오래 걸려 읽었다. 재미없어서, 지루해서가 아니라 잘 읽어야 할 것 같아서다. 워낙 다각적 분석과 다양한 사례들이 들고나므로 핵심을 잡아 읽기가 쉽지는 않지만 독서 자체는 무척 즐겁고, 뿌연 안개를 걷어가주는 명쾌한 즐거움이 가득하다. 요즘 세상에서 '나'의 위상과 한계, 가능성을 타진해보고 싶거나, 요즘 대중을 상대로 뭘 해보고 싶은 사람 모두가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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