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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내가 그럴 줄 알았어 - 김용택 동시집
김용택 동시집, 이혜란 그림 / 창비 / 2008년 8월
평점 :
'2008년 여름, 고향 마을 임실의 덕치초등학교에서 40여 년간의 교단 생활을 마치며 이 책을 펴냈습니다.'
이렇게 시인의 소개가 되어 있다. 그 앞에는 작품이나 수상경력이 적혀 있지만 이 대목만 자꾸 되뇌게 된다. 고향의 초등학교, 40여 년, 교단 생활, 책.
시인의 마음이 어떤 빛깔일지 잡혀온다고나 할까.
소개를 읽고 시를 들춰 읊조리면서, 나는 순식간에 고향의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갔다. 신작로라는 말이 낯설지 않던 시절. 그 시절의 내가 책 속에서, 시 속에서 걸어나오고 뛰어나오고 했다.
학교 버스
구불구불
동네까지 가는 길은
심심하다.
길가에 느티나무도
심심하다.
길을 건너던 개구리도
심심하다.
길에 내리던 소낙비도
심심하다.
아이들이 지나가면 바라보던 먼 산도
심심하다.
논에서 일하던 할아버지도
심심하다.
타박타박 걷는
아이들 발소리가 사라진 길은
정말 심심하다.
걸어 걸어 가는 학교길은 천지에 놀거리, 해찰할 거리, 볼거리이고 하염없이 붙들고 뭐라 뭐라 조잘대는 길인데, 버스로 부릉 하고 가버리면 그 모든 것은 그야말로 심심해진다. 아이들 발소리가 사라진 길을 바라보는 선생님의 옆모습이 보이는 듯한 시.
읽고 나도 책장에 꽂지 않고 자꾸 만지작거리는 김용택 동시집.
그분의 남은 40년도 분명 아름다울 것이다. 축하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