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원래 공부 못해 창비아동문고 244
은이정 지음, 정소영 그림 / 창비 / 200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난 원래 그래."라는 말을 나는 무척 싫어한다. 누가 이 말을 하면 그를 심히 마뜩찮게 보며,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적어도 내 아이 입에서는 그 말이 안나오기를 바랐다. 이처럼 책임성 없고, 되는 대로 살겠다는 똥배짱에,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겠다는 파렴치한 말이 어디 있나, 그렇게 생각했다. 정말 그랬다. 

이 책은 그래서 내게 충격이었다. '<난 원래 공부 못해>라고? 누군 태어날 때부터 공부 잘하나? 열심히 공부해야 공부를 잘하지?' 이런 생각부터 확 들었다. 우리 아이들한테 읽히면 덩달아 "그 봐. 공부 못하면 공부 안해도 되잖아." 이런 말이 나올 것 같은 걱정까지 되었다. 

문제의 원래 공부 못하는 아이가 누굴까 하고 책을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그 아이는 바로 찬이였다. 찬이는 산기슭에서 할아버지와 살며 흑염소, 토끼를 키워 식당에 내다 파는 일을 한다. 비록 어쩔 수 없이 식당에다 키우던 동물을 먹을거리로 팔기는 해도 찬이는 무척 마음이 따뜻하고, 동물을 사랑한다. 공부는 못해도 동물에 대해서는 척척박사이며, 동물을 돌보는 일에 몸을 아끼지 않는다. 

그런데 너무 의욕적인 선생님이 찬이네 학교에 부임해온다. 젊은 여자 선생님(멋진 연희 샘)은 그야말로 좋은 뜻으로 아이들의 학업 향상 프로젝트를 실시하지만, 아이들은 힘들어 하고 특히 찬이는 전혀 나아지는 기색이 없다. 급기야 찬이와 찬이 친구 진경이는 찬이가 "원래 공부 못한다."고 선생님께 이야기한다. 

착한 연희 샘도 차츰 화가 나기 시작한다. 시골 아이들이 미처 누리지 못하는 공부 기회나 학업 향상의 기회를 주고 싶은 마음을 반 아이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따라오지 않으려 하는 것이 섭섭하고 안타까워서다. 하지만 어느새 오기까지 생겨버린 연희 샘의 노력은 점점 더 아이들을 지치게 하고, 찬이는 그처럼 좋아하던 선생님에게서 등을 돌린다.

이 이야기는 물론 우여곡절 끝에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선생님이 찬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것으로. 아이들의 공부도 자율에 맡기는 것으로. 물론 현실감이 좀 떨어지는 이야기이기는 하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내가 젊었던 시절, 정책도 사회도 불도저 식이어야만 했던 시절엔 '원래 그래.'라는 말은 그야말로 패배주의적인 생각에 지나지 않았지만, 지금은 좀 다르지 않은가 하는 생각.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기."라는 게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 찬이가 꼭 공부를 통해 행복을 성취할 이유가 뭐란 말인가 하는, 그런 생각. 

누구나 행복하자고 살아간다. 공부가 행복에 걸림돌이 된다면 그런 공부는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한다. 산골의 찬이에게, 공부를 잘 하기 위해 진땀을 흘리며 성과 없는 노력을 계속하는 것은 그야말로 헛수고이며 낭비일 수 있다. 인간은 천차만별이다. 남이 잘 하는 걸 내가 잘하란 법은 없다. 공부 잘 못하는 아이에게 공부를 강제로 들이미는 건 참 못할 짓일 수 있다. 

오늘, 이 책으로 공부만 들먹이지 않는 그런 어머니로서의 삶을 다시 한번 꿈꾸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