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소년은 열네 살이었다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27
로이스 로리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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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년은 열네 살이었다. 제목에서 마음이 아파왔다. 열네 살이라는 나이와 과거형의 마무리. 소년이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는 무언의 암시. 아마 그는 열네 살에서 멈추었나 보다, 했다. 표지에 보이는 저 키 크고 마른 소년의 흑백사진이 그 소년이었던 걸까? 

이 책은 할머니가 된 어느 의사가 자신의 여덟아홉 살 적, 1910년에서 1911년 사이를 회상하며 1인칭 화자의 시점에서 전개해 가는 회고담이다. 그야말로 흑백 사진이 어울리는 시절이다. 여전히 무지와 몽매가 의도하지 않게 인간에 대한 편견을 낳던 시절. 그러나 사람들은 다정했고, 따뜻했던 시절.

감수성이 예민하고 순수하면서도 세상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지녔던 소녀 캐티는 일상의 사소한 그 무엇도 스쳐 지나가는 법이 없었다. 자신이 의사 아버지를 두어 유복하게 자라는 동안 스톨츠네 가족은 딸들을 다른 집에 보내 가정부를 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캐티는 잘 알고 있었다. 삶이 늘 공평하지만은 않다는 걸 어린 캐티는 알았다. 캐티는 자기 집에 살러 온 페기 스톨츠를 좋아했고, 페기의 남동생인 제이콥도 좋아했다. 캐티는 정신지체를 지닌 제이콥을 친구로 삼았다. 한 번도 제이콥이 캐티를 바라보거나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 아이가 얼마나 다정다감한지를 본능적으로 알았다. 캐티 자신이 그런 아이였기 때문이다. 부처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 

제이콥은 지나치게 많이 태어난 새끼 고양이를 괴롭지 않게 물에 빠뜨려 죽이는 일을 했다. 고양이를 사랑해서다. 고양이를 사랑하지 않는 많은 사람들은 고양이를 죽이는 일을 자기 손으로 하지 않는다. 하지만 제이콥은 그 일을 했다. 제이콥은 어미에게 외면당하는 어린 양을 다른 어미 양에게 갖다 주어 기어이 살려냈다. 다 죽게 된 강아지도 살려냈다. 그러나 자기가 누굴 살려냈노라, 어쩌고 말을 하지 않는다.

나는 제이콥이 말을 못한 것이 아니라 안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그는 그랬을지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은 말을 하지 않는 정신지체아를 이해하지 못한다. 사람들은 제 값대로 남을 판단하기 때문이다. 열네 살이었던 제이콥, 그는 여전히 열네 살이다. 

참으로 잔잔히 흐르는 이야기. 하도 잔잔해서 마음을 느긋이 풀어놓으려 하면 지긋이 가슴을 찌르는 이야기. <앵무새 죽이기>가 떠오른다. 그건 내게 최고의 찬사이다. 나도 가끔씩은 제이콥이 딸각거렸던, 고양이 눈을 닮은 구슬을 찾아보게 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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