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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음표 철학 동화 - 생각의 문을 여는 7가지 철학동화
우현옥 외 지음, 천소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사실은 '동화'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작품 중 철학적이지 않은 책이 많지는 않다. 적어도 작가가 아이들에게 읽히겠다고 생각하고 작품을 구상하고 집필하면서 '아이들 마음 속에 무얼 심어 줄까?'를 고민하지 않기란 흔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동화에는 삶에 대한 생각과 태도를 형성할 수 있는 작가의 철학이 담겨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실린 일곱 편의 이야기에 '물음표 철학'이란 말이 붙은 이유는 아마도 철학적인 질문을 곧바로 던지기 위한 목적으로 쓴 것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책을 펼쳐 들기 전에는 그점이 걱정스러웠다. 목적이 강한 글들은 재미와 감동을 잃어버리기 쉽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말은 철학동화인데 그저 논술학습서이기가 쉽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걱정 외로 작품들이 모두 좋았다. 무슨 말을 하기 위해 쓴 작품인가 하는 목적성이 두드러지는데도 거슬리지 않고 재미있었다. 그리고 과연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주었다. 하루에 한 이야기씩 딸아이와 함께 읽었다.
특히 첫 이야기 <위대한 탄생>은 그야말로 톡톡 튀는 유머와 위트가 돋보였다. '아름다움이란 얼굴이 예쁜 것을 말할까요'라는 부제가 붙은 이 이야기는 성형 열풍이 생존의 조건으로 받아들여지다가 급기야 철따라 새옷을 사는 것처럼 당연하게 여겨지는 세태를 매우 통렬하게 풍자하고 있는데, 어찌나 실감나는지 마치 이웃집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렇게 온갖 고통과 끔찍한 수고를 감내하고 다른 인간으로 태어나기를 갈망하는 모습은 흡사 알을 깨고 나오는 병아리의 그것처럼 '위대할' 만도 하다. 적어도 겉모습만은.
이야기의 뒷부분에는 '아름다움'에 대한 철학적 고찰 및 현실 생활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기 위한 실천 덕목이 제시되어 있고(물론 어린이 수준에서), 아름다움에 관한 철학적 금언이 소개되어 있다. 그리고 '나도 철학자'라는 코너를 통해 이런 세 가지 질문을 던진다.
1. 못생긴 것이 부끄러운 걸까?
2. 예쁜 것에는 기준이 있을까?
3. 아름다운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게 부끄러운 것이고, 예쁘다는 말과 아름답다는 말 사이에는 어떤 간격이 있는지, 예쁜 것의 기준과 마찬가지로 못생긴 것의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흘러나올 수 있을 것이다.
나머지 여섯 편의 이야기도 모두 수준이나 길이, 깊이가 알맞고 읽기 좋다. 우리집 둘째는 여섯 번째 이야기 <할아버지 유령을 팔아요>를 매우 감명 깊게 읽었다고 했다. 할아버지와 유난히 가깝게 지냈던 우리 아이도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힘들어 했던 나날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죽음을 납득시키기 위해 어쭙잖은 동화까지 썼던 일이 떠올랐다. 사람의 관심사, 아이들의 의문은 한결같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아이들을 생각하는 삶으로 이끄는 첫 걸음이랄까.
대화를 끌어낼 수 있는 동화 모음집이고, 못지 않게 재미있으며 실질적이다. 논술 수업을 진행하는 선생님들께도 요긴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