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 수학 나라 수학과 친해지는 책 2
안소정 지음, 오정택 그림 / 창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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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루라는 아이가 수학 시험을 망치고 의침소침해 있다가, 헌책방에서 <수학나라 환상여행>이라는 책을 만나 수학나라 여행을 다녀오게 된다. 수학자들을 만날 때마다 미션을 해결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가상의 티켓을 얻는 구조. 이윽고 현실로 돌아온 머루는 수학에 대해 자신감을 지니고 새출발을 한다. 이런 이야기 구성으로 되어 있다. 좀, 상투적이다. 그래서 책을 펼쳐들며, 둘쨋놈에게 "재미있어! 엄마 말 믿고 꼭 읽어 봐." 이런 말을 할까 말까 생각 좀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수학나라에서 만나는 수학자들의 면면에 확 끌리기 시작했다. 아메스라고? 처음 들어본 이름인 걸. 사실 우리가 아는 대표적인 수학자인 피타고라스는 하도 귀에 익어서 실제로 그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지레 재미없다는 생각을 하기가 십상인데, 아메스로부터 소개가 시작되니 '누굴까.'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아메스는 이집트의 신관이었으며 세상에서 처음으로 수학책을 쓴 사람이란다. 이름만 들어본 최초의 종이 파피루스에다가. 그때가 3700년 전이니 인류가 수학과 손잡은 역사가 실로 엄청나다는 실감을 했다. 

이어 최초의 수학자 탈레스가 등장한다. 세상이 물로 되어 있다고 한 자연철학자로만 여겼던 그가 증명이라는 개념을 수학에 심어주었단다. 애석하게도 나는 그림자로 피라미드의 높이를 재거나 바다에 떠 있는 배까지의 거리를 구하는 일이 여전히 어려웠다. 수학 젬병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순간. 

피타고라스와 유클리드, 아르키메데스의 이야기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새롭게 존경스러워졌다. 어쩜, 어쩜! 이런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삼각수와 사각수, 삼각형의 내각의 합의 증명, 원뿔 및 구, 원기둥의 부피가 1:2:3이라는 사실을 되새겼다. 이 대목에서 곁을 힐끔거리는 큰놈이 비명을 질렀다. "아, 저 아저씨들 싫어! 왜 그런 걸 알아낸 거래?" 하지만 이미 수학공부에서 손을 놓은 어른인 나는 싱긋 웃었다. "저 아저씨들은 있는 걸 발견해낸 것 뿐이야. 아니면 네 수학공부는 훨씬 더 어려웠을 걸?"  

중국의 유휘도 처음 들어본 수학자이다. 그가 원주율을 가장 먼저 계산해 낸 사람이란다. 책에도 나오지만 우린 수학자가 죄다 서양에만 있는 줄 안다. 이 역시 또 하나의 사대주의인가? 언젠가 보았던 마방진이 떠오르는 순간. 유휘 아저씨 멋지십니다! 

일곱 번째는 수학기호를 만든 디오판토스와의 만남이었다. 그가 만든 수학기호는 지금과는 다르지만 수학식에 기호를 쓴다는 그의 아이디어가 아니었다면 수학 문제는 도대체 어떤 길이로 냈어야 할지, 상상만 해도 피곤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개된 수학자는 이름만 들어본 오일러였다. 그가 실명했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그리고 그가 천재적인 계산력을 지니고 있었다는 것도! 위상수학이라고 하는 분야를 개척했다고도 하는 그는 연필 떼지 않고 그리기의 아버지였던 것이다. "학술원에 있는 두 사람이 아주 복잡한 계산을 하다가 50번째 자리의 계산을 두고 옥신각신하자, 오일러는 계산 전체를 암산으로 다시 해서 판정을 해주었대."라고 하는 대목을 읽으면서는 그야말로 입이 딱 벌어져 다물어지지 않았다. 천재란 오일러같은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려니 싶었다. 

하늘이 이런 천재들을 간혹 인류에게 선사해 주시고, 그들에게 일생 한 가지만 매진하는 성격까지 부여해 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이런 생각마저 들었다. 

이 책은 수학과 수학자들에 대한 매우 압축되었으면서도 요긴한 정보 책이다. 또 멋진 수학자들에 대한 전기책이기도 하고, 수학에 대한 흥미를 돋구는 학습서이기도 하다. 읽고 났더니 참 기획이 잘 되었다 싶다. 나는 참 재미있게 읽었는데, 아빠와 여행 간 둘쨋놈이 어떻게 느낄지가 관건이다. 아마 재미있다고 할 것이다. 사실, 재미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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