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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 러브 ㅣ 메타포 8
엘렌 위트링거 지음, 김율희 옮김 / 메타포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힘든 사랑. 힘들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누구를 사랑한다는 건 가슴을 내주어야 하는 일이라 늘 힘들다. 그가 곁에 있어도 그리워 힘들고, 멀어지면 또 그리워 힘들다. 내가 더 많이 사랑해서 힘들고, 그가 더 많이 사랑해서 힘들다. 그가 아프면 힘들고, 그가 즐거우면 마음 한 켠이 휑해지며, 인간 삶의 모든 것이 짧음에 가슴이 아린다. 사랑하는 일은, 그렇다.
고등학교 2학년인 존은 엄마, 아빠의 이혼으로 알지 못하는 상처를 쌓아간다. 그는 세상 모든 것에 냉소적이다. 상처받은 아이들이 흔히 그렇듯이. 하필 존이 사랑하게 된 사람은 레즈비언인 마리솔이다. 둘은 1인 잡지라는 매체를 통해 글로써 먼저 소통하게 되었으므로, 얼굴부터 좋아하기 시작하는 안전한 사랑에서 좀 멀찍이 선 채 사랑을 시작했다.
존과 마리솔의 이야기는 하나의 조그만 몸부림처럼 읽혔다. 더 이상의 상처는 싫다는 몸부림. 하지만 삶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고, 진한 눈물을 성장의 대가로 받아낸다.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이 이 책에서는 의미를 지닌 매개로 자주 등장한다. 진실의 문제, 성장통, 소통, 상처와 위무 등. 샐린저의 저 책을 읽고서 한동안 온갖 생각을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진실하고자 노력하는 이들이 꼭 상처를 받아야 하는 우리 삶이라는 것에 대해. 제정신으로는 세상을 보기가 힘든 그들의 나이에 대해.
존의 '치사한' 편지는 그 부모들에게는 가슴을 찌르는 아픔이었을 것이다. 부모인 나는 안다. 하지만 모든 진실은 아픔을 디디고 열매를 맺는다. 그리하여 치사하지만 간절한 소통을 갈구했던 편지로 그들 모두는 새로운 시작 앞에 선다.
내용은 묵직하지만 책이 상대적으로 덜 무거워 다행이라고 여기며 읽었다. 청소년기 특유의 말투와 행동양태가 심지어 즐겁기까지 해서, 마음 편하게 읽었다. 금방 읽고, 좀더 긴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그리고 내린 결론. 그래, 세속의 눈으로 볼 때의 건전한 사랑, 쉽게 받아들여지는 사랑만 하기를 기대하지 말자. 딸에게. 어떤 사랑도 아름다우니. 뭐,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존과 마리솔, 존의 엄마의 성장이 아름다우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