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도쿄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우선 고백부터. 오쿠다 히데오를 이 책으로 처음 만났다. <남쪽으로 튀어>나 <공중그네>가 인터넷 서점의 각종 메뉴를 화려하게 장식할 때, 마치 이 책의 주인공 히사오 다무라가 존 레논의 죽음 앞에서 일부러  외면했던 것처럼, 롤링스톤스의 일본 공연 때 무심한 척 해보였던 것처럼 나도 히데오의 작품을 건너뛰었다. 남들이 와~ 하면 나는 칫, 한다. 마치 히사오처럼. 

먼 과거로 돌아가 보니(이 책이 그렇게 이끌었다.) 히사오는 바로 나였다. 아버지에게서 벗어나고 싶다, 조그만 항구도시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열망으로 상경했던 나. 재수를 했거나 대학 중퇴를 하지는 않았지만 굳이 잡지사행을 선택해 밤을 밥 먹듯이 새우며 선배 기자들 밑을 기어다녔던 일, 어느 날 프리랜서로 나서 온갖 클라이언트의 뒤를 따라다니며 허접스러운 뒤치다꺼리까지 도맡아 했던 일 등등. 다르다면 그는 상당히 잘 나갔고, 나는 그렇지 못했다는 정도. 

책의 배경이 되는 80년대. 내 청춘도 80년대 중후반에 맞이하고 보냈다. 저자의 자서전적인 느낌도 상당히 풍기는 이 책은 그래서 더욱 내게 공감되었다. 히사오의 청춘을 스쳐 지나간 수많은 역사적 사건들이 꼭 어제 일인 것만 같이 느껴졌다. 그래,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었다! 그래, 나고야와 경합하여 서울이 이겼었다. 88 올림픽. 아, 이제 고색창연해져 버린 쌍팔년도 식. 그 무겁고도 가벼웠던 시절. 스무살, 서울 

역자 후기에서 옮긴이는 이 책의 최고 조연이 누굴까, 하는 질문을 던지는데 나는 히사오의 클라이언트 중 하나인 고다가 떠올랐다. 그런 이런 말을 한다. 

"남자라는 건 말이지, 개인 요리사를 고용했을 때 비로소 일류가 되는 거야. 영국 귀족들도 다 그렇잖아? 그놈들 아예 소믈리에까지 거느리고 있어. 그에 비하면 내 호사는 아직 멀었어." 

고다는 부동산으로 갑자기 떼돈을 번 전형적 80년대식 부자다. 큰소리 탕탕 치던 그는 포장마차에서 눈물을 흘리며 주정을 한다.  

"친구들을 잃어버렸어. 물론 옛날이 좋았다고는 전혀 생각 안 해. 쥐꼬리만한 월급에 실컷 부려먹고, 무능한 상사는 잘난 척 위세나 부리고, 좁은 집안에서 복닥거리며 살고, 그런 생활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절대로 없어. 하지만 말이야. 그때가 그립기는 하더라고." 

나도 그때가 그립다. 

1979년에서 89년까지의 10년 동안을 여섯 개 장으로 나누어 각각이 하나의 완결을 이루도록 하면서 전체가 장편소설이 되게 독특하게 구성되어 있다. 그게 우리 인생을 닮았다고도 생각해 본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08-06-07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역시 글쓰기의 저력이 이해됩니다.^^
오쿠다 히데오~~~ 책따세 책으로 만났지요.
이 책은 아직...인터공원 서평단 신청했는데 될려는지...

파란흙 2008-06-07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공원 서평단 꼭 되시기 바랍니다. 젊은이들보다 우리들에게 더 재미있을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