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보 생활 지침서 메타포 7
캐롤린 매클러 지음, 이순미 옮김 / 메타포 / 200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깜짝 놀라며 책을 펼쳤다. 누가 나 보라고 일부러 지은 책인가, 하면서. '뚱보'. 꽤 유머러스한 말처럼도 보인다. 하지만 웃어 넘기기에는 뚱보 아줌마로 살기가 여러 모로 녹록치 않다. 스스로 느끼는 건강 문제 외에도 우리 사회가 비만에 대해 '게으름의 소치'로 밀어붙이면서 도덕적인 가치까지 부여하여 '죄'로 인식하게 강요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TV에 뚱뚱한 사람이 나와 뭘 할라치면 아이들 입에서는 바로 "재수없다."는 말이 나온다. 그러니 십대들은 견디기가 오죽 힘들겠는가. 소위 왕따를 당하는 아이들 중 많은 수가 그저 뚱뚱하기 때문이라고 하니 말이다.

이 책은 뚱보로 느끼고, 뚱보로 취급되는 한 소녀의 가정과 학교생활을 중심으로 한 내면 및 사건을 따라가는 소설이다. 제목을 보면 좀 다큐적인 딱딱한 내용이 아닐까 싶지만, 그 자체로는 재미있는 소설이다. 자칫 지나치게 무겁게 흐를 수 있는 내용을 적당한 유머를 섞어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끌고가며, 버니지아 쉬리브스라는 소녀의 재기발랄한 문학적 재능이 알맞은 장치로 작용하여 위트를 느끼게 한다. 

가족 중 혼자 금발의 통통한 소녀인 버지니아는 한 마디로 너무 잘난 가족들 틈바구니에서 소외를 느낀다. 학교에서도 미녀부대와는 정반대의 자리에서 때에 따라 말을 더듬는 섀넌과만 진정한 내면을 소통한다. 그런데 그 섀넌이 다른 곳으로 떠나버리면서 문제는 시작된다. 그야말로 소통의 대상이 주변에 없어진 것이다. 

사랑이라는 이름만으로는 뭔가 부족한 가족, 몰래 입맞춤을 나누지만 '몰래'이기 때문에 가슴 한 구석이 막힌 듯한 남자친구와의 관계, 완벽함 이면에 감추어진 소통의 부재. 하지만 결국 모두가 지닌 문제들이 하나씩 드러나면서 '뚱보'는 누구나 가진 여러 문제 중 하나일 뿐임이 나타난다. 그저 더 가시적일 뿐이다. 또한 '뚱보'가 되는 것에는 단순히 '무지막지하게 먹는 일' 뒤에 복잡하고 혼자서는 풀기 어려운 여러 가지가 숨어 있다는 사실도 느끼게 된다. 

어떻게 풀어야 하나. 결국 자신이 만들어 둘러친 벽을 깨고 마음을 여는 일이 최선의 방책이다. 남이 내게 기대하는 모습이 허상임을 깨닫고, 자신을 긍정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버지니아는 마침내 눈썹에 피어싱을 하고, 보라색으로 머리를 물들이며, 엄마 뜻과는 다른 내 마음에 맞는 옷을 사 입고, 남자친구에게 먼저 말을 거는 일로 벽을 깨기 시작했다. 우상처럼 여겼던 오빠 바이런의 파행적인 행동에 대해 정면으로 대응하기 시작함으로써 그 일을 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세워놓았던 '뚱보 생활 지침'을 파기했다. 사실이 그렇다. 뚱보에게 생활지침이 따로 있을 일이 뭐 있을까. 다 똑같은 사람인 것을. 뚱보라고 생각하여 고민하는 청소년들이 한번 읽어보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책. 다 떠나서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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