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아이 메타포 6
클레르 마자르 지음, 이효숙 옮김 / 메타포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X출산, 즉 익명 출산이라고 하는 제도를 둘러싼 3대에 걸친 어머니와 딸들의 이야기이다. 열일곱 살의 그녀들의 삶에 일어난 일들이 인생 전체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시점을 바꿔가며 들려주는데, 어머니이자 딸인 내게는 남의 이야기같지 않았다. 

열일곱 살은 사랑이 찾아오기에 충분한 나이다. 그러나 사랑이 지속되기에는 힘든 일이 많을 나이. 그래서 열일곱 살의 엄마가 낳은 아기는 더러 남의 손에서 키워지기도 한다. 그럴 때 어린 엄마는 고통을 이기지 못해, 평생 아이를 모르고 살아가겠다는 약속을 하기가 쉽다. 결국 엄마와 아이는 서로를 한 번도 보지 못한 채로 살게 되기도 한다. 

일찍부터 자신이 입양되었다는 사실을 안 안나는 줄곧 친어머니를 그리워한다. 하지만 그 어머니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가 두렵다. 매춘을 한 것이거나, 그저 노숙자이거나, 혹은 끔찍한 병을 앓고 있거나, 범죄자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안 그러고서야 어떻게 자기 자식을 버렸을까 싶다. 하지만 열일곱 살에 결국 안나는 엄마를 찾아보기로 한다. 그리고 그 엄마가 자기를 보지 않겠다고 서약했다는 사실만 안고 상처 입은 채 마흔 살을 넘긴다. 사실 그 엄마가 진실로 사랑을 했고, 타의에 의해 헤어지고, 아기를 낳아 감당할 수 없었지만 평생 그 사실을 가슴에 묻고 살아온 선생님이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 엄마가 줄곧 자신에게 '니나'라는 이름을 붙여 편지를 써왔다는 사실도. 이들 모녀는 안나의 딸, 열일곱 살의 레아가 나서서 결국, 만난다.

세상에는 묻어두어야 할 진실들이 많다고 생각하며 지금껏 지내왔다. 그 생각이 깨지기 시작한 것은 내가 책 속 안나의 나이가 되어서이다. '무릇 진실은 밝혀내야 한다. 곪은 상처를 소독하고 햇볕에 드러내듯이.' 그런 생각을 요즘에서야 한다. 그러나 또 갈등이 생긴다. 만약 내 딸이 열일곱 살에 임신을 해서 아이를 낳았다면, 그 아이와의 관계의 끈을 이어놓자고 이야기할 것인가. 솔직히 엄마로서 내 딸이 어린 나이에 겪은 임신과 출산의 기억은 영원히 묻어버리고 싶을 것 같다. 혹은 내가 핏덩이를 데려와 기르는 엄마라면 자식이 그 사실을 아예 몰랐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해 본다. 말이야 '자신의 뿌리를 알고 스스로를 긍정하며 살아가게 하기 위해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태어난 것은 죄가 아니라 축복이라고 말해주어야 한다고. 그러나 실제에서 쉽지는 않을 듯하다. 

입양이 보편적인 가족 구성의 모습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하니, 상황이 여의치 않아 아기를 키울 수 없는 부모들도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시대가 오겠지만 그 길이 멀고 험한 것만은 사실이다. 최근에 읽은 어린이책에서는 아이의 네 살 생일에 자연스럽게 입양 사실을 알려주면서 입양이 가족간의 사랑에 어떤 장애도 아님을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이 책의 안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정체성 때문에 고민한다. 입양이라는 사실보다도 친어머니가 자신과의 인연을 끊었다는 사실이 더 고통스럽다고 여긴다. 차라리 입양 사실을 몰랐더라면 어땠을까? 어떤 것이 최선일까. 이 책에서는 X출산으로 태어난 아이가 스스로 '없는 아이'로 여겨 고통스러워한다고 되어 있지만, 존재의 의미를 찾는 방법은 여러 가지일 것이라는 생각도 해 본다. 

다만 중요하고도 확실한 사실은 입양이 출산과 마찬가지로 가족을 형성하는 자연스러운 한 방법이라는 사실. 거기서부터 시작하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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