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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하겠습니다
군 구미코 지음, 쓰치다 노부코 그림, 김경화 옮김 / 푸른길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그림이 너무 귀여워서 입끝이 자꾸 올라간다. 이 책을 3~4학년 논술반에 가서 읽어 줄 생각을 하니 또 입끝이 자꾸 올라간다. 표지에서 아프도록 머리를 양쪽으로 당겨 땋아 묶고, 발목이 보이는 멜빵 바지 차림으로 발뒤꿈치를 한껏 들어 칠판에 글을 쓰고 있는 아이, 바로 하키다. 뒷표지로 넘기면 하키가 엎드려 다리 사이로 이쪽을 쳐다보는데, 그 다리가 마치 도넛 잘라 세운 것처럼 동그랗다. 아이고, 귀여워라. 우리 논술 꼬맹이들이 읽어주면 무척 좋아하겠구나 싶다.
1학년 1반 하키는 '아침 발표' 시간이 고민이다. 친구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을 돌아가며 발표하는 아침 발표 시간에 유미오카가 이집트의 사막에서 가져 온 돌을 발표해 버려, 부담이 커진 것이다. 하지만 이집트 돌만큼 획기적인 것이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이집트 돌이 얼마나 멋있었으면 요네다가 돌을 빼앗아 핥았을까!
결국 하키는 아끼던 사탕을 주고 요네다의 비밀을 구경하게 된다. 요네다가 귀뚜라미를 잡아 먹이로 넣어주는 '도마뱀사우르스'와 만나게 된 것이다. 거대한 공룡. 거짓말이 아니다. 도마뱀을 돋보기로 보면 영락없는 공룡이니까. 이제 하키는 또다른 도마뱀사우르스를 찾아 풀밭으로 나간다. 거기에는 배추흰나비마이무스, 풀무치노돈, 사마귀톱스, 무당벌레마이무스 등이 있다. 그러나 도마뱀사우르느는 머리가 좋으니까 딴 볼일 보러 온 척 해야 한다. 쉽사리 잡히지 않는 도마뱀사우르스.
순간, 마법이 펼쳐진다. 도마뱀사우르스 모양의 구름이 흘러가는 순간, 정말로 도마뱀사우르스가 한 마리 나타난 것이다. 하키의 '아침 발표'는 이제 문제 없다.
자, 이 책은 양이 적다고 하여 후루룩 읽어 버리면 재미가 없다. 그림을 찬찬히 들여다 봐야 한다. 하키는 물론 1학년 아이들의 표정과 손짓, 발짓은 물론 통통하신 선생님의 차림새도 볼수록 재미있고, 미소가 절로 난다. 놀라거나 새침할 때의 표정도 걸작이다. 글도 천천히, 소리내어 읽으면 더 좋다. 구연하듯이 읽기에 딱 알맞다. 그렇게 꼼꼼히 읽으면 아이들의 순수함과 상상력, 세상을 대하는 맑은 눈빛이 진하게 전해진다.
모처럼 돋보기를 들고 아이 손잡고 바로 풀밭으로 뛰쳐나가고 싶게 만든다. 어쩌면 그게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일 수도 있겠다. 돋보기로 세상을 보게 만드는 힘. 작고 소중한 것들을 크게 보게 만드는 힘.
하지만 희한하다. 왜 채색 그림이 일곱 쪽일까. 이따금 펼쳐지는 컬러 그림이 감질나서 더 예쁘게 느껴지는데 그걸 노린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