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왕국의 게릴라들 - 삼성은 무엇으로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가
프레시안 엮음, 손문상 그림 / 프레시안북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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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다른 기업도 별반 다르지 않을 텐데 왜 삼성만 가지고 그러지?' '삼성 망하면 네가 책임질래?' '너는 삼성만한 글로벌 기업을 만들 수 있어?' '제발 너 할 일이나 잘 해. 삼성 들썩거리지 말고.' '자기 돈 가지고 자기들이 알아서 한다는데.'

  이런 이야기들일 거다. 삼성의 문제를 파헤치는 이들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의 의중은. 그러나 이들은 꼭 같은 이유로 반대 의견을 내보낸다.

  '글로벌 삼성이니까.' '그만큼 영향력이 크니까.' '삼성이 살았으면 좋겠어서.' '삼성에서 시작하여 투명하고 건전한 기업들로 나라를 채우고 싶어서.' '삼성은 모든 삼성인의 것이고, 나아가 우리나라의 기업이지 누구 한 사람이나 몇 사람의 것이 아니니까.'

  사실 삼성의 비자금 조성 및 그 불법적 사용, 경영권 불법승계, 언론 곡필의 뒷배 등등을 파헤치고 드러내는 일은 많은 사람들에게 불편한 심기를 일으킨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정서가 지배적인 우리 사회에서는 더 그렇다. '긁어 부스럼'이 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도 되고,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총체적 불신도 마음 한 켠에는 있다. 과거사 조사에 대해서도 많은 이들이 가졌던 그런 마음이다.

  십분 이해가 된다. 나 자신 이제는 젊지 않다고밖에 할 수 없을 나이가 되어 오면서 부조리함, 억울함, 어쩔 수 없음, 그냥 그렇게 사는 것에 대해 얼마나 지독히 눌리고 길들여져 왔던가. '세상 일이 그런 것을.' '그저 나 자신의 삶이나 조금씩 성찰하며 살아야지 무슨 남에게 이러쿵저러쿵 하느냐.'는 생각이 깊이 뿌리박혀 버렸음을 느낀다. 그것이 사회를 보는 눈에도 당연히 적용되는 것이다. 아마 많은 이들이 그럴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꽤 여러 날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 조금씩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삶에 찌들려, 오랫동안 강요되어온 온순함에 길들여져 그러려니 하고 지나가는 것들을 이처럼 피를 토하듯 파헤치고 고쳐보자고 나서는 사람들에게 조그만 지지를 보내주는 것, 어쩌면 내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하는. 

  그들은 매사 나서지 않으면 못 견디는 사람들이 아니다. 힘들지만 꼭 해야 한다고 믿어 자신을 불사르는, 그야말로 사회 개혁의 투사일 수 있다. 솔직히 삼성의 속이 그렇게 돌아가리라는 것, 우리 모두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고 이병철 회장으로 상징되는 'owner'라는 시대착오적인 단어를 떠올리며 삼성 회장 일가에게 그럴 만한 자격이 있다고 착각해 버린 것은 아닐까? 그게 우리 사회의 먼 미래에까지 검은 가루를 뿌리는 일일 수 있다는 생각을 못하고서?

  그저, 책 한 권 읽는 사람일 뿐인 우리들. 적어도 말없는 지지를 보내줄 수는 있을 터이다. 조금 더 나아가 격려의 말 한 마디 전해줄 수 있고, 더 나아가 큰 박수를 보내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함께 구호를 외치고 뛰쳐나가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전면에 나설 뜨거운 가슴은 아닐지라도 연한 온기를 지닌 가슴을 지니고서. 그런 느낌을 가져 본다. 삼성이 바로 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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