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롤리팝, 말괄량이 길들이기 보림어린이문고
딕 킹 스미스 글, 질 바튼 그림, 김영선 옮김 / 보림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레이디 롤리팝, 이름도 달콤한 이 귀부인은 그러니까, 돼지이다. 조지 스키너라는, 태어나 한 번도 제대로 목욕해 본 적이 없는 가난한 소년의, 돼지답지 않게 말랐던 돼지. 그러나 영리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는 남다른 돼지. 

 이들이 못말리는 응석꾸러기 공주, 페넬로페의 생일 선물로 낙점되어 궁전의 헛간으로 들어갔다가 급기야 궁전 안으로 들어가 살게 되는 이야기. 그리고 소년 조지 스키너는 공작이 되고 롤리팝은 레이디가 되는 이야기이다. 

 공주가 못말릴수록, 이야기는 더 드라마틱해지고. 공작이 된 소년과 착해진 공주의 사이좋은 모습은 뭔가 그 다음 이야기까지도 기대하게 하는 설렘이 있다. 

 말간 눈 속을 보면 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게 하는 돼지 롤리팝은 우리가 돼지에 대해 가졌던 온갖 구질구질한 생각을 싹 버리게 한다. 누군들 처음부터 더러웠을까 싶은. 그리고 조지 스키너의 태도에는 참, 사람 부끄럽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열렸으되, 호들갑스럽지 않고, 상대의 마음을 읽어 그를 기분좋게 하는 대화를 이끌어내며, 차분하게 한 걸음 한 걸음 가까워지고 급기야 가장 친한 친구가 되는 법을 조지는 가르쳐 준다. 

  내 이야기만 하고 싶어 하는 세상이다. 그러나 조지는 페넬로페 공주와 돼지 길들이기를 이야기하고, 딸과 아내 문제로 골치 아픈 왕에게 해법을 제시해 주고, 장미를 좋아하는 왕비와는 장미 이야기를 한다. 그건, 생각해 보면 그리 어렵지도 않은 일이다. 내 이야기만 하려는 나쁜 습관만 버린다면 말이다. 

  아무튼 돼지임에도 응가를 가려 하고, 정원에서 궁전으로 들어올 때는 발을 닦는 습관을 들인 롤리팝, 최고이다. 아니, 그처럼 고집불통에서 타인과 소통할 줄 아는 부드러운 소녀가 된 페넬로페가 최고일까? 아니다. 이혼을 불사하겠다고 선언했던 자신의 모습을 성찰한 왕비? 아니면 새벽에 잠옷 바람으로 돼지와 돼지 조련사를 찾아가 의논할 줄 알았던 왕? 다들 멋진 사람들이다. 

  <꼬마 돼지 베이브>의 원작자가 썼다는 이 길지 않은 동화를 잠들기 전에 읽으니 이처럼 유쾌할 수가 없다. <어린 왕자>의 길들이기 이야기도 생각나고, 많은 것들이 들어 있으나 그저 재미있게 읽기만 해도 좋으려니 싶고. 다음 이야기가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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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16 0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흙 2008-04-16 14:11   좋아요 0 | URL
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