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권리를 말한다 - 살아가면서 읽는 사회 교과서
전대원 지음 / 뜨인돌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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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이 되도록 권리며 의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막연히 억울하다거나 혜택을 입는다는 느낌을 가져보기는 했지만 그저 두루뭉술하게 살았다. 그러다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그야말로 고등학교로 돌아가, 혹은 대학 시절로 돌아가 선생님께 차근차근 배우는 느낌. 그것도 말 통하는 선생님과 편하게 이야기 주고받으며 토론하는 느낌이 되었다. 이야~ 그래서 선생님이구나. 

  어찌나 쉽고도 깊게 이야기해주는지, 그 동안 사회에서 일어난 여러 일들을 바라보면서 오고갔던 얽힌 생각들이 잘 정돈되는 느낌이었다. 이런 비판적 시각을 많은 이들이 어린 나이부터 가질 수 있다면 사회가 조금은 더 투명해질텐데 하는 생각도 했다. 

  전대원 저자는 고등학교 사회 선생님이다. 책을 통해 파악한 바로는 하남시에서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고, 비싸지 않은 차를 몰며, 아내의 임신과 출산에 함께 하고자 법에 의해 주어진 권리를 주변의 이목에 신경쓰지 않고 챙긴다. 그의 아버지는 고물상이며, 어머니는 살림의 묘를 체득한 현명한 소비자다. 소시민으로서의 이기성을 많이 벗어버리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바르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며, 남편으로서 이 비판적인 저자는 건건이 바른 말 하다 아내에게 조금은 구박을 받기도 하는 듯. 

  책으로 처음 접하는 저자를 이 정도로 파악할 수 있다는 건, 말하자면 저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섞어서 이런저런 사례를 들어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모든 사례들은 먼 이야기가 아니고, 꼭 내 이야기 같다. 특히 주거권 부분에서는 공감이 하도 커서 감탄사를 연발했다. 주거권이란 사람이 살 만한 집에 살 권리로서 딱히 정해진 법은 없지만 기본적 인권으로 간주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집 가지고 장난 치는 사람에게 분노한다는 문장을 써 가며 아파트 광고를 비난했다.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 줍니다.' '브라운스톤에 산다는 것은 명예를 지키며 산다는 자부심입니다.' 등등의 광고문구는 그야말로 돈 없어 반지하에 사는 사람들에게 슬픔과 분노를 일으키는 범죄라는 생각을 나도 했기 때문이다. 저자 또한 이런 행태를 '막말보다 더한 폭력'이라고 적어 놓아 참다운 기본권에 대한 환기를 불러일으켰다. 

  체 게바라의 사진을 찍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한 사진가 코르다의 이야기는 지적재산권에 대한 또 다른 관점을 가지게도 했다. 그는 딱 한 번 러시아 술 회사가 이 사진을 영리를 위해 쓰자 소송을 걸어 거액을 받아냈는데, 전액을 쿠바의 의료기관에 기부했다고 한다. 무조건 끌어안고 내놓지 않겠다는 것보다는 지식이나 예술을 공유하는 것에도 의미가 있으리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자기들만 저자 사후 70년이라는 법을 정해 놓고 더 많은 로열티를 거둬가고자 한 미국의 미키마우스 보호 법안은 그야말로 웃기는 행태였다. 그러고보면 나는 카피라이트보다는 카피레프트 쪽인가? 

  저자가 다뤄 놓은 행복추구권, 천부인권, 모성권, 교육권, 건강권, 양심적 병역거부, 주거권, 피의자 인권, 노동기본권, 환경권, 소비자 권리, 지적재산권, 종교의 자유와 한국의 기독교, 안락사 등등은 모두 우리 생활의 초미의 관심사이고 알아두어야 할 기본이다. 매우 쉬운 예로 이해하기 쉽게 소개되어 있고, 저자의 생각도 분명히 드러나 있으니, 저자 의견에 찬성하느냐 그렇지 않으냐는 책을 읽은 후에 생각해 볼 문제이고, 우선 고등학생 이상 많은 사람들이 읽어 보았으면 좋겠다. 물론 일반인으로서는 나처럼 약간은 우매한 사람들에게 더 좋은 교과서가 되겠다. 혹시 몰라서 못 누리는 권리가 있을까봐 두려운 사람들은 특히 보면 좋겠다. 삽화로 보는 저자는 느끼한데, 책은 무지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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