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2
제인 오스틴 지음, 김욱동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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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러브스토리. 여자는 어떠해야 하고, 남자는 어떠해야 한다는 식의 관념이 그 어느 때보다 강했던 시기. 그러고보니 전세계적으로 이 시기가 그랬던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도 조선 후기에 해당하니까. 그 유명한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이야기다.

처녀들의 관심은 오로지 결혼에 있고, 처녀들의 어머니의 관심도 딸의 결혼에 있다. 여자가 재산을 물려받는 일이 너무나 제한적이었고, 심지어 아들이 없는 집은 재산을 자기 딸이 아니라 정해진 순서에 의해 친적에게 물려주어야 했던 불합리의 시대. 세상은 이성과 과학과 합리의 물결에 휩싸이는데, 남녀의 차별이나 결혼제도에서만큼은 후퇴일로를 걸었던 것 같은 그런 시대. 지참금을 가지고 돈 있는 남자에게 시집가는 일이 삶의 윤택함을 보장받는 유일한 길이었다니 가벼운 베닛 부인과 그 경망한 딸들에게 어찌 손가락질을 할 수 있으랴. 오히려 그런 가족을 비웃는 베닛 씨와 잘난 둘째 딸 엘리자베스가 나는 더 웃겼다. 그들이야말로 참으로 오만한 사람들 아닌가.

오만은 다시를, 편견은 엘리자베스를 상징하는 단어라 하지만, 오만이 편견을 불러오는 태도라고 보면, 이 책은 온통 오만에 대한 이야기다. 베닛 씨의 오만, 다시의 오만, 엘리자베스의 오만, 캐서린 부인의 오만, 콜린스의 오만, 캐롤라인의 오만 등등. 오만은 그야말로 만연한 태도였다. 딱 지금의 우리들처럼. 생각하면 오만하지 않기란 참 쉽지 않다. 부모는 쉽게 자식에 대해 오만하고, 지위나 재산은 그야말로 오만을 위한 잔칫상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오만의 가장 큰 문제는 이 책에서와 같이 진정한 사랑의 눈을 가려 버린다는 것이다. 사랑이나 진심이 아닌 다른 잣대로 상대를 보는 것이다. 그야말로 위험천만이다. 이 이야기에서는 로맨스소설의 전형인 해피엔딩이 펼쳐지지만 실제에서의 오만과 편견은 그러기 쉽지 않다. 그래서 책 제목이 <다시와 엘리자베스>가 아니라 <오만과 편견>인 것일 거다. 제인 오스틴이라는 작가에 대해 새삼스러운 감탄이 인다. 그녀가 펼쳐놓은 인간 군상을 살펴보면 참으로 시니컬하고도, 정확하다. 사회와 인간을 꿰뚫는, 그러면서도 둘러서 가는 능청스러움이 작품에서 배어나온다.

언제, 완역을 읽어야 완독해야 할텐데. 사다 놓고 반만 읽은 완역이 자꾸 눈에 밟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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