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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타이크 ㅣ 창비아동문고 237
진 켐프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오승민 그림 / 창비 / 2008년 1월
평점 :
정말 멋있는 아이를 만났다. 타이크 타일러. 그 아이를 시어~ 타일러(시어도러라는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아니 기억할 필요도 없지.^^)라고 부르는 선생님도 있지만 그야말로 "내 이름은 타이크!"라고 자신 있게 외칠 수 있는 아이가 바로 타이크다. "우~~~~와!" 이런 함성을 타이크를 향해 질러주고 싶을 정도.
더벅머리에 주근깨투성이인 말썽쟁이 타이크는 크리클피트 콤바인 초등학교 4학년으로, 열두 살이고 졸업생이다. 하루도 옷이 말짱한 채로 귀가하는 일이 없는 타이크. 타이크만이 사다리도 없는 화장실 건물 꼭대기의 다락으로 올라갈 수 있다. 그 해 말썽을 일으킨 사람만이 드나드는 교장실에 가장 자주 간 아이도 타이크다.
하지만 타이크는 누구보다 마음이 따뜻하고 시원시원한 아이다. 언어 장애를 지니고 있고 지적 능력이 다소 떨어지는 대니 프라이스의 말을 타이크만이 기가 차게 알아듣는다. 대니가 가끔 돈을 훔치는 것이 그애가 나쁜 아이여서 그런 게 아니라는 걸 타이크는 알고 있다. 그래서 대니가 집어온 십파운드를 비를 쫄딱 맞으며 다락의 그림 뒤에 숨겨 두었다가 나중에 제자리로 되돌려 놓는 일을 타이크는 기꺼이 한다.
하지만 그 일은 일부 어른들과 심술궂은 친구들에게 이렇게 보인다. '천하의 말썽쟁이 타이크와 장애인이라서 바보인데다 도둑질까지 하고, 아버지는 감옥에 가 있는 상종 못할 아이 대니가 이번에도 선생님의 돈을 훔쳐 그림 뒤에 숨겨 두었다가 들켰다.' 타이크는 누군가 대니에게 억울한 일을 하면 못 참는다. 그건 대니가 장애인이어서가 아니다. 그냥, 대니가 가장 마음이 잘 통하는 친구여서이다. 타이크의 개 클럼버와 대니의 생쥐 패티, 그렇게 그들은 모두가 친구이다. 더러운 흙탕물 속에도 함께 들어갈 수 있는 친구. 자, 장애인에 대해 무시하거나 불쌍해하는 일 외의 감정을 진심으로 느껴본 사람만이 타이크의 친구가 될 수 있다.
타이크는 아이답게, 일을 해결하느라 잘못된 방법을 선택하기도 하지만 정직함이 얼마나 가치로운 것인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멋있는 아이.
이 책을 이틀 동안 4학년인 둘째 아이와 번갈아가며 소리내어 읽었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아침을 먹으면서도 읽었다. 먹색과 노랑의 두 가지 색으로만 그려진 그림도 마음에 쏙 들어온다. 1977년에 이 책으로 카네기메달을 받았다니 적어도 30년은 묵은 이야기인데 이렇게 지금 막 벌어지는 일처럼 흥미진진할 수 있다니! 게다가 좋은 책에서 나는 깊이와 향기가 진하게 풍겼다.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에 가서 기막힌 반전이 튀어나오지만, 정작 작가는 반전에 대해 한 마디도 토를 달지 않는다. 독자는 생각할 것이 무지 많다. 재미 있고, 생각할 것이 매우 많고, 감동적인 이야기. 스포일러일까봐 자세한 이야기는 삼가기로 했다. 아무튼 타이크의 이름이 한동안 내 입에서 떠나지 않을 것 같다. 팬이 되어 버렸다. 멋있는 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