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사냥 보림문학선 7
레이 에스페르 안데르센 지음, 매스 스태에 그림, 김경연 옮김 / 보림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마녀사냥이란 말을 들을 때마다, 그 불가해함에 전율을 느끼곤 했던 기억이 있다. 사람을 마녀라고 몰아부쳐서 결국 불태워 죽이는 일. 정말로 수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죽어갔다고? 하지만 그건 사실이었다. 저 멀리 유럽에서, 아주 옛날에 일어났던 일이라는 것이 위안이기는 했다. 어린 마음에. 

하기는 요즘도, 마녀사냥이 횡행한다고 안 할 수는 또 없다. 사람의 입이 모여서 누군가에게 핏대를 돋우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부터 진실은 깊숙이 가라앉고 누군가를 불태워 버려야만 끝나는 지독한 증오만이 활활 타오르는 것 같은 느낌, 자주 받는다. 조그만 집단에서부터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장소에 이르기까지. 나는 언제 어느 편에서 광기에 몸을 태워 본 적 없었던가. 

<국경 없는 의사회>라는 책을 번역할 때, 매우 선량했던 이웃집 아저씨가 이웃집 아이들의 머리에 도끼를 내리꽂는 장면이 있었다. 그는 내전 종식 후, 자신이 그때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울부짖는다. 그것이 바로 집단광기인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무형의 실체 중 가장 무서운 것이다. 집단광기가 가장 최고조로 발현되는 것이 전쟁이다. 사람의 목숨 따위에 아무도 안중 없는 길고 긴 날들. 

에스벤의 어머니는 민간요법으로 이웃의 상처를 치료해 주는 일을 즐겼다. 그러다 못 고치는 경우도 당연히, 생겼고, 죽은 아이의 부모는 그녀를 미워했다. 죽은 아이의 부모가 패악을 부린 날 그 집의 암소가 죽자, 에스벤의 어머니는 마녀로 몰렸다. 그녀는 머리를 깎이우고, 숱한 고문을 당하고, 불붙은 장작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걸 에스벤은 모두 지켜보았다.  

도대체 왜 그녀를 그렇게 몰아가야 했을까, 마을사람들은. 에스벤을 구해 준 숲 사람 한스는 그 이유를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들이 그렇게 한 것은 비겁하고 나약했기 때문이야. 그들은 힘을 갖고 있었어. 힘을 갖고 있는 사람은 언제나 나약하단다." 에스벤이 그건 옳지 않다고 하자, 그는 "세상은 옳지 않단다, 얘야."라고 대답해준다. 그저 "사람들은 모르쇠하거나 아니면 가장 강한 집단과 한 패가 되는 법이다."라고. 

사람들이 어느 부분 그렇다는 걸 어른인 나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물론 그렇지 않기도 하다는 것과 더불어.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이 책을 어떻게 이해시킬지 조금 고민했다. 그저 끔찍한 이야기로만 읽히자는 건 아닌 것 같고, 집단광기를 이해시키기도 조금은 역부족인 느낌. 삶의 진실이 때로 끔찍하다는 걸 어떻게 이야기해줄까. 

홍세화 한겨레신문 기획위원의 추천의 글에 써 있는 것처럼 우리 청소년들이 이 책을 통해 많은 걸 얻기를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조금은 어둡고 난해할 수 있는 이 책이 아이들에게 그저 딱 둘만 심어주었으면 싶다. 힘 있는 사람, 더 많이 모인 집단이 옳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 남과 다른 것은 잘못이 아니라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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