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를 구출하라 청소년을 위한 철학 판타지 소설 3
좌백 지음, 왕지성 그림,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감수 / 마리북스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철학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한 것은 고등학교 때였던 것 같고, 그때는 탈레스와 물, 데모크리투스와 원자, 플라톤과 이데아, 베이컨과 동굴의 우상 등등을 연결하여 외는 정도였다. 대학에 들어와서는 각자 '철학의 이해' '미학의 기초' 등의 과목을 선택해 들어야 몇 마디 주울 수 있었고, <철학 에세이> 등의 유명한 책을 들춰보았지만 그 역시 모호한 망각의 세계로 들어가고 말았다. 살면서 철학자와 철학을 주워섬길 일이 많지 않으므로.

  철학이 내게 의미롭게 다가서기 시작한 것은 서른도 넘어 인생의 중반으로 접어드는 길목에서였다. 삶이 단순하지 않으며, 뜻한 대로 되지 않으며, 매우 부조리하다는 사실을 절감하는 나이에 주섬주섬 철학책들을 들어보았다는 것이다. 그때도 철학은 어려웠다. 좀더 일찍 알았더라면 삶을 조금은 더 깊이 이해하고 살았을까?

  그래서인지 요즘 대세는 철학 쉽게 먹이기이다. 이 책도 청소년을 겨냥해 나온 쉬운 철학 책이다. 형태는 판타지 소설이고, 상당히 유머러스하다. 지누라는 소년과 정체 모를 소녀 애지가 도서관에서 책을 뽑으면 그 책과 관련된 세계로 빠져들어가 미션을 수행한다는 골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지누가 워낙 지식이 깊지 않은 평범한 소년이라서 청소년 독자가 위화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저자가 너무 잘나서 자기 딴에는 쉽게 쓴다면서 상당히 고난이도의 지식을 다 아는 이야기로 치부해 버리고, 정작 쉽지 않게 이끌어가는 책들에게 상당히 경종이 될 듯하다.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면 아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읽어도 되지 않을까 싶다.

  부담없이 슥슥 넘어가는 그야말로 이야기로 읽히면서, 중간중간 철학자들의 생각을 슬쩍 밀어넣는데 그리 부담스러울 정도는 아니다. 게다가 다 읽고 나면 뒷부분에 이 책에 등장하는 철학자들과 그들의 철학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두었기 때문에 부록만 꼼꼼히 읽어도 때문에 매우 이해도가 높아진다.

  고급스러운 느낌은 별로 없고, 내용에 못지 않게 편집이나 구성, 삽화가 그야말로 부담없다. 판타지의 얼개도 유치할 정도는 아니어서 그야말로 그냥 소설처럼 가볍게 읽을 수 있다. 중 1인 우리 큰아이에게 꼭 읽히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1권인 <논리의 미궁을 찾아라>도 슬쩍 찜해 둔다.

  참, 소크라테스가 왜 독배를 마셨던가에 대해 확실히 이해하게 된 것은 내게도 큰 소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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