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을 물리치는 기사가 되는 법 작은거인 14
오카다 준 지음, 김난주 옮김 / 국민서관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작가 오카다 준은 단 두 권의 책으로 나를, 이를테면 팬으로 만들었다. <신기한 시간표>와 <비를 피할 때는 미끄럼틀 아래서>가 그것들이다. 이 책들은 단숨에 독자들 현실 속의 틈에 숨어 있는 환상의 세계로 데려간다. 마치 세상이 투명한 두 겹의 막으로 되고 있고, 그것들이 수많은 구멍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구멍마다 두 세상이 서로 얽히고 설켜 있다는 그런. 그래서 그의 책은 동화인데 오히려 어른들이 더 열광한다.
 
  이 책은 더구나 초등 중학년이 읽기 알맞은 양과 내용인데도 제목부터 얼마나 끌리던지. <용을 물리치는 기사가 되는 법>이라... 드래건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가장 신화적 동물로 존재해 왔고, 지금도 존재한다. 신화가 사라지지 않듯이 용도 마찬가지다. 물론 이 책에서는 용을, 세상의 나쁜 마음을 상징하는 존재로서도 그리고 있지만, 그래서 더욱 만나보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키는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중요한 것은 용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주인공인 야스오와 유키(6학년)가 실제로 용을 만났으니 우리가 왈가왈부할 수 없다. 그 용을 물리치는 기사 제럴드가 현실에서 기사 역을 맡은 연극배우였으니 그 모든 것은 연극적 제스처가 불러일으킨 착각이요, 환상이다,라고 밀어붙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어쨌든, 어릴 적 무척 친했던 두 아이가 어른들로부터 야기된 몇 가지 문제로 서로 뜨악해졌다가 용과의 싸움을 계기로 다시 친해졌다는 이야기는 흐뭇하다. 용과의 전투 이후 15년 후에까지 둘의 우정은 여전히 아름다우니 용이 차라리 고맙다는 생각까지 든다. 아니, "꿈 없는 아이" 유키로 하여금 "기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만들었으니 표창감이다.
 
  용은, 어쩌면 사이좋아야 할 사람들이 그렇지 못할 때 나타나 둘을 강하게 맺어주는 착한 존재였던 것은 아닐까? 푸른고 역한 피를 흘리며, 불을 내뿜으며, 화살같은 꼬리로 사람을 해치기도 하지만, 결국 후추가루병에 지고 마는 우스꽝스러운 약점이 있는 용은...
 
  용을 물리치는 기사가 되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조르는 성질 급한 독자에게 먼저 읽은 사람으로서 정답을 가르쳐 주고 싶다. "화장실 슬리퍼를 다른 사람들이 사용하기 좋게 가지런히 정리하기."가 그 답이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 하나. 이 정답은 많은 정답 중 하나이므로 너무 믿지 말 것. 특히 책을 읽지 않고 슬리퍼만 정리하려 들다가는 낭패를 보기 쉽다. 어쨌든 방법을 알고 나니 드는 생각, 용을 물리치는 기사, 나도 될 수 있겠다.
 
다음은 우리 딸(4학년)의 독후감을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옮긴 것이다.
 
이 이야기는 두 명의 아이가 용을 물리치는 기사를 만나 환상 속의 용을 물리치는 이야기이다. 이야기의 중간 부분에 제리(용을 물리치는 기사의 이름)가, 용을 물리치는 기사가 되려면 화장실용 슬리퍼를 다른 사람이 신기 좋게 가지런히 놓으면 된다고 했다. 그때 나도 모르게 "왜?"라는 말이 툭 튀어나왔다. 그래서 이 책은 호기심이 유발되는 그런 책이었다.
 
  그리고 공부에는 아예 관심이 없던 유키가 용을 물리치는 기사가 되고 싶다고 하여 정말 놀랐다. 사실은 아이들이 제리와 함께 용을 물리치는 방법 때문에 더욱 놀라기는 했지만. 야스오가 후추병을 던져 용을 쓰러뜨리고 제리가 칼로 베었는데, 후추가 독약도 아닌데 어떻게 기침하다가 죽을 수가 있는지 우습기도 했다. 하지만 후추병을 던진 야스오의 활약이 대단했다.
 
  나도 야스오처럼 지혜롭고, 제리처럼 용감하고, 유키처럼 정당한 사람이 될 것이다. 무엇이 될지 정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