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 딕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15
허먼 멜빌 지음, 김정우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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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비 딕이 과연 무엇일까? 아하브(이 책에서 표기한 대로 따르면) 선장이 죽음을 향해 돌진하듯이 찾아다닌 거대한 흰 고래의 궁극적 의미가 무엇일까? 언젠가 이 책을 최초로 접한 이래 이런 의문이 늘 있어왔다. <노인과 바다>에서 노인이 집요하게 싸웠던 큰 물고기나 모비 딕은 같은 의미일까? 신이 아닌 인간의 한계, 헛되고도 헛된 짧은 삶을 극복하고자 하는 무모한 분투? 

  이 책 뒷부분에 짧지 않게 실린 배경지식이나 읽는 방법에 대한 안내를 보더라도 모비 딕을 쫓는 아하브의 집념은 사실 여러 가지 의미로 읽힌다. 당연히, 동행자이면서 관찰자이기도 한 이스마엘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존재한다. 주인공을 누구로 볼 것이냐에 대해서도 많은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나 역시 청소년에게 포커스를 두고 재구성한 이 책을 읽으며, 청소년에게 알맞겠다 싶고 역시나 완역의 깊은 맛이 2프로 부족하다는 느낌을 가지면서, 그럼에도 또다시 몇 가지의 얽힌 생각 속으로 빠져들었다. 게다가 이번에는 등장하는 온갖 인물들에 대해 일일이 세세한 관심을 두기까지 하느라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그것이 명작의 힘이다. 실로 오랫동안 생각하게 만들며, 한참 후에도 또 같은 작업을 하게 만드는 힘. 멜빌의 사후 30년만에 스팟라이트를 받기 시작하여 걸작의 높은 자리로 성큼 올라가 앉은 이 책. 삶에 대한 뼈저린 깨달음을 던지는 책. 

  아하브는 바다를 접한 이래 육지에 발을 디디고, 가족과 더불어 평온한 생활을 누려보지 못했다고 자조적으로 말하고, 스타벅은 지금이라도 배를 돌리면 그럴 수 있다고 하지만, 결국 아하브는 그런 삶이 불가능하다고 처절하게 이야기한다. 스스로 던진 작살에 묶여 그토록 찾고자 했던 모비 딕의 등을 관으로 삼아 바다에 잠길 것을 그는 예견하고 있었다. 다만 달아나지 않았을 뿐이다. 

  평온하고 고요한 삶. 그건 태어날 때부터 거친 바다를 헤매는 우리의 꿈 같은 것은 아닐까? 애초에 있지도 않았던 것. 우리는 누구나 자신을 집어삼킬 가장 강한 고래를 찾아 끝없이 헤매는 것이 아닐까? 적어도 굴복하지 않았노라 여기며 장엄히 죽을 곳을 찾아서. 

  마치 구도자가 된 막막한 심정으로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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