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알고 있지 보림 창작 그림책
정하섭 글, 한성옥 그림 / 보림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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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거친 듯한 재질의, 바랜 하늘빛 표지에 흰 실루엣의 나무가 가득 그려져 있고, 반짝이는빨간 글씨로 제목이 새겨져 있다. 매우 세련된 느낌. 아마 의도했을 자연친화적 느낌. 그야말로 나무 느낌이 어렴풋이 난다.

  나무가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고운 언어로 차근차근 들려주는데, 생태시(詩)처럼 느껴진다. 소리내어 읽으니 절로 목소리가 차분해진다.

  그리고 나도 놀랍다. 움직이지도, 걷지도, 말하지도, 냄새 맡지도, 보지도 못하는 나무가 그 많은 걸 알고 조용히 자기 방식대로 살아간다는 사실이. 그리고 새와 곤충의 날개와 발을 빌려 씨를 퍼뜨리고, 무성한 숲을 이루어 모여 산다는 사실이. 그러면서도 다른 생명에게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고 가진 모든 걸 나눈다는 사실이.

  뿌리가 그려진 커다란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던 딸이 "엄마, 나무 뿌리는 꼭 가지 같아서 거꾸로 봐도 돼. 나무는 땅속이나 땅위나 모습이 비슷한 걸?" 했다. "그렇구나!" 하면서 딸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아이는 어른보다는 더 나무를 닮은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그림이 가슴 시릴 정도로 아름답고, 글 없이 그림만 이어지는 몇 페이지에서도 많은 이야기들이 읽히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나무가 아는 걸 나도 조금 더 알았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나무의 사는 모습을 조금만 더 찬찬히 보면 세상은 아름다워질텐데 싶다. 책의 마지막 두 줄은 이렇다.

   이 세상에 나무가 있어서, 우리가 나무와 같이 살 수 있어서,
   참 다행이야, 그렇지 않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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