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말리 - 노래로 태어나 신으로 죽다
스티븐 데이비스 지음, 이경하 옮김 / 여름언덕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레게가 도대체 뭔지, 혹은 드레드락스 헤어를 왜 하고 다니는지 일절 알지 못하는 채로 이 책을 집어들었고, 때로 지루해하며, 때로는 빨려들어가는 느낌으로, 또 때로는 밥 말리에 대한 호기심에 안달하며 507쪽을 읽어내려갔다.

  '노래로 태어나 신으로 죽다.'라고 하는 이 책의 부제에 대해 뭔지 흥! 하는 느낌으로 시작했으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나는 신이라는 단어에 대해 많은 다양한 의미를 부여하게 되었는데, 이 인물이 신으로 죽었다는 표현에 대한 알 수 없는 공감 때문이다.

  사실 아무런 주석 없이 온갖 음악적 단어와 인물과 사건들을 남발하는 이 책은 명징하게 와 닿는 무엇은 없고, 며칠 악전고투하며 다 읽은 지금도 모르기는 매일반이다. 무슨 놈의 책이! 이런 느낌마저 들었다. 밥 말리를 경외하지 않는 일반 독자는 읽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하라는 듯한 흐름과 어조, 설명하지 않는 불친절함! 그건 마치 밥 말리가 그랬던 것과도 같다. 모호하고, 호와 불호가 뒤얽힌 상반된 감정으로 읽히며 경멸하다가 존경하다가, 끝내 사랑하게 되는...

  밥 말리는 레게의 시조라 할 만한 뮤지션이다. 불행한 역사를 지닌 가난한 자메이카, 그곳의 흑인 소녀와 중년의 백인 남성 사이에서 태어났고, 아버지에게서 버림받은 것을 필두로 여러 번 어머니에게 버림받으며 음울하고 저항으로 가득한 음악 세계를 완성해 나간다. (어떤 의미로 아무도 그를 버리지 않았고, 상황이 그렇게 된 것이기는 해도 어린 시절을 홀로 버텨야 하는 삶은 버림받음에 다름 아니었다.)

  그의 음악은 에티오피아를 고향으로 여기는 흑인의식, 그곳 황제를 살아있는 신으로 떠받드는 라스타파리 종교, 그리고 신체발부를 훼손하지 않는 드레드락스 헤어, 심신을 고양시키는 허브(마리화나를 포함한), 삶의 즐거움에 몰입하는 현세적 가치관(그에게는 여러 여인과 자식들이 존재한다)이 응집된 일종의 영혼의 맹세이다. 물론 라스타들은 실제로 매우 금욕적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몸을 고기, 소금, 어패류 같은 금기식품이나 가공식품에 오염되면 안 되는 일종의 신성하면서도 굳건한 성전처럼 생각했다.

  군살 없는 그가 고요히 무대에 서거나, 노랫말을 웅얼거리거나, 길다란 머리를 휘저으며 포효할 때면 관중들은 일시에 집단최면에 걸려 버린다. 모두가, 흑인이거나 인디언이거나 혹은 가난한 백인이거나 심지어 부유한 백인까지도 모두가 압제를 증오하고 자유를 갈망하며 세상의 부조리를 노려보게 된다. 밥 말리라는 인물 자체가 하나의 엄숙한 메시지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돌연 닥쳐온 뇌종양. 그의 죽음은 그에게 기대어 살던 그의 음악 동반자인 웨일러들은 물론 숱한 음악 향유자들에게, 세상의 모든 약자들에게 일종의 악몽이었다.

  지독히 불완전한 존재이기도 했던 밥 말리. 폭력과 광기에 휩싸이는가 하면, 더없는 자비로움으로 주변을 감싸안았고, 공포스러울 만큼 완벽한 음악의 구현에 집착했는가 하면, 신비롭기까지 한 웃음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해 주었던 이.

  도대체 그에 대해 뭐라 말해야 할까. 이 혼란스러운 느낌. 책 중간 중간 실린 그의 흑백사진을 몇 번이고 다시 쳐다보면서 드는 생각은 그의 공연을 한 번만 보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되었다. 나는 여전히 레게며, 모든 음악에 대해 문외한이고, 밥 말리에 대해서도 아는 게 없는데 어쩐지 그에게 끌린다.

  인터넷을 뒤져 그의 노래 No Woman No Cry를 찾아서 듣는다. 그리고 concrete jungle을 블로그에 걸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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