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대의 한국과 한국인 - 21세기 지성학 강좌 21세기 지성학 강좌 1
이어령 외 지음 / 아카넷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민족이라는 개념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는 조국이 있다. 점차 국가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새로운 이합집산이 이루어진다 해도 여전히 국가는 우리가 살아가는 토대이다. 그런 의미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그 속의 개인으로서 무얼 어떻게 하고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숙고는 누구에게나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지금은 글로벌시대이다. 지구라는 천체를 공유하고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이 사실은 절체절명의 깨달음이다. 나비효과를 들먹이지 않아도 그 어떤 것도 지구 전체와 관계되지 않은 것은 없다. 이 책에서 이어령 교수가 말한 글로컬리즘의 시대는 우리의 필요불가결한 과제임이 틀림없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세계시민으로서 어떻게 살 것인가? <글로벌 시대의 한국과 한국인>은 삶에 대한 막연한 생각에 불씨를 놓아 온갖 생각으로 번져가게 하는 책이다. 이어령, 최열, 조장희, 정운찬, 김성진, 한승헌, 오명, 진대제, 서정돈, 이길여 등 대표적 석학들이 자신의 전문 분야를 바탕으로 젊은이들에게 비전을 제시해보여주는 강의내용을 정리한 책인데, 구절구절이 가슴에 와 박힌다. 우리의 문제를 직시하며 대안을 제시하는 글도 있고, 우리의 자존심을 드높이며 자랑스러움을 심어주는 글도 있고, 생각의 틀을 바꾸어주는 글도 있는데, 때로 감격에 겨워 눈물을 찔끔거리기도 하며 읽었다.

  금언과도 같은 글들. 다시 읽고, 또 읽고 하려고 줄쳐놓은 부분이 많지만, 그중 한 대목을 소개한다. 최열 환경재단 대표의 강의 중에서.

  "여러분은 네 가지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게 될 것입니다. 첫째, 지금 중요한 것. 둘째, 지금 중요하고 앞으로도 중요한 것. 셋째, 지금 중요하지만 앞으로는 점점 중요하지 않을 것. 넷째, 지금 중요하지 않지만 앞으로는 점점 중요해질 것."-52쪽에서 인용-

  자, 이 중 무얼 선택할 것인가? 무얼 선택하는 사람인가에 따라, 그는 수면제 먹을 시간이라며 환자를 깨우는 간호사가 될 수도 있을 터이다. 또, 한승헌 변호사는 유머란 것이 지식과 감성을 모두 갖춘 사람에게서만 보이는 특성이라며 여러 가지 유머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

  "한 골목에 간판도 없는 식당이 호황을 누리자, 바로 옆에 음식점이 새로 생겨 '한국에서 제일 맛있는 집'이라는 간판까지 달았습니다. 그에 질세라 그 옆에 또 한 식당이 개업을 하고 '세계에서 제일 맛있는 집'이라는 간판을 걸었습니다. 그러자 옥호도 없던 첫 번째 식당주인은 고민을 하다가 무릎을 탁 치고 이런 간판을 걸었답니다. '이 골목에서 제일 맛있는 집'.-168쪽에서 인용- 

  절묘한 사고의 역전이다 싶어 한참 웃었다. 이런 식으로 인용할 부분은 무수하다. 그만큼 경험과 성공과 사고가 농익은 이들의 글이기 때문이리라.  

  물론 이분들, 워낙 잘난 사람들이라, 잘난 이야기를 하기는 한다. 그러나 명불허전. 진심으로 인정! 그들이 자신들의 깨인 삶을 젊은이들에게 들려주려 애쓰는 마음이 전해져오기 때문이다. 이 책을 든 사흘 동안 내 무딘 가슴에도 새로운 의지가 솟구치고 낡고 가라앉은 생각을 활기차고 도전적인 생각으로 갈아채우는 듯한 느낌이 즐거웠다. 부디 많은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이 이 책으로 인해 보다 진지하고, 성숙된 대한민국 국민, 세계시민으로서의 삶을 일구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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